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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Oct 31. 2016

<일의 기쁨과 슬픔> by 알랭 드 보통

이게 무슨 소리예요 보통이형. 형 되게 대단한 사람이라며...

보통이 형과의 첫 만남 


나는 이전까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접할 기회도 없었고, 그가 다루는 주제의 책들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모두 다 좋아하는 것 같으니, 아 나랑 안 맞겠구나 하고 피했던 것도 있다. 


멋쟁이 탈모인 보통이형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이나, 그의 인터뷰 같은 것은 종종 보면서, 좀 쩌는데?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서일까.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리디북스에서 책을 산 게 오후 4시경, 복싱 짐을 들리고 나와서 집까지 걷는 3~40여 분동 안 후루 루루 루룩 읽어 나가면서 뭔가 참 읽히는데 안 읽힌단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라는 기분이었다.


 



낯설게 보기? 멀리 보기? 가깝게 보기?


역자의 말이나, 어쩔 수 없이 찾아본 다른 이들의 독후감을 통해 느낀 건 이런 지점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을 가깝게 보기. 그러기 위한 보통이 형의 노력은 대단했다. 사진사를 대동해서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일'을 묘사해내었다. 담담하게.


내 심정.jpg


그리고 그 묘사는 나는 다분히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이거 에세이였던가) 사실 알랭 드 보통이 대단하다!라고 하면서 많이 추천받았던 책은 <뉴스의 시대>였다. 어렴풋이 이 시대에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내면서 그 안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이 담겨 있을 것 같은 평들을 들었다.(그리고! 당연히 아직 읽지 않았다)


때문에 난 이 책도, '일'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보고, 분해하고 해부하는 책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다양한 인더스트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는 것. 하지만 그것도 결국 제삼자의 시각에서 보이는 '모습들'에 불과한 느낌을 받았다. 수려한 문장 속의 함의는 1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쩌란 거야 라는 말만 맴돌았다. (다시, 이거 에세이인가... 출판사에서는 르포라이터로~라는 말을 적고 있긴 하다)



내 일의 기쁨과 슬픔


어쩔 수 없이 난 나 스스로 생각을 해야만 했다. 우선 내 '일' 이 무언지 정의하고, 그 안의 기쁨과 슬픔 요소를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남의 일이야 뭐 자기들이 알아서 할 바이고, 우선은 나라도 찾아보면, 이 작가의 말을 1에서 2쯤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그런데, 그렇게 보니 내 일이 뭔지 모르겠다. 책 중간에 소명이라는 것도 언급하는데, 사실 그건 모르겠고. 밥 벌어먹는 일? 즉 내 직장을 말하는 걸까. 내 직무? 기획자? 마케터? 운영자? 음... 내 일은 무엇일까 과연. 그런데 여기서 김범수 의장의 말이 떠오른다. 스스로의 일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일갈. 그게 <인간은 필요 없다> 나 <한계비용 제로 사회> <사피엔스> 같은 책을 읽다 보면 맞는 말 같다.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는 모습은 이제 좀 아니지 않을까.


글쎄, 이건 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지만, 위 문단의 발언은 굉장히 근시안적인 '뱅뱅 이론' 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창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우리 대다수는 사실 윌리웡카의 초콜릿 공장 속의 움파룸파 같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혹시 모르실까봐... 움파룸파입니다. 


뭐 어쨌든! 각설하고. 일은 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하는 모든 노동이 아닌, 돈벌이로 한정해서 이야기해보자. 어쨌든 내 통장에 꼽히는 월급을 입금한 주체와 내 관계 속에서 있는 일!


그 안의 기쁨과 슬픔이라! 일 자체로 슬플까. 슬플 수 있을까. 글쎄, 언젠가부터 이 회사는 내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아주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놀자! 이런 게 아니라 내 것이 아니니 소중히 다루고, 내 것이 아니니 적당한 책임만 지자는 마인드가 있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고용인으로 일과 생활을 분리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일이 잘 풀려도, 망해도 큰 정신적 데미지를 입진 않는다. 


하지만 '흥망성쇠'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쁨과 슬픔을 얻는 것 같다. 월급이 안 들어온다거나, 당장 잘릴 위협이 없는 이상에는 말이다. 내가 일을 잘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받는 시선들, 내가 일을 잘 하면 어디에선가 듣게 되는 칭찬들. 내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런 곳에 있는 것 같다. (이걸로 요약할 수 있는 걸 쓰잘데기 없이 길게도 썼구나!)




진짜 일을 찾으면 행복할까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내 일'이라면? 학점을 제외하고도 그렇게 열심히 과제를 한 적이 있었나? 월급 없이도 빡세게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나? 


위대한 구원자 헤머헤드 (from 원펀맨)


음. 있었던 것 같다. 일 자체로 행복한 순간들은 있었다. 스스로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드림하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런 순간은 별로 없다. 대체로 돌이켜보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일을 하는 와중에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일이, 있긴 했다. 앗! 근데 잠깐. 그런 순간들은 대체로 처음 전제에 벗어난다. 왜냐면 그땐 돈을 벌지 않고 있었거든 (...)


잠깐 송삼동 미모 감상하고 가겠습니다...(from 드림하이) 


그럼 과연 그런 일을 돈을 받으면서 하면 행복해질까? 여기에 대해서는 인적자원관리 수업 시간에나 어디에서나 많이 들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독학하면서도 들었다. 그러기 쉽지 않다. 사실 반짝이는 순간은 어차피 한순간이다. 힘든 일을 돌이켜보면 추억인 것과는 반대로, 저 빛나던 순간을 인수 분해해서 하나하나 훑어보면 참 빡센 순간이었고 욕을 입에 달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모르겠다. 진짜로. 이쯤 해서 보통이형에게 사과를 해야 하겠다. 진짜 이거, 모르는 거군요 보통이형?




마무리


몇몇 신의 자손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군대란 어딜 가도 자기 부대가 제일 빡세다. 현실적으로 해병대나 공수부대 이런 데가 물리적으로 훨씬 힘든 것은 사실. 하지만 특정 역치 이상의 빡셈은 그냥 비교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리고 한국 같은 징병제 국가 + 낙후된 병영 환경과 문화 속에서는 말이다. 


군대에서도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안의 기쁨과 슬픔은 그 안에만 머물러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가혹행위 같은 케이스를 빼고...) 사회로 나와서 재밌다며 그 이야기를 녹여서 한다. 왜냐면 그건 이제 단절된 것이거든. 사실 예비군이 짜증 나는 이유는 그런 기쁨과 슬픔을 리마인드 시켜줄 수 있는 물리적 상징들을 보유한 그 장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근데 현대 사회에서는 어쨌든 일과 삶은 유리되기 어렵다. 군대에서는 일과 삶이 혼연일체로 있지만, 대신 '복무기간' 이 정해져서 그것을 '추억'으로 각색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현실세계는 그게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일의 기쁨과 슬픔은 언제나 끼고 살아야 하는 혹인 것이다. 좋든 싫든.


그러니 다시, 군대에서 내가 힘드네 내가 더 힘든 곳 나왔네 비교하는 것만큼 웃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글에 마지막에는 진짜 힘든 곳 다녀온 사람은 조용히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딱히 모르겠다. 모두가 고생했는데 거기에 경중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힘든 내용을 말하려면 국가에다 대고 해야지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래서, 일에 대한 비교를 멈추는 게, 일의 기쁨과 슬픔은 컨트롤하는데(해야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수는 그렇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객관적으로 보면 참 괜찮은 상황에서도 일 안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힘들어만 한다. 보통 그 기저에는 '쟁선'의 논리가 숨어들어 있다. 그러니까, 남들의 앞에 서고 싶다거나 하는 심리들 말이다. 


흔해 빠진 자기계발서 같은 마무리가 될까 두렵긴 하다. 비교의식이란 가지지 않겠다고 맘먹는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진다고 해서 일에서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받는 돈은 그대로 일 것이고, 딱히 커리어에 도움은 안 될 거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일'을 멀리해야만 하는 상황, 예를 들면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는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게 삶의 '기쁨'을 늘리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다. 


물론 전 오늘도 혼자라서 마음껏 남과 나를 비교합니다. 



문(門)은 벽(壁)이 아닌 공(空) 가운데 있으니, 앞을 다투는 세상이란 뜬구름 같도다(門非在壁在空中 爭先之界若浮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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