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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2: 경험을 측정하고 만들어야 한다 에 이어서
내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3: 경험재 시대의 새로운 무대론 에 이어서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4: 국전은 어떻게 살아 남았나 유튜브 를 보다가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5: 롯데리아의 생존에 관한 유튜브를 보다가
배달 플랫폼의 등장은 F&B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때 ‘가장 가까운 식당’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절대적 우위였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모든 식당이 고객의 집 앞 1열에 소환되는 시대, 오프라인 공간은 더 이상 ‘빠르고 편리한 한 끼’라는 명분만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없게 되었다. 명확한 목적의 식사가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간 지금, 오프라인 매장은 음식을 조리만 하는 ‘클라우드 키친’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F&B 산업의 생존 해법이 드러난다. 바로 모든 제품을 ‘경험재(經驗財)’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버거’를 주문할 때 단순히 빵과 고기의 조합을 구매하지 않는다. SNS를 달구는 압도적인 비주얼, 상식을 파괴하는 맛의 변주, 브랜드가 쌓아 올린 서사까지 함께 소비하는 시대다.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한국 F&B 시장의 두 거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오프라인 공간을 ‘무대(Stage)’로 삼아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펼치며 흥미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무대가 팔아야 할 대체 불가능한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체험(Experience), 커뮤니티(Community), 즉시성(Immediacy)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다. 두 기업은 이 핵심 요소를 각자의 철학으로 해석해 무대를 연출했다.
첫째, ‘체험’의 연출법. 맥도날드는 ‘신뢰와 스토리의 무대’를 구축하며 ‘신뢰의 미식’을 연출했다. ‘창녕 갈릭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같은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는 국산 재료 사용을 넘어, 우리 땅의 이야기에 기반한 믿음직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롯데리아는 ‘유희적 파격’을 무기로 삼았다. ‘전주비빔 라이스버거’, ‘왕돈까스 버거’ 등은 맛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각적 충격과 재미를 선사한다. 맥도날드가 정통 서사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국립극단이라면, 롯데리아는 매번 파격적인 형식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안기는 실험극단과 같다.
둘째, ‘커뮤니티’의 형성 방식. 맥도날드는 ‘로컬 상생’과 같은 가치에 동의하고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지닌 고객들을 중심으로 견고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반면 롯데리아는 다르다. ‘초심 잃었네’라는 온라인 밈(Meme)을 즐기고, 기상천외한 신메뉴 인증을 통해 놀이에 동참하는 ‘참여형 팬덤’을 구축했다. 이들에게 신메뉴 시식과 SNS 인증은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즐거운 의식이 되었다.
셋째, ‘즉시성’의 자극 전략. 두 브랜드 모두 한정판 메뉴로 ‘지금 당장’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지만, 롯데리아는 한발 더 나아간다. 상식을 파괴하는 메뉴들은 **“이번엔 또 무슨 일을 저질렀을까?”**라는 강력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희소성을 극대화해 고객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물론 롯데리아의 화려한 무대는 철저한 비즈니스적 판단 위에 세워졌다. 이러한 파격은 철저한 계산 위에서 가능하다. 롯데리아는 비수익 매장을 과감히 정리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12년 만의 리브랜딩으로 낡은 무대를 걷어내고 세련된 공연장을 마련했다. 창의적인 도전이 견고한 전략적 기반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무대들은 미래에 어떻게 진화할까? 해답은 데이터를 활용한 ‘살아있는 무대’, 즉 초개인화된 경험을 구현하는 데 있다. 주말 오후 가족 고객 데이터가 포착되면 매장 스크린에는 애니메이션이, 스피커에선 동요가 흘러나온다. 늦은 저녁 1인 고객이 늘면 조명은 차분해지고, 키오스크는 ‘혼맥 세트’를 추천한다. 직원은 단순 판매원을 넘어, 고객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푸드 큐레이터’가 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환대(Invisible Hospitality)’는 고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해외 시장 전략에서도 두 기업의 연출법은 극명하게 갈린다. 맥도날드가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며 현지 메뉴를 더하는 정석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구사한다면,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햄버거 대신 치킨과 밥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등, ‘햄버거 가게’라는 본질마저 해체하는 과감함을 보인다. 이는 롯데리아 특유의 ‘근본 없음’의 생존학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통하는 강력한 무기임을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각자의 방식으로 F&B 공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맥도날드는 ‘신뢰’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로컬 스토리’라는 아름다운 집을 짓고, 롯데리아는 ‘파격’*이라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터’를 세운다. 누가 더 우월하다는 평가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 모두 ‘음식’을 파는 시대를 넘어 ‘경험’을 연출하는 시대로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F&B의 미래는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연출하고, 어떤 서사를 고객과 함께 써 내려가느냐’에 대한 상상력과 실행력의 경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