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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 NNL 기법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처럼 느껴집니다. 수많은 할 일 목록을 앞에 두고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가장 시끄럽게 우리를 부르는 업무부터 손을 대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정작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고 개인의 커리어를 한 단계 도약시킬 핵심 과업들은 언제나 '나중에'라는 이름표를 달고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NNL(Now-Next-Later) 로드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일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설정한 궁극적인 목표와 각 업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전략적 사고 도구입니다.
긴급성과 중요성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은 왜 실패할까요?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클라이언트의 요청은 긴급한 일일까요, 중요한 일일까요? 팀 미팅 준비는 어떤가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은요? 대부분의 업무가 어느 정도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때, 이런 구분은 무의미해집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긴급하고 중요함' 칸에 쑤셔 넣게 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NNL 로드맵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일이 우리가 설정한 목표 달성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기여하는가? 이 하나의 질문이 복잡하게 얽힌 우선순위의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됩니다.
NNL은 모든 과업을 세 가지 시간 지평선으로 명확하게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Now', 즉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입니다. 보통 1-2주 안에 완료해야 하며, 현재 설정된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과업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목표가 '매출 20% 성장'이라면, 진행 중인 대형 거래 3건을 마무리하고, 이탈 위험이 있는 고객 5곳과 긴급 미팅을 잡고, 신규 프로모션을 즉시 실행하는 것이 Now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Next', 다음에 할 일입니다. 1-3개월의 시간 범위를 가지며, Now 과업들이 완료된 후 시작될 준비 단계의 일들입니다. 당장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지만 계획 안에는 포함되어야 합니다. 다음 분기 신제품 런칭 준비, 영업팀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설계, CRM 시스템 개선 타당성 검토 같은 일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세 번째는 'Later', 나중에 할 일입니다. 3개월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아직 구체화하기에는 이른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들입니다. 잊지 않도록 기록해두되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 리서치, AI 기반 고객 서비스 도입 검토, 장기적인 조직 문화 개선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좋은 예입니다.
그렇다면 이 프레임워크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까요? 다섯 단계의 프로세스를 따르면 됩니다.
먼저 북극성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모든 우선순위는 명확한 목표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분기나 이번 달의 가장 중요한 목표 하나를 정하되, '신규 고객 100명 확보'나 '핵심 기능 A 출시'처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형태여야 합니다.
다음은 브레인 덤프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모든 할 일을 하나의 목록으로 쏟아냅니다. 개인적인 일, 업무, 아이디어 등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말고 모두 적되, 이 단계에서는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 기여도 평가를 합니다. 각 항목이 북극성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이 일이 없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경우 3점,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 2점, 관련은 있지만 영향이 미미한 경우 1점, 목표와 전혀 관계없는 경우 0점을 부여합니다.
네 번째로 시간 제약을 확인합니다. 기여도와 별개로 마감일이 정해져 있거나 다른 업무의 선행 조건이 되는 일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NNL 배치를 합니다. 기여도 3점이면서 2주 내 마감인 것은 NOW로, 기여도 2-3점이면서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은 NEXT로, 기여도 1-2점이거나 3개월 이후 관련된 것은 LATER로 배치합니다. 기여도 0점인 것은 과감히 제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합니다.
NNL 로드맵이 전략 지도라면, 일일 계획과 주간 리뷰는 그 지도를 따라 실제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매일 아침 NOW 목록을 확인하고 오늘 집중할 가장 중요한 일 1-3가지를 선택해 하루를 계획합니다. 이를 통해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휘둘리지 않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30분을 투자해 NNL 로드맵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NOW에서 완료된 항목을 제거하고 성과를 축하하며, NEXT 항목 중 우선순위가 높아진 것을 NOW로 옮깁니다. 새롭게 발생한 업무를 평가하여 NNL에 배치하고, LATER 항목 중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삭제합니다. 지난 한 주의 업무 기록은 이 과정에서 귀중한 데이터가 됩니다. NOW 항목에 실제로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예상치 못한 방해 요소는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다음 주의 계획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몇 가지 실패 신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NOW 목록에 20개 이상의 일이 있다면 북극성 목표가 너무 많거나 모호하다는 뜻입니다. 목표를 하나로 좁히고, 그 목표와 직접 관련 없는 일은 과감히 NEXT나 LATER로 옮겨야 합니다.
매일 NEXT에 있는 일만 처리하고 있다면 긴급한 일에 압도되어 전략적인 NOW 과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NOW 항목을 더 작고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어 시작의 부담을 줄여보세요. '신제품 기획'을 '경쟁사 리서치'로 바꾸는 식으로 말입니다.
LATER 목록이 6개월째 그대로라면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거나 실행 의지가 없는 일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록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과감히 삭제하세요.
우선순위 관리의 본질은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NNL 로드맵은 목표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도구입니다.
지금 바로 종이 한 장에 NOW, NEXT, LATER 세 개의 열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할 일 목록을 채워나가며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이 일이 정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바쁨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산성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