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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 목표 설정의 철학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수많은 목표로 가득합니다. 조직은 미션과 비전을 선포하고 KPI와 OKR로 성과를 관리하며, 북극성 지표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합니다. 개인 또한 커리어의 성공과 성장을 갈망하며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를 세웁니다. 언뜻 보기에 이처럼 다양한 목표들은 때로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 모든 목표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 즉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리고 나의 존재 이유가 조직의 목적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목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인정하는 지위나 타인이 부러워하는 성취와 같은 ‘남의 기준’을 자신의 목표로 삼는 우를 범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면의 깊은 곳에서 비롯된 필연성에서 나옵니다.
헬스테크 스타트업 '라이프핏'의 콘텐츠 매니저인 김현우 님의 가상 사례를 통해 이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그의 첫 목표는 “피트니스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단순한 명제였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방향성이 전환되면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왜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복하며 그는 자신의 더 근원적인 동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업계의 인정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사람들이 건강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의미 있는 순간에 기여하고 싶다는 존재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목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통해 발견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기 발견의 과정은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 또한 비슷한 여정을 거칩니다. 라이프핏은 초기에 “앱 다운로드 50만 건 달성”이라는 KPI를 설정했지만, 숫자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결과만을 마주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은 급증했으나 실제 사용자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행착오를 통해 조직은 미션과 비전, 그리고 KPI와 OKR의 전체적인 틀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존재 이유인 미션(“사람들의 건강한 습관을 돕는다”)과 미래상인 비전(“2030년까지 1억 명의 건강 습관 플랫폼이 된다”), 그리고 현재를 진단하는 KPI와 성과를 서사로 엮는 OKR을 재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어준 것은 바로 북극성 지표였습니다. 라이프핏은 깊은 성찰 끝에 “3개월 내 주 2회 이상 운동 기록을 남기는 충성 고객 1만 명 확보”라는 새로운 북극성을 설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조직의 존재 이유를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 지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현우 님은 개인적 목표와 조직의 요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습니다. 회사는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요구했고, 이는 그의 목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진정한 목적은 ‘전문가’라는 타이틀 획득이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고, 회사의 새로운 북극성은 바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기존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목표는 “충성 고객의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그 경험을 업계에 공유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정렬된 목표로 진화했습니다. 이제 ‘1만 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의 기여를 통해 변화될 ‘1만 개의 삶’이 되었고, 조직이 가진 스케일은 개인의 의미를 증폭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목표를 ‘성공한 상태’나 ‘전문가라는 지위’처럼 명사적인 개념으로 설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동력을 부여하는 목표는 ‘무엇이 되기(being)’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doing)’라는 동사적 형태를 띨 때입니다.
김현우 님은 자신의 목표를 “충성 고객 유지율을 극대화하는 콘텐츠 전략을 실행하여 1만 명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과정과 결과를 업계와 공유한다”라고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하루는 달라졌습니다. 막연히 전문가가 되었는지를 자문하는 대신, 오늘 몇 명의 고객이 운동을 지속했는지를 확인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존재 이유(WHY)가 조직의 북극성과 공명하자, 구체적인 목표(WHAT)와 실행 계획(HOW)은 자연스럽게 도출되었습니다. 그의 전략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고객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고, 그는 그 성공 사례를 업계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며 모두가 인정하는 전문가로 거듭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목표 설정은 단순한 관리 기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철학적인 여정입니다. 미션은 우리 존재의 이유를, 비전은 나아가야 할 지평선을, KPI와 OKR은 여정의 속도와 경로를, 그리고 북극성 지표는 결코 잃어서는 안 될 방향을 제시합니다.
진정한 성취는 조직의 북극성이 개인의 ‘WHY’와 깊이 공명할 때 일어납니다. 바로 그 순간,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마음에서 우러나 하고 싶은 일이 되며, 어려운 과제는 성장의 기회로 변모합니다.
목표는 본질적으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서로 정렬될 뿐입니다. 그리고 그 눈부신 정렬이 일어날 때, 개인은 깊은 의미를, 조직은 탁월한 성과를, 그리고 세상은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발견에서 시작하여 더 큰 무언가와의 연결로 완성되는 목표 설정의 철학입니다. 당신의 WHY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더 큰 북극성과 만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