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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an 29. 2017

<지적 자본론> by 마스다 무네아키

기획자라는 직업에 관하여

기획,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혹은 지적 자본



'츠타야 서점'이라는 이름을 들었었다. 2016년의 어느 때쯤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최인아 책방' 이 이슈가 되면서였을까. 그리고 또, <지적 자본론> 은 내 주위 사람들 정도는 널리 읽는 책이었다. 하지만 내겐 밀린 책 읽기 숙제가 많았고, 그래서 흥미는 곧 다른 흥미로 날아가버렸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칭찬의 의미를 확인할 기회는 사라지는 줄 알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점에서 다시 이 책을 보고, 사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리디북스에 있는 것을 알았기에, 서재를 채우지 말고 이북으로 언젠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인 끌림에 이 책을 골라 또 서재에 처박아 두었었다. 


물론, 책을 산다고 모두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작고, 심지어 얇아서 짬짬이 읽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밀린 다른 책을 제치고 먼저 읽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쉽게 쓰이고, 읽기 편하게 번역되었다는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아시아의 힘> 이라거나, <민주주의 구하기> 따위를 읽고 있던 나에게 책은 정말로 쉽게 소비되는 텍스트였다. 그렇다고 책의 깊이가 없느냐 하면,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의 깊이는 충분히 깊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짧은 글자들 속에 그것을 모두 넣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사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차라리 'Design thinking'을 잘 다룬 도서나, 팀 브라운의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도서관'을 리 디자인한 '기업가'의 시선으로 '디자인'에 대해 듣는 것은 참 흥미로운 경험이긴 했다. 


TED에서 David Kelly 나, Tim Brown 의 강연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 아니면 ABC에서 IDEO를 인터뷰한 <Deep Dive> 영상은 기획-디자인을 생각한다면 꼭 한 번쯤은 보면 좋을 것이다



어쨌든 난 기획자이고, 나름대로 서비스 디자이너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풋내기이다. 때문에 책의 내용 전반에 깔린 인식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더 쉽고 예쁘게 포장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IDEO 가 작업했던 쇼핑 카트를 보면서 저게 저 때 디자인한 거라고? 하며 놀라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서 사실 저자가 말한 것과, 친구가 요약해준 <Floating City> 내용을 떠올리며, 문화 자본이 축적된 사람들이 부르주아 같은 계급을 구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1:1 대응되진 않긴 하지만,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의 집단은 문화 자본, 그리고 이어지는 지적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교육 제도를 혁신하여, 지적 자본의 축적과 활용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시급히,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내가 기획자, 혹은 거창하게 서비스 디자이너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은 좀 더 되었지만, 확신한 것은 2012년에 들은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수업을 들을 때였다. 마침 그때 프로젝트는 당시 학교의 도서관 프로그램을 혁신시켜 보자! 였다. 


당시 우리 팀은 도서관을 '지식이 모이고, 다시 공유되는' 공간을 보았고, 때문에 지식의 형태가 책에서 영상물로 갔기 때문에 멀티미디어실이 생겼듯,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수되어야 할 정보도 도서관을 매개로 쌓이고, 전달되게 만들자는 제안을 했었다. 


책에서는 분류 방법의 변환을 십진 분류체계에서 22진 분류체계로 제안하거나, 츠타야 서점처럼 책의 재배열을 통해 '책'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하였다.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거나, 공간을 아예 디자인하는 것들. 엄청났다. 학부생 몇몇이 모인 결과물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과 투입된 자원을 비교하면 할 말은 생기지만, 솔직히 방향이 다를 뿐 모두 맞는 답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기획'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참패' 하였다는 감정이 일기도 했다. 


'도서관' 에다가, 나도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도서관을 쓰고 있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끌어올지만 생각했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왜 도서관에 오지 않는가라던가 하는 여러 가지 지점에 대해서 너무 얕게 생각하고 혁신을 위한 혁신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에 나왔던 다른 팀의 아이디어도 떠올려보면서 나름 추억 속에 빠지다 보니, 그래서 기획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지적 자본론>에서는 츠타야 서점과 같은 '제안'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한다. '도쿄' 가 지어질 초기에는 '철근과 콘크리트' 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그의 시장에 대한 분류, 3개의 스테이지에도 딱 들어맞는다. 상품은 이제 충분하고, 상점-플랫폼도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충분하다. 이제는 이걸 왜 사야 하는지를 '제안' 해야 한다. 때문에 '29cm'는 루시 같은 시도를 하고, Funshop 은 Funtenna 코너를 통해 꾸준하게 '재미있는 상품'을 제안한다. 애플의 앱스토어의 홈 카테고리는 단순 분류(게임/도서/유틸리티/음악...) 이 아니라 맥락에 맞게 변환된다. 지금쯤 들어가면 설 연휴를 위한 목록으로 제시된다. 


루시, 잘 지냈니..?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자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에게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지적 자본'을 미리 축적해야만 한다. 여러모로, 기획자란 공부를 놓아서는 안 되는 직종이고, 끊임없이 읽고, 대화해야 하는 직종인 것 같다. 실제 실행단은 또 다른 일들이 있으니, 참 바쁜 직종이다. (여담: 책 말미에 나온 <11 ARTS> 가 궁금해졌다. 기획을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을 좀 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획자, 길, 아웃사이더


책을 읽으면서 난 왜 기획자가 되고 싶었나, 지금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란 생각이 반복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vNN8MSOwI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나는 왜 기획자가 되려고 했는가. 비즈니스 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솔직히 공부를 하면서 위대한 디자이너라던가, 그 분야의 전문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나는 야망 따위는 물 말아 드시는 타입의 포기가 빠른 인간이니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그것을 만드는 역할 중 엔지니어, 비즈니스맨으로의 내 가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택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은, 발견되지 않은 가치를 찾아서 그것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그려내는 역할이었고, 그게 책이 말하는 기획-디자인과 맞닿아 있었을 뿐.


저자는 좋은 기획을 위해 자유를 주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랑은 생택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User centric 한 사고, 혹은  Emphathy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걸로 갈음할 수 있으리라. 결국, 내가 여태 배웠던 '디자이너' '기획'의 의미를 저자는 되새겨주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고, 이제는 정말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다시, 내가 원래 기획이라는 것을 하는 이유를 최근에 다시 찾았다. 나는 조금 더 세상이 밝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 역할을 구매 가능한 즐거움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Affordable Fun 이란, 그 즐거움을 위한 가격, 즐기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의 적당함, 투자할 시간의 적당함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고... 어렵단 생각에 매일매일 바꿀까 생각도 하지만, 기획은 현재의 재발견을 통해 도전적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의지라고 생각하기에 여태 버텨나가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능력에 허덕이고, 의지치 보다 낮은 체력 때문에 쓰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보단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것 같단 생각도 들고, 핑계와 변명이 늘어 걱정이다. 관련되어 정규 교육을 받았다거나, 충분히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아직 경험치도 너무 낮고... 그럴 때마다 책의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 보고 힘내야겠다. 


혁신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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