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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25: 신뢰의 딜레마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25: 신뢰의 딜레마에 이어서 신뢰의 창과 회의의 방패에 이어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5: 관계기록법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딪히고, 오해하고, 화해합니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그 사람이 잘못했다'는 희미한 감정만 남을 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은 배신하고, 감정은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모든 상호작용을 감정의 필터 없이 담담하게 기록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원망을 쌓는 '블랙리스트'가 아닙니다. 관계의 패턴을 읽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나만의 항해일지입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나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준 사건 하나를 기록하는 것부터입니다.
동료 A가 약속한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머릿속엔 'A는 무책임하다'는 감정이 소용돌이칠 겁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메모 앱을 여세요.
중요한 대화라면 상대의 동의하에 녹음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클로바노트 같은 AI 서비스로 텍스트로 변환하면, 감정이 배제된 날것의 데이터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AI가 정리한 텍스트는 초벌일 뿐입니다. 이를 다음 구조에 따라 '나의 언어'로 재작성하세요. 이 과정이야말로 정보를 자산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기록 구조:
사건: A에게 금요일 오후 3시까지 'X 보고서' 자료를 요청했다.
약속: A는 "네, 금요일 점심 전까지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결과: 금요일 퇴근 시까지 자료를 받지 못했다. 별도 연락도 없었다. 월요일 오전 재요청 후 오후에 받았다.
영향: 주말 동안 보고서 작업을 못 했다. 월요일 오후 내내 급하게 작업하느라 다른 업무가 지연되었다.
나의 대응: 월요일 오전에 "자료 확인 부탁드려요"라고 재요청했다. (행동) 돌이켜보니, 금요일 오후에 미리 확인했더라면 주말 계획이 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부턴 마감 2시간 전 리마인드를 습관화해야겠다. (성찰)
(선택) 감정: A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서운했고, 계획이 망가져 화가 났다.
사실과 감정, 그리고 성찰을 분리하여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빠져나온 것입니다.
기록이 쌓였다면, 이제 분석할 차례입니다. 기록의 진정한 힘은 쓰는 행위가 아니라 패턴 발견에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달간의 기록을 펼쳐보세요. 이때 세 가지 렌즈로 들여다보세요.
1. 빈도의 렌즈: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6개월간 처음이라면 '일회성 실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달 사이 세 번 이상 반복됐다면, 이는 개인의 습관이거나 시스템의 '패턴'입니다.
2. 영향의 렌즈: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았는가?
5분 지각 같은 '낮은 영향'인지, 내 업무 전체를 뒤흔든 '중간 영향'인지, 프로젝트 신뢰를 무너뜨린 '높은 영향'인지 냉정하게 구분하세요.
3. 맥락의 렌즈: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그 주에 A가 큰 프로젝트로 바빴던 건 아닌지, 내가 불분명하게 요청한 건 아닌지 함께 고려하세요.
이 세 렌즈를 통해 흩어진 점(사건)들은 의미 있는 선(패턴)으로 연결됩니다. 'A는 무책임해'라는 막연한 비난 대신, 'A는 월말마다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잦아지며, 이는 우리 팀에 중간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이제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회성 실수 + 낮은 영향 → 수용
그냥 넘어가세요. 모든 사소한 실수에 에너지를 쏟는 건 관계를 해칠 뿐입니다.
패턴 + 중간 영향 → 조율
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왜 맨날 늦어요?"가 아니라, "A님, 지난달부터 X, Y, Z 자료 요청 때 조금씩 지연이 있었는데, 혹시 업무가 많으시거나 제 요청 방식에 문제가 있을까요?"라고 물으세요. 비난이 아닌,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안입니다.
고착된 특성 + 높은 영향 → 관리
여러 번의 조율에도 변화가 없다면, 상대가 바뀔 거라는 기대를 버리세요.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마감일을 이틀 먼저 알려주고, 중간 점검을 필수로 진행하세요. 팀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이 기록을 근거로 리더에게 역할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상호작용도 반드시 기록하세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모든 기록은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들고 현명한 관계를 항해하기 위한 당신만의 지도가 되어줄 것입니다. 더 이상 관계의 파도에 휩쓸리지 마세요. 스스로 항로를 결정하는 선장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