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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의 재정의: 복잡계 시대의 동적 의사결정

365 Proejct (297/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2: 에너지 관리론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3: 지식 기록 및 관리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4: 우선순위 정하기


전통적 프레임워크를 넘어서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인 '긴급함 vs 중요함'의 이분법은 여전히 유용하지만, 현대의 복잡한 업무 환경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우선순위 판단의 본질은 결국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리고 '언제 할 것이냐'의 문제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차원이 더해진다. 바로 '누가 할 것이냐'와 '얼마나 빨리 테스트해볼 것이냐'다. 특히 다른 사람이 나의 작업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우선순위를 넘어 시스템 전체의 처리량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나에게 덜 중요한 일이라도, 내가 병목이 되지 않기 위해 먼저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우선순위의 동적 특성


우선순위는 고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핵심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던' 일이 갑자기 '긴급하고 중요한' 일로 변하기도 하고, 어제의 최우선 과제가 오늘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스프린트든 Shape Up의 6주 사이클이든, 일정한 리듬(cadence)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재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고정된 주기는 우선순위를 강제로 재검토하게 만들고, "이번 사이클에는 아니지만, 다음에 재검토하자"는 식의 전략적 거절을 가능하게 한다.


2-way door 의사결정과 1-way door 의사결정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빠르게, 그리고 권한을 위임해서 처리한다. 빠르게 실패하는 것이 오래 고민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빨리 검증 가능한가', '실패했을 때 얻는 학습의 가치는 얼마나 큰가', '실패 비용 대비 지연 비용은 어떤가' 같은 새로운 우선순위 기준이 생긴다.


복잡계에서의 분산된 우선순위


우리는 복잡계에 살고 있으며, 누군가가 모든 우선순위를 중앙에서 정해줄 수는 없다. EPIC, STORY, TASK로 내려갈수록 우선순위 결정권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EPIC 레벨에서는 리더십이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STORY 레벨에서는 팀 단위로 조정하며, TASK 레벨에서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각자가 우선순위를 정할 때 참조할 수 있는 공유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현재 목표와 제약사항, 가치 판단의 기준, 트레이드오프 원칙 등이 명확해야 '자율성과 정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지속적인 대화로서의 우선순위 관리


Stand-up 미팅 같은 일상적 소통은 단순한 상태 공유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실시간 조정 메커니즘이다. 각자가 계획을 공유하면서 충돌을 감지하고, 의존성을 발견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부하를 분산시킨다. 이는 마치 분산 시스템의 합의 알고리즘처럼 작동한다.


이런 일일 소통이 쌓이면서 팀 전체가 암묵적인 우선순위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 복잡계에서는 개인들의 우선순위 판단이 모여 예상치 못한 전체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창발적 속성(emergent property)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결국 우선순위의 재정의는 고정된 규칙에서 동적인 원칙으로, 중앙 통제에서 분산된 조정으로, 계획에서 지속적인 대화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애자일이 추구했던 "개인과 상호작용을 프로세스와 도구보다 중시한다"는 가치가 우선순위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No'라고 말하는 기술도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Not now, but..." 또는 "Yes, if..."같은 조건부 수용이나 대안 제시를 통한 전략적 선택이 된다. 우선순위는 더 이상 고정된 리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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