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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도 복리가 붙는다: 기록하고 전수하는 힘

365 Proejct (296/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2: 에너지 관리론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3: 지식 기록 및 관리



AI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AI가 답을 만들 때 먼저 기존의 데이터를 검색하고, 그 위에 새로운 답을 얹는 방식이다. 사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 지식은 검색과 사색의 순환 속에서 자라난다.


지식은 늘 변한다


지식은 정지하지 않는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2023년에 보았던 문제가 2025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과거의 통찰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새로운 상황 속에서 다시 해석될 뿐이다. 지식은 연결되며 살아 움직인다. 마치 인터넷의 하이퍼링크처럼, 한 프로젝트의 실패가 다른 분야에서는 뜻밖의 돌파구로 이어진다. 이런 연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통찰이 터져 나온다.


지식이 완성되는 순간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아, 패턴이 보인다.” 그 순간이 시작이다. 깨달음을 정리하고, 체계화하고, 언어로 다듬는다. 정리된 지식은 문서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검색할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가 따라할 수 있도록 전수한다. 연구자가 논문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 혼자만 알고 있으면 지식이 아니다. 그냥 개인의 경험일 뿐이다.


조직의 요식행위가 되는 순간


스탠드업 미팅, 기술 문서, 기획안, 코드 리뷰. 많은 사람이 이런 절차를 귀찮은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야말로 조직의 집단 기억을 만드는 장치다. 열 명 규모일 때는 점심자리에서 다 얘기할 수 있다. 백 명이 되면 위키나 협업 툴이 없으면 일이 멈춘다. 천 명이 되면 프로세스 자체가 지식 전달 시스템으로 변한다. 소규모 조직에서는 “담배타임”이나 “식사 자리”에서 해결되던 대화도,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형식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된다.


보고는 설득이고, 설득은 기록이다


보고의 의미도 새롭게 보아야 한다. “윗사람에게 보고한다”가 아니라 “팀을 설득한다”로 이해해야 한다. “결재를 받는다”가 아니라 “논리를 기록으로 남긴다”로 바꿔야 한다. 말은 금방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 말은 그 순간의 맥락에 기대지만 글은 스스로 논리를 세운다. 회의록에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왜 결정했는지가 담겨야 한다. 슬랙에서 오간 대화도 중요하다면 반드시 정리해 문서로 남겨야 한다. 말로 합의하고 글로 확정하는 습관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


버스 팩터와 지식의 민주화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버스 팩터다. 핵심 인물 한 명이 갑자기 빠지면 조직 전체가 멈추는 위험을 뜻한다. 질문은 단순하다. 나 하나 없어도 조직이 돌아가는가? 신입이 문서를 보고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가? 초기 멤버가 가진 맥락이 신규 멤버에게 전달되는가? 이 전환에 실패하면 결국 “그때 왜 그렇게 했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암묵지가 특정인의 머릿속에만 머무르면 조직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 매뉴얼과 기록을 통해 누구나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순간, 지식은 완성된다.


지식의 복리효과


지식은 단순히 쌓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질적으로 성장한다. 과거의 실패와 성공이 모두 검색 가능한 자산이 되면서 의사결정의 수준이 높아진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노션이든 옵시디언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체계를 세우려는 의지와 기록하려는 습관이다.


살아 있는 지식 네트워크


지식은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다. 살아 있는 네트워크다. 기록은 일이 끝난 뒤 생기는 부산물이 아니라 일 그 자체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정리하면 이미 늦다. 일을 진행하면서 곧바로 기록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문서화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지식에도 복리가 붙는다.


지금부터 시작하기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기록하고, 연결하고, 전수하자. 그렇게 할 때 개인의 배움도, 조직의 성장도 복리처럼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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