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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365 Proejct (294/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그거 아니고요..." 회의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분명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요. "메일 보냈는데 안 봤어요?"라며 답답해하고, "아, 그런 뜻이었어?"라며 뒤늦게 깨닫죠. 우리는 하루 종일 소통하지만, 정작 제대로 통하는 순간은 드뭅니다.


많은 사람이 이럴 때 상대를 탓합니다. "왜 이해를 못 해?" "왜 답장을 안 해?" "왜 제대로 안 읽어?" 하지만 잠깐, 소통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관계입니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내 마음가짐에서 시작하죠. 상대를 바꿀 순 없지만, 나는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바뀌면 소통이 바뀝니다.


첫 번째 원칙: 상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메일에 답이 안 옵니다. 슬랙 메시지를 읽고도 반응이 없어요. 회의에서 내 의견에 반대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쉽게 상상합니다. "일부러 무시하나?" "내 의견이 마음에 안 드나?" "나를 싫어하나?"

잠깐.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답장이 안 온다 = 정말 바빠서 못 봤겠지" "반대 의견을 낸다 =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고민하는 거겠지" "이해를 못 한다 = 내 설명이 부족했구나"


이걸 '선한 의도 추정(Assume Positive Intent)'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나쁜 의도가 아니라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거예요. 순진한 생각 같지만, 이게 모든 걸 바꿉니다. 상대를 의심하면 내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날카로운 말투는 날카로운 답변을 부르죠. 반대로 상대를 믿으면 내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부드러운 접근은 열린 대화를 만듭니다.


두 번째 원칙: 소통 실패는 내 책임


"왜 이해를 못 해?"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설명하면 더 명확할까?" "왜 답장을 안 해?"가 아니라 "내 메시지가 급한 건지 전달이 안 됐나 보다" "왜 분위기가 어색해?"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만들까?"

소통이 안 될 때마다 상대 탓을 하면 나는 무력해집니다. 상대를 바꿀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 책임으로 가져오면 나는 강력해져요. 내 행동은 바꿀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해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내가 더 명확하게 말하니 오해가 줄어들고, 내가 채널을 바꾸니 답장이 오고, 내가 분위기를 풀어주니 대화가 부드러워져요. 마법 같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소통은 관계고, 관계는 상호작용이니까요.


세 번째 원칙: 때와 방법을 구분하라


모든 소통이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에 맞는 채널과 방법이 있죠.


급할 때의 소통법 전화로 빠르게 전달하고, 메시지로 요약을 남깁니다. "방금 통화 내용 정리하면..." 이렇게 하면 속도와 명확성을 모두 잡을 수 있어요.


복잡할 때의 소통법 먼저 문서로 정리합니다. 맥락, 배경, 옵션, 추천안까지. 그다음 미팅을 잡아 "문서 보셨죠?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라고 확인합니다. 문서는 깊이를, 대화는 이해를 책임지죠.


민감할 때의 소통법 반드시 1:1로 만납니다. 눈을 보고, 톤을 조절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대화해요. 그리고 대화 후엔 "오늘 나눈 이야기 정리하면..."이라며 문서로 남깁니다. 감정은 대면으로, 합의는 문서로.


이건 동기적 소통(실시간)과 비동기적 소통(시간차)을 구분해 쓰는 지혜예요. 둘 다 필요하지만, 각각의 장점을 살려 써야 합니다.


네 번째 원칙: 명확함은 친절이다


"이거 좀 해주세요" "언제까지요?" "음... 급해요" "얼마나 급한데요?" "최대한 빨리요"


이런 대화, 익숙하죠? 모호한 요청은 상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진짜 친절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명확한 전달이에요.


"내일 오후 3시까지 고객 인터뷰 메모를 3줄로 요약해 주세요. 보도자료 초안 작성에 쓸 예정입니다."


무엇을(what), 언제까지(when), 왜(why). 이 세 가지가 들어가면 상대는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행동할 수 있죠. 명확함은 곧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배려입니다.


다섯째 원칙: THINK하고 말하기

한 문장을 내뱉기 전, 한 줄을 쓰기 전,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True(진실): 이게 사실인가? 추측 아닌가?

Helpful(도움): 상대에게 도움이 되나? 그냥 내 감정 해소 아닌가?

Inspiring(영감): 동기부여가 되나? 의욕을 꺾진 않나?

Necessary(필요): 지금 꼭 해야 할 말인가?

Kind(친절): 따뜻한가? 최소한 차갑지는 않은가?


특히 마지막 'Kind'를 놓치기 쉬워요. "팩트만 말했을 뿐인데"라고 하지만, 팩트도 전달 방식이 있습니다. "이번 결과가 별로네요"와 "이번엔 목표에 못 미쳤지만, 다음엔 개선할 수 있을 거예요"는 같은 팩트를 다르게 전달하죠.


여섯째 원칙: 내면과의 소통이 먼저다


남과 소통하기 전에, 나와 먼저 소통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뭐지?"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거지?" "내가 두려워하는 게 뭐지?"


내면이 흐릿하면 말도 흐릿해집니다. 화가 났는데 "괜찮아요"라고 하면 표정과 말이 따로 놀죠. 불안한데 "자신 있어요"라고 하면 목소리가 떨려요. 상대는 이런 불일치를 금방 알아챕니다.


솔직함의 훈련(앞선 글에서 다룬)이 여기서도 중요해요.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남에게도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일곱째 원칙: 확인하는 습관


"제가 잘 전달했나요?" "이해되신 부분과 안 되는 부분 알려주실래요?"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이 말하고 나서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소통은 상대가 이해했을 때 완성돼요. 그래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가볍게 물어보는 거죠.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거예요. 내가 말하고 → 상대가 이해하고 → 이해를 확인하고 → 오해가 있으면 수정하는 순환. 이게 진짜 프로의 소통입니다.


우리는 같은 편이다


결국 일의 언어는 관계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마음에서 시작해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 적이 아니라 동료,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일 그 자체'라는 인식.


이 마음가짐이 있으면 소통의 기술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명확하게 전달하려 애쓰고, 갈등이 생겨도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하죠.


오늘부터 실천해보세요. 답장이 안 올 때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오해가 생기면 "내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자문하기. 회의 전에 THINK 원칙 떠올리기. 작은 변화지만, 이 작은 변화가 관계를 바꾸고, 관계가 바뀌면 일이 바뀝니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방법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상대를 탓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의심하기보다 신뢰하고, 말하기보다 듣는 것. 그게 진짜 소통의 시작입니다.


기억하세요. 말한다고 소통이 아닙니다. 전달되어야 소통입니다. 그리고 전달은 상대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의 마음이 닿을 때, 비로소 언어가 통합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1: 할 일 관리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2: 틈새 저널링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 NNL 기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 목표 설정의 철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5: 결정의 속도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6: Why 2 How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7: Feedback Loop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8: 일의 리듬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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