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솔직함의 훈련, 피드백 루프 설계하기

365 Proejct (290/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1: 할 일 관리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2: 틈새 저널링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 NNL 기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 목표 설정의 철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5: 결정의 속도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6: Why 2 How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7: Feedback Loop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구하죠.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정작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불편한 진실은 귀를 닫아버립니다. 왜일까요? 답은 간단해요.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니까요.


피드백 루프를 제대로 설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훈련의 시작점은 바로 틈새 저널링이에요. 하루 종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날것'들을 가감 없이 기록하는 것. 이게 모든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가감 없는 나를 만나는 시간


회의실에서 나오며 떠오른 "아, 이거 진짜 안 될 것 같은데..." 같은 솔직한 생각.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든 "사실 나도 내 말에 확신이 없었어"라는 불편한 진실. 동료와 대화 후 "짜증났지만 웃으며 넘겼다"는 속마음. 이런 것들을 틈새 저널에 그대로 적어보세요.


처음엔 어색할 거예요. 우리는 자신을 포장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프로페셔널하게' 생각하려 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하죠. 하지만 틈새 저널은 그런 포장을 벗겨내는 공간입니다. 남이 볼 일도 없고, 평가받을 일도 없어요. 오직 나와 나의 대화만 있을 뿐이죠.


이런 솔직한 기록들이 쌓이다 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내 행동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해요. "나는 확신이 없을 때도 확신 있는 척한다"거나 "불편한 피드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을 못한다"는 식의 패턴들이요. 이건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발견한 거예요. 그래서 더 강력합니다.


용기 있는 검증의 시간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입니다. 내가 발견한 나의 패턴을 타인의 시선으로 검증받는 거죠. 1:1 미팅이 가장 좋은 장소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질문하는 방식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막연하게 묻는 대신, "나는 회의에서 너무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봤어?"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혹은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피드백을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네 눈에도 그렇게 보였니?"라고 먼저 자기 인식을 드러내는 거예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내가 먼저 약점을 드러내니 상대방도 더 솔직해져요. "사실 그런 면이 있긴 해. 특히 지난번 프로젝트 때..."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주죠. 이건 공격이 아니라 도움입니다. 내가 먼저 열었으니 상대도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는 거예요.


때로는 예상과 다른 답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디테일에 집착한다고? 오히려 네가 더 꼼꼼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피드백도 귀중해요. 내가 생각한 나와 남이 보는 나의 간극을 발견하는 순간이니까요.


실험하고 순환하는 시간


피드백을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실험할 차례예요. "앞으로 2주간 회의에서 디테일 얘기는 3개까지만 하기"처럼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는 거죠. 그리고 다시 틈새 저널에 기록합니다. "오늘 회의에서 할 말이 더 있었는데 참았다. 의외로 회의가 빨리 끝났다"는 식으로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진짜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집니다. 틈새 저널로 자기 인식을 기록하고, 패턴을 발견하고, 1:1에서 검증받고, 개선 실험을 하고, 다시 저널에 기록하는 순환. 이게 단순한 회고와 다른 점이에요. 회고는 종종 '반성문 쓰기'로 끝나지만, 이 피드백 루프는 실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솔직함이 만드는 변화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이 '솔직함'이라는 거예요.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남의 피드백도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불편한 건 합리화하죠. 하지만 틈새 저널로 솔직함을 훈련하면, 남의 말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피드백 루프는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에요. 그저 솔직한 기록과 용기 있는 질문, 그리고 작은 실험의 반복입니다. 틈새 저널 한 권과 믿을 만한 동료 한두 명이면 충분해요.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가장 솔직한 생각을 적는 것부터요. "이 글 읽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냉소적인 생각이든, "한번 해볼까?"라는 설렘이든, 그 날것 그대로를 적어보세요. 그게 당신의 피드백 루프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솔직함의 훈련은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의 진짜 생각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대한 'WHY'를 위한 지루한 'HOW'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