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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목록 관리하기, 확률의 세계를 살아가는 법

365 Proejct (293/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8: 일의 리듬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문장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싶어 하고, 완벽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놀라운 자유가 찾아옵니다. "나는 대단하지 않으니까, 실패해도 당연하다. 그러니까 마음껏 시도해도 된다."


우리는 확률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100% 성공하는 일은 없어요. 아무리 준비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는 거예요. 실패를 숨기고, 성공만 기록하고, 마치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간 것처럼 포장합니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실패를 제대로 마주할 때 시작됩니다.


실패는 시작할 때 정의하는 것


많은 사람이 실패를 사후에 정의합니다. "아, 망했네" 하고 끝나는 거죠. 하지만 진짜 실패 관리는 시작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도전을 기획할 때 이미 "이게 실패라면 어떻게 알 수 있지?"를 정의해야 해요.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3개월 안에 사용자 1000명이 안 모이면 접는다"라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거죠. 이게 바로 반증 가능한 가설입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을 설계하듯, 우리도 일을 설계해야 해요. 성공의 기준뿐 아니라 실패의 기준도 함께 정의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실패가 갑작스러운 충격이 아니라 예상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됩니다. "아, 우리가 정한 기준에 못 미쳤네. 그럼 이제 다른 걸 해보자."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만의 라면 지수 정하기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돈이 떨어졌을 때 시리얼을 팔아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들은 이걸 '라면 지수'라고 불렀어요. 최악의 경우에도 라면은 먹고 살 수 있다는 거죠. 이게 그들에게 주는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망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


우리도 각자의 라면 지수가 필요해요. "최악의 경우에도 이것만큼은 지킬 수 있다"는 바닥선을 정하는 거죠. 직장인이라면 "망해도 이직은 할 수 있다"일 수 있고, 창업자라면 "망해도 다시 취업은 할 수 있다"일 수 있어요. 이 바닥을 정의하면 추락의 공포가 사라집니다. 떨어질 곳을 알면, 그 위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으니까요.


베팅을 조절하는 기술


모든 시도를 올인으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프로 도박사는 절대 전 재산을 한 판에 걸지 않아요. 여러 번 베팅할 수 있도록 자금을 나누죠.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내 시간의 20%만 투자하자." "이게 안 되면 plan B로 전환하자." "3개월 시도해보고 안 되면 접자." 이런 식으로 베팅 사이즈를 조절하는 거예요. 그러면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걸 끝내지 않습니다. 다음 실험을 할 여력이 남아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이게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더 많이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입니다. 한 번에 모든 걸 거는 사람은 한 번밖에 시도할 수 없지만, 베팅을 조절하는 사람은 열 번, 스무 번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실패 로그: 나만의 데이터베이스


이제 실패를 기록해봅시다. 하지만 "망했다"고 한 줄 쓰고 끝내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 된 실패 로그를 만드는 거죠.


가설: 무엇을 왜 시도했나? "주 3회 블로그 포스팅하면 3개월 안에 구독자 1000명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험: 실제로 뭘 했나? "12주 동안 주 3회씩 총 36개 글을 발행했다."

결과: 예상과 실제의 차이 "구독자 237명. 목표의 23.7% 달성."

분석: 왜 안 됐을까? "글의 주제가 너무 산발적이었다. 타겟 독자가 불명확했다."

교훈: 다음엔 뭘 다르게? "한 가지 주제로 시리즈물을 만들어보자. 타겟을 좁혀보자."

감정: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 "실망스러웠지만, 동시에 뭔가 배운 느낌이었다. 다음이 기대된다."

이렇게 기록하면 실패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데이터가 됩니다. 다음 시도를 위한 귀중한 정보가 되는 거죠.


실패를 공유하는 용기


혼자만의 실패 기록도 좋지만, 공유하면 더 강력해집니다. 팀 회고에서 "이번 주의 실패 TOP 3"를 발표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곧 모두가 편하게 실패를 얘기하게 될 거예요.


"저는 이번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는데 완전히 망했어요. 전환율이 0.1%도 안 나왔거든요. 근데 덕분에 우리 고객이 이런 방식은 싫어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요."


이런 공유가 쌓이면 팀 전체의 지식이 됩니다. 누군가 비슷한 시도를 하려 할 때 "아, 그거 지난번에 누가 해봤는데 안 됐대" 하고 시간을 아낄 수 있죠.


확률론적 세계관 받아들이기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할 수도 있잖아?"


이게 건강한 태도입니다. 비관도 낙관도 아닌, 현실적인 확률론이죠. 70% 성공 확률이면 꽤 좋은 베팅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30%는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성공했을 때 교만하지 않을 수 있어요.


10개 시도해서 3개만 성공해도 충분합니다. 벤처캐피탈도 그렇게 운영되고,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도 그렇게 진행되죠. 우리의 일과 삶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게 성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개만 제대로 터지면 되는 거죠.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기


결국 실패 목록 관리는 단순히 기록하는 일이 아닙니다. 확률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실패를 일상적인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전환이에요. 실패가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이 시도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올해 23번 실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23번의 실패가 24번째 시도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오늘부터 실패 로그를 시작해보세요. 작은 것부터요. "오늘 새로운 커피숍 가봤는데 별로였다. 다음엔 리뷰 먼저 확인하자." 이것도 훌륭한 실패 기록입니다. 중요한 건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거기서 뭔가를 건져내는 습관이니까요.


기억하세요.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래서 마음껏 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들이 모여 당신만의 독특한 지혜가 될 겁니다. 실패 목록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더 많은 걸 아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게 진짜 성장입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1: 할 일 관리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2: 틈새 저널링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3: NNL 기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 목표 설정의 철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5: 결정의 속도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6: Why 2 How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7: Feedback Loop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8: 일의 리듬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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