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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관리론:늘 달릴 순 없다

365 Proejct (295/365)

by Jamin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0: 실패를 관리하기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2: 에너지 관리론


늘 달릴 순 없다


F1 레이싱카도 피트인한다. 아무리 빠른 머신이라도, 아무리 뛰어난 드라이버라도, 멈추지 않고 달리면 결국 리타이어한다. 타이어는 마모되고, 연료는 바닥나고, 엔진은 과열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끝없이 달릴 수 있는 기계로 착각하는가.


열심히 사는 게 아무리 디폴트라도, 아픈 날도 있고,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게 우리의 강점이다.


당신의 일은 축구인가, 야구인가


스포츠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 후 3~7일을 쉰다. 90분의 전력 질주 후에는 긴 회복이 필요하다. 반면 야구는 다르다. 타자는 매일 나오지만, 선발 투수는 5일 로테이션을 돈다. 같은 팀, 같은 경기장에서도 포지션에 따라 휴식 주기가 다르다.


더 흥미로운 건 e스포츠다. LCK 같은 리그에서는 오래 쉴수록 오히려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매일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리듬이다.


당신의 일은 어떤 스포츠에 가까운가?


축구형 업무: 프로젝트 런칭, 큰 프레젠테이션, 집중 개발 기간. 고강도 스프린트 후 긴 회복이 필요하다.

야구형 업무: 팀 내 역할이 명확하게 나뉜 환경. 누군가는 매일 전면에 나서고, 누군가는 로테이션을 돈다.

e스포츠형 업무: 일상적 운영, 고객 대응, 실시간 모니터링. 짧은 휴식과 지속적 긴장 유지가 핵심이다.

격투기형 업무: 연구개발, 전략 수립, 창작 활동. 긴 준비 기간과 짧은 폭발적 아웃풋.


일의 성격을 모르고 휴식을 논하는 것은 처방 없는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쉰다는 것의 재정의


1년에 2~3번 경기하는 격투기 선수들을 보자. 그들은 경기가 없는 날 뭘 할까? 아무것도 안 할까? 아니다. 매일 운동한다. 다만 강도와 목적이 다를 뿐이다. 기술을 연마하고, 체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전략을 연구한다.

쉰다는 것은 세 가지 층위가 있다:


1. 적극적 회복: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전환

개발자가 글을 쓴다

기획자가 코딩을 배운다

영업사원이 혼자 책을 읽는다


2. 소극적 휴식: 에너지 보충에 집중

충분한 수면

가벼운 산책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활동


3. 전략적 준비: 미래를 위한 투자

새로운 기술 학습

네트워킹

큰 그림 그리기


피트인할 때 F1 팀이 하는 일을 보라. 단순히 차를 세우는 게 아니다. 7초 동안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보충하고, 공기역학을 조정한다. 그 7초가 레이스를 결정한다.


Off-track과 On-track 사이


개인적으로 다시 On-track 하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 번 리듬이 깨지면 다시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츄얼(의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최소한의 시작"이다. 해야 할 일을 계속 본다.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운다. "이건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일의 일부일지 모른다. 머릿속 시뮬레이션도 예열 운동이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셋, 둘, 하나."


늘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3초의 주문이 나를 '쉬는 나'에서 '일하는 나'로 전환시킨다. 로켓이 발사되듯, 되돌릴 수 없는 시작점을 만든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생각하면 안 한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나만의 에너지 포뮬러


에너지 관리의 핵심은 자기 인식이다. 나는 어떤 리듬으로 일하는가? 언제 피트인해야 하는가? 어떤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가?


위험 신호 체크리스트: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난다

평소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

일의 의미를 묻기 시작한다


이 신호가 두 개 이상 켜지면, 피트인할 시간이다. 무시하고 달리다가는 리타이어한다.


재시동 프로토콜:

일단 자리에 앉는다 (5분)

할 일 목록을 읽는다 (실행 의무 없음)

가장 작은 일을 고른다

10분만 해본다

계속하고 싶으면 계속, 아니면 멈춘다


중요한 건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다. Off-track과 On-track 사이의 중간 지대를 인정하자. 그 애매한 시간도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의 진실


회복탄력성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회복탄력성은 빨리 일어나는 게 아니다. 충분히 쉬고,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넘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을 인정하는 용기. 70%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여유. 최소 유지 모드로 버티는 지혜.


우리는 늘 100%일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듯, 기복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결론: 당신의 일에 맞는 휴식법을 찾아라. 피트인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기억하라.

F1에서 우승하는 팀은 가장 빨리 달리는 팀이 아니다. 가장 현명하게 멈추는 팀이다.


"셋, 둘, 하나."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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