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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할 것인가 011: 일의 언어, 관계를 만드는 소통법
어떻게 일할 것인가 012: 에너지 관리론
F1 레이싱카도 피트인한다. 아무리 빠른 머신이라도, 아무리 뛰어난 드라이버라도, 멈추지 않고 달리면 결국 리타이어한다. 타이어는 마모되고, 연료는 바닥나고, 엔진은 과열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끝없이 달릴 수 있는 기계로 착각하는가.
열심히 사는 게 아무리 디폴트라도, 아픈 날도 있고,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게 우리의 강점이다.
스포츠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 후 3~7일을 쉰다. 90분의 전력 질주 후에는 긴 회복이 필요하다. 반면 야구는 다르다. 타자는 매일 나오지만, 선발 투수는 5일 로테이션을 돈다. 같은 팀, 같은 경기장에서도 포지션에 따라 휴식 주기가 다르다.
더 흥미로운 건 e스포츠다. LCK 같은 리그에서는 오래 쉴수록 오히려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매일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리듬이다.
당신의 일은 어떤 스포츠에 가까운가?
축구형 업무: 프로젝트 런칭, 큰 프레젠테이션, 집중 개발 기간. 고강도 스프린트 후 긴 회복이 필요하다.
야구형 업무: 팀 내 역할이 명확하게 나뉜 환경. 누군가는 매일 전면에 나서고, 누군가는 로테이션을 돈다.
e스포츠형 업무: 일상적 운영, 고객 대응, 실시간 모니터링. 짧은 휴식과 지속적 긴장 유지가 핵심이다.
격투기형 업무: 연구개발, 전략 수립, 창작 활동. 긴 준비 기간과 짧은 폭발적 아웃풋.
일의 성격을 모르고 휴식을 논하는 것은 처방 없는 약을 먹는 것과 같다.
1년에 2~3번 경기하는 격투기 선수들을 보자. 그들은 경기가 없는 날 뭘 할까? 아무것도 안 할까? 아니다. 매일 운동한다. 다만 강도와 목적이 다를 뿐이다. 기술을 연마하고, 체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전략을 연구한다.
쉰다는 것은 세 가지 층위가 있다:
1. 적극적 회복: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전환
개발자가 글을 쓴다
기획자가 코딩을 배운다
영업사원이 혼자 책을 읽는다
2. 소극적 휴식: 에너지 보충에 집중
충분한 수면
가벼운 산책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활동
3. 전략적 준비: 미래를 위한 투자
새로운 기술 학습
네트워킹
큰 그림 그리기
피트인할 때 F1 팀이 하는 일을 보라. 단순히 차를 세우는 게 아니다. 7초 동안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보충하고, 공기역학을 조정한다. 그 7초가 레이스를 결정한다.
개인적으로 다시 On-track 하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 번 리듬이 깨지면 다시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츄얼(의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최소한의 시작"이다. 해야 할 일을 계속 본다.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운다. "이건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일의 일부일지 모른다. 머릿속 시뮬레이션도 예열 운동이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셋, 둘, 하나."
늘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3초의 주문이 나를 '쉬는 나'에서 '일하는 나'로 전환시킨다. 로켓이 발사되듯, 되돌릴 수 없는 시작점을 만든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생각하면 안 한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에너지 관리의 핵심은 자기 인식이다. 나는 어떤 리듬으로 일하는가? 언제 피트인해야 하는가? 어떤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가?
위험 신호 체크리스트: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난다
평소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
일의 의미를 묻기 시작한다
이 신호가 두 개 이상 켜지면, 피트인할 시간이다. 무시하고 달리다가는 리타이어한다.
재시동 프로토콜:
일단 자리에 앉는다 (5분)
할 일 목록을 읽는다 (실행 의무 없음)
가장 작은 일을 고른다
10분만 해본다
계속하고 싶으면 계속, 아니면 멈춘다
중요한 건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다. Off-track과 On-track 사이의 중간 지대를 인정하자. 그 애매한 시간도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회복탄력성은 빨리 일어나는 게 아니다. 충분히 쉬고,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넘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을 인정하는 용기. 70%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여유. 최소 유지 모드로 버티는 지혜.
우리는 늘 100%일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듯, 기복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결론: 당신의 일에 맞는 휴식법을 찾아라. 피트인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기억하라.
F1에서 우승하는 팀은 가장 빨리 달리는 팀이 아니다. 가장 현명하게 멈추는 팀이다.
"셋, 둘, 하나."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