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Proejct (292/365)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일했습니다. 슬랙 알림에 답하고, 이메일 확인하고, 회의 참석하고, 코드 몇 줄 쓰고, 또 전화받고.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어요. 그런데 퇴근길에 문득 깨닫습니다. "오늘 끝내려던 그 중요한 일, 하나도 못 끝냈네?"
익숙한가요?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멀티 페일링(multi-failing)'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일을 동시에 하려다가 모든 일을 망치는 거죠.
회의하면서 슬랙 확인하면 회의도 못 따라가고 슬랙 답변도 대충이 됩니다. 코딩하다가 이메일 알림 뜨면 코드에도 버그가 생기고 이메일 답장도 어정쩡해지죠.
진실은 간단합니다. 우리 뇌는 CPU가 하나인 구형 컴퓨터와 같아요.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미친 듯이 전환하며 각각을 조금씩 처리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 비용이 어마어마해요.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집중이 깨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루에 10번만 전환해도 4시간 가까이 날리는 거죠.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짜 멀티태스킹입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명확히 나누고 각 시간에 완전히 다른 모드로 전환하는 것.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말이죠.
고립 모드가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완전한 단절이죠. 슬랙 끄고, 폰 뒤집고, "방해 금지" 사인 걸고, 세상과 단절합니다. 2시간만이라도 완전히 한 가지에 빠져드는 거예요. 이 2시간의 완전한 집중이 8시간의 반쪽짜리 작업보다 훨씬 많은 걸 만들어냅니다. 코드를 짜든, 글을 쓰든, 전략을 짜든, 깊이 들어가야만 진짜가 나옵니다.
연결 모드가 필요한 시간도 있습니다. 이때는 반대로 초연결 상태가 되는 거예요. 슬랙 켜고, 이메일 열고, 전화 받을 준비하고. "지금은 내가 팀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라고 선언하는 겁니다. 대신 이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온전히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하는 거죠. 질문에 즉각 답하고, 피드백 주고, 정보 공유하고. 이것도 하나의 일입니다.
그런데 가장 강력한 건 집단 몰입 모드입니다. 혼자 아무리 집중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이럴 땐 함께 빠져들어야 합니다.
상상해보세요. 팀 전체가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모두가 노트북을 덮고, 폰을 내려놓고, 화이트보드 앞에 섭니다. "우리가 지금 풀어야 할 문제는 이거야." 누군가 시작합니다. "이건 어때?" 다른 누군가가 마커를 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아, 그럼 이렇게 하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튀어나옵니다.
이게 집단 몰입이에요. 서로가 서로의 집중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끌어올리는 거죠.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그게 또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집니다. 혼자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함께 가는 co-creation의 순간이죠.
하지만 이건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이건 어때?"라고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분위기, "그건 별로인데"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신뢰, "실패해도 우리가 함께 실패하는 거야"라는 연대감. 이런 게 있어야 진짜 집단 몰입이 일어납니다.
집중을 지키려면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걸 혼자 하려다가는 계속 방해받을 수밖에 없어요. 위임할 건 과감히 위임하세요.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넘기면, 그만큼 집중할 시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목표를 달성하는 설계를 하세요. 팀 런치를 한다면, 단순히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정보도 공유하고, 관계도 쌓고, 가벼운 피드백도 주고받는 거죠. 1:1 미팅을 한다면, 업무 보고만 하는 게 아니라 고민 상담도 하고, 성장 방향도 논의하고, 팀 분위기도 파악하는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일석이조도 결국 '한 번에 한 가지'를 여러 번 하는 겁니다. 밥 먹으면서 동시에 보고하는 게 아니라, 밥 먹고 나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순서가 있고 구분이 있습니다.
하루를 2시간 블록으로 나눠보세요. 오전 9-11시는 고립 모드, 11-12시는 연결 모드, 오후 2-4시는 다시 고립 모드, 4-5시는 집단 몰입 모드. 이렇게 명확히 구분하고, 팀과 공유하세요. "오전 10-12시는 제가 깊은 작업 하는 시간이에요. 급한 게 아니면 오후에 얘기해요."
처음엔 불안할 거예요. 2시간 동안 슬랙을 안 보면 큰일 날 것 같고, 즉시 답장 안 하면 무책임한 사람이 될 것 같고. 하지만 곧 알게 될 겁니다. 2시간의 완전한 집중이 만들어내는 성과가, 하루 종일 이리저리 전환하며 일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요.
멀티태스킹은 환상입니다. 진짜 생산성은 '올인'에서 나옵니다. 단절할 땐 완전히 단절하고, 연결할 땐 깊게 연결하고, 함께할 땐 온전히 함께하세요. 그게 진짜 프로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컨텍스트 스위칭을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아예 시간대별로 컨텍스트를 고정시켜버리는 거죠.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60%의 집중력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나누고 각 순간에 100%를 쏟을 것인가. 답은 명확하지 않나요?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8: 일의 리듬어떻게 일할 것인가 009: 단절과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