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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28:
일을 공유하고 관리하기 에 이어서 흐름으로 일하기에 이어서 흐름의 시작: 멈춤과 분할의 원칙 에 이어서 흐름의 명료함
입사 첫 달, 당신은 지라(Jira)에서 티켓 하나를 받았습니다. 제목은 "결제 개선"이었습니다. 당신은 티켓을 열어봤지만 설명란은 비어 있었고, 댓글 몇 개만 난잡하게 달려 있었습니다. "이거 급해요", "이번 주까지 가능한가요?", "디자인은 나왔나요?" 당신은 고민에 빠집니다.
결제의 '무엇을' 개선하는 걸까? 속도? UI? 보안? 누구를 위한 개선일까? 신규 고객? 기존 고객? 언제 완료된 걸로 봐야 할까? 당신은 슬랙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 티켓 정확히 뭘 해야 하는 건가요?" 30분 후 답이 옵니다. "아, 그거요? 음... 기획자 A씨한테 물어보세요." 기획자에게 물어보니 "개발자 B씨가 제안한 건데, B씨한테 물어보세요." 라고 합니다. 오전 시간이 다 갔습니다. 아직 코드 한 줄 쓰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명료함의 부재'가 만드는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훌륭한 건물은 완벽한 청사진에서 시작됩니다. 건축가, 구조 기술자, 현장 작업자 모두가 같은 청사진을 보고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견고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탄생합니다.
우리 일의 '티켓'이나 '이슈'는 바로 이 청사진과 같습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가 하나의 티켓을 보고 오해 없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흐름의 명료함을 확보한다는 것은 '모호함'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선명한 청사진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목요일 오후 스프린트 리뷰입니다. 팀장이 묻습니다. "CI 개선 티켓은 어떻게 됐나요?" 개발자 A가 답합니다. "완료했습니다. 캐싱을 적용했어요." 팀장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서 빌드 시간이 얼마나 줄었죠?" 개발자는 당황합니다. "아... 측정은 안 했는데요. 그냥 캐싱만 넣으라고 하셔서..." 팀장도 당황합니다. "제가 그랬나요? 제 기억엔 빌드 시간을 줄이라고 했는데..."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문제는 "CI 개선"이라는 모호한 제목이었습니다.
업무의 제목은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는 꼬리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해당 업무의 '완료 조건'을 정의하는 명확한 행동 선언문이어야 합니다. 모호한 제목은 모호한 결과를 낳습니다. "CI 개선"이라는 제목을 본 개발자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속도를 개선해야 할까요, 안정성을 높여야 할까요, 로그를 더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할까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정작 무엇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목을 이렇게 바꿔봅시다. "CI 빌드 시간을 10분에서 5분 미만으로 단축하기 위한 의존성 캐싱 전략 적용". 이 제목은 세 가지를 명확히 합니다.
첫째, 무엇을 할 것인가(의존성 캐싱 전략 적용). 둘째, 왜 하는가(빌드 시간 단축). 셋째, 성공 기준이 무엇인가(10분 → 5분 미만). 이제 개발자는 티켓을 받자마자 무엇을 해야 할지 압니다. 팀장도 리뷰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압니다. QA도 무엇을 테스트해야 할지 압니다. 하나의 명확한 제목이 팀 전체의 시간을 절약합니다.
실제 다른 직군의 사례를 살펴봅시다. 디자이너인 당신이 "메인 페이지 디자인 개선"이라는 티켓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세요. 무엇을 개선하죠? 색상? 레이아웃? 폰트? 아이콘? 전부? 당신은 3일 동안 공들여 전체 UI를 새롭게 디자인합니다. 리뷰에 올립니다. 기획자가 말합니다. "아, 제가 원한 건 그게 아니고요. 다음 주 프로모션 배너가 잘 보이게만 하면 됐어요. 이렇게까지 바꿀 필요는 없었는데..." 당신의 3일이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이제 제목을 이렇게 바꿔봅시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배너를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메인 페이지 상단 UI 개편". 이 제목은 당신에게 정확히 알려줍니다. 왜 이 작업을 하는지(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배너 노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메인 페이지 상단). 이제 당신은 전체 UI를 갈아엎는 대신, 상단 영역에서 배너가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레이아웃 변경에만 집중합니다. 3일이 아닌 하루 만에 완성하고, 정확히 기획자가 원하던 결과를 전달합니다.
마케팅 직군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블로그 콘텐츠 기획"이라는 티켓을 받은 마케터는 어떤 주제로, 얼마나 많은 글을, 누구를 타겟으로 써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가닉 검색 트래픽 월 10% 증대를 목표로 한 'SaaS 제품 관리 방법론' 시리즈 SEO 최적화 글 3건 작성"이라는 제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목표가 있고(트래픽 10% 증대), 주제가 있고(제품 관리 방법론), 형식이 있고(SEO 최적화), 분량이 있습니다(3건). 마케터는 즉시 키워드 리서치를 시작하고, 검색량이 높은 주제를 선정하여, 구조화된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제목의 패턴은 이렇습니다. "[목표/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또는 "[구체적 행동]으로 [목표/성과] 달성하기". 측정 가능한 결과로 이어지는 명확한 동사로 시작하며, 팀원들이 "이 일이 끝났을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신입사원인 당신이 내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티켓을 만들거나 받았을 때, 제목만 읽고 5초 안에 "무엇을, 왜, 어떻게 확인할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제목은 불완전한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만들거나, 작성자에게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이 작은 습관이 당신과 팀의 수많은 시간을 절약해줄 것입니다.
제목이 명확해졌다면 이제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 즉 '맥락'이 빠지면 여전히 문제가 생깁니다. 당신이 개발자로서 이런 티켓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제목은 "소셜 로그인 기능 구현"입니다. 명확해 보입니다.
당신은 카카오, 네이버, 구글 로그인을 모두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일주일 후 배포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기획자가 찾아옵니다. "왜 회원가입 페이지에 소셜 로그인을 넣었어요? 저는 결제 단계에 넣으라고 한 건데..." 당신은 황당합니다. "티켓 어디에도 결제 단계라는 말이 없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맥락의 부재가 만드는 문제입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맥락 공유에 실패했다는 신호입니다. 복잡한 템플릿이나 긴 문서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티켓을 처음 보는 동료가 길을 잃지 않게 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특히 '왜(Why)'에 대한 맥락은 길 잃은 배를 인도하는 등대와 같습니다.
모든 작업의 출발점은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입니다. 처음 이 단어를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개념은 단순합니다. 사용자 스토리는 기능 명세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할 '가치'를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형식은 이렇습니다.
"As a [사용자 유형], I want [무엇을 원하는가], so that [왜 필요한가]."
실제로 써봅시다. 앞서 예로 든 소셜 로그인을 사용자 스토리로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As a 처음 우리 쇼핑몰을 방문한 신규 고객,
I want 복잡한 회원가입 양식 없이 내가 이미 사용 중인 카카오 계정으로 빠르게 로그인해서,
so that 상품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면 지체 없이 바로 구매하고 싶다.
이 한 문장이 만드는 변화를 보세요. 이제 개발자는 단순히 "소셜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아, 신규 고객이 구매를 망설이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구나. 그러면 결제 직전 단계에 넣는 게 맞겠네"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신규 고객이니까 카카오, 네이버처럼 대중적인 플랫폼 버튼을 크고 눈에 띄게 배치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QA는 "구매 흐름을 테스트해야겠구나"라고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스토리의 힘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진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누구를 위한 것인가? (As a...) 둘째, 무엇을 원하는가? (I want...) 셋째, 그것이 왜 필요한가? (So that...) 이 세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술 구현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신의 팀에서 사용자 스토리를 작성해봅시다. 월요일 아침 기획 미팅입니다. 기획자가 말합니다. "이번 주에 장바구니 기능을 만들어야 해요." 신입 개발자인 당신은 손을 듭니다. "장바구니를 왜 만드는 건가요?" 기획자가 잠시 생각하다 답합니다.
"음... 고객들이 여러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고 싶어 하니까요?" 당신이 다시 묻습니다. "어떤 고객이요? 신규 고객인가요, 기존 고객인가요?" 기획자가 데이터를 확인합니다. "아, 기존 고객이 주로 그러네요. 신규 고객은 보통 한 개만 사고 떠나요."
이제 사용자 스토리가 구체화됩니다.
As a 우리 쇼핑몰을 여러 번 이용한 기존 고객,
I want 여러 상품을 장바구니에 모아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결제해서,
so that 여러 번 결제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
이 스토리를 통해 팀은 명확한 방향을 잡습니다. 장바구니는 '기존 고객'의 '편의성'을 위한 기능입니다. 따라서 신규 고객보다는 로그인한 고객에게 더 눈에 띄게 배치하고, 여러 상품을 담기 편한 UI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이 맥락 없이 그냥 "장바구니 만들기"라는 티켓만 던져졌다면, 개발자는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화려한 애니메이션에 시간을 쏟았을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벽돌(사용자 스토리) 하나만으로는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 벽돌이 집의 어디에,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전체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신입 기획자로서 "소셜 로그인" 스토리 하나만 달랑 받았다면,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이게 전체 제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지? 다른 기능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사용자 스토리 매핑(User Story Mapping)입니다.
스토리 매핑은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치는 전체 여정(Journey)을 시각적으로 펼쳐놓은 지도입니다.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사용자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 중간에 어떤 역을 거치는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실제로 만들어봅시다.
당신의 팀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사용자의 궁극적 목표는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큰 활동(Backbone)을 가로축으로 펼쳐놓습니다.
[상품 탐색] → [상품 선택] → [결제] → [주문 완료]
이제 각 활동 아래에 구체적인 사용자 스토리들을 세로로 붙입니다.
마치 척추(Backbone) 아래 갈비뼈처럼 말이죠.
이제 "소셜 로그인" 스토리는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제'라는 더 큰 활동의 일부이며, 사용자가 '상품 구매'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여정의 한 단계라는 명확한 위치를 갖게 됩니다. 개발자는 이 지도를 보며 "아, 소셜 로그인은 구매 직전에 나오는 거구나. 그러면 속도가 중요하겠네. 복잡한 프로필 설정은 나중에 하고, 최소한의 정보만 받아서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해야겠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팀 미팅에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상해봅시다. 수요일 오후, 팀 전체가 화이트보드 앞에 모였습니다. 기획자가 포스트잇에 사용자 활동들을 적어 붙입니다. "우리 쇼핑몰을 사용하는 고객이 하는 큰 활동들이 뭘까요?" 개발자가 말합니다. "상품을 찾고, 고르고, 사고, 받는 거 아닐까요?" 디자이너가 덧붙입니다. "받고 나서 리뷰도 남기죠." 이렇게 큰 활동들이 가로로 펼쳐집니다.
이제 각 활동 아래에 더 작은 스토리들을 붙입니다. 기획자가 "상품을 찾을 때 뭘 하죠?"라고 묻자, 주니어 개발자인 당신이 답합니다. "검색하거나, 카테고리를 보거나, 추천 상품을 보겠죠." 포스트잇이 하나씩 붙습니다. QA가 질문합니다. "비회원도 검색할 수 있어야 하나요?" 기획자가 답합니다. "네, 검색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장바구니는 로그인해야 볼 수 있게 하죠." 이런 대화를 통해 팀 전체가 제품의 전체 그림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제 우선순위를 정할 차례입니다. 기획자가 묻습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로 먼저 만들어야 할 필수 기능은 뭘까요?" 팀이 토론합니다. "검색은 필수죠. 하지만 고급 필터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아요." "장바구니는 필수인가요? 처음에는 바로 구매만 되게 해도 되지 않나요?" "소셜 로그인은 필수죠. 신규 고객이 회원가입 양식 때문에 이탈하면 안 되니까요." 이렇게 논의하며 포스트잇을 위아래로 재배치합니다. 위에 있는 것일수록 먼저 만들 기능, 아래로 갈수록 나중에 만들 기능입니다.
우선순위 1 (필수): 키워드 검색 → 상세보기 → 소셜 로그인 → 간단 결제 → 주문 확인
우선순위 2 (중요): 카테고리별 보기 → 장바구니 → 쿠폰 적용 → 배송 추적
우선순위 3 (나중에): 고급 필터 → 유사 상품 추천 → 위시리스트 → 주문 변경
이제 팀 모두가 같은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신입 개발자인 당신도 "아, 우리는 지금 우선순위 1을 만들고 있구나. 소셜 로그인은 간단 결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거구나. 그래서 빨라야 하는구나"라고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 매핑은 단순히 기능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여정을 공유하고,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며,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청사진(제목)이 있고, 설계도(스토리 매핑)가 있어도, 각 부분이 제대로 시공되었는지 확인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금요일 오후, 당신은 "소셜 로그인 구현 완료"라는 메시지와 함께 코드 리뷰를 요청했습니다. 시니어 개발자가 확인하고 말합니다. "음, 로그인은 되는데... 로그인 실패했을 때 처리는 어떻게 되죠?" 당신은 당황합니다. "아, 그건 안 했는데요. 완료 조건에 없었잖아요?" 시니어가 답합니다. "완료 조건이 어디 있는데요? 티켓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데..." 다시 한 번 재작업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용 조건(Acceptance Criteria)의 부재가 만드는 문제입니다.
수용 조건은 "이 스토리가 언제 '완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팀의 구체적인 합의입니다. 모호한 "잘 작동해야 한다"가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테스트 가능한 명확한 시나리오들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형식은 Given-When-Then 패턴입니다. 이것은 행동 주도 개발(BDD, Behavior-Driven Development)에서 유래한 방식으로, 상황-행동-결과를 명확히 정의합니다. 실제로 작성해봅시다.
스토리: As a 신규 고객, I want 카카오 계정으로 빠르게 로그인해서, so that 구매를 지체 없이 완료하고 싶다.
수용 조건:
Given 비회원 사용자가 결제 페이지에 도착했고,
When '카카오로 시작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Then 카카오 인증 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Given 사용자가 카카오 인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When 우리 사이트로 리다이렉트되면,
Then 별도의 정보 입력 페이지 없이 즉시 회원 프로필이 생성되고 로그인 상태가 되어야 하며, 결제 페이지에 바로 도달해야 한다.
Given 사용자가 카카오 인증을 거부하거나 실패했을 때,
When 우리 사이트로 돌아오면,
Then "로그인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명확한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고, 다른 로그인 방법(이메일 가입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Given 이미 카카오로 가입한 사용자가,
When 다시 '카카오로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Then 신규 계정을 만들지 않고 기존 계정으로 자동 로그인되어야 한다.
이제 개발자인 당신은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압니다. 성공 케이스만이 아니라 실패 케이스, 엣지 케이스까지 명확합니다. QA는 이 네 가지 시나리오를 그대로 테스트 케이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는 리뷰할 때 이 조건들을 체크리스트처럼 하나씩 확인하면 됩니다. "카카오 인증 성공? 체크. 프로필 자동 생성? 체크. 인증 실패 시 에러 메시지? 체크. 기존 사용자 중복 가입 방지? 체크." 모든 항목이 체크되면 그때 비로소 "완료"입니다.
실제 팀에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월요일 스프린트 계획 미팅에서 기획자가 "소셜 로그인" 스토리를 설명합니다. 개발자인 당신이 손을 듭니다. "완료 조건이 뭔가요?" 기획자가 답합니다. "음... 카카오 로그인이 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카카오 인증이 실패하면요? 이미 가입한 사용자가 다시 로그인하면요? 프로필 정보는 어디까지 받나요?" 기획자가 잠시 생각합니다. "아, 그것까지는 생각 못 했네요. 같이 정리해볼까요?"
팀이 함께 화면을 보며 시나리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디자이너가 묻습니다. "실패 메시지는 어떤 톤으로 보여줄까요? 빨간색 경고? 아니면 부드러운 안내?" 시니어 개발자가 조언합니다. "카카오 API는 가끔 타임아웃이 나거든요. 그 경우도 처리해야 해요." QA가 덧붙입니다. "동시에 여러 기기에서 로그인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런 대화를 통해 수용 조건이 점점 구체화됩니다. 30분 후, 티켓에는 명확한 수용 조건 4~5개가 적혀 있습니다. 이제 모두가 "완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수용 조건을 작성할 때 피해야 할 함정도 있습니다. "UI가 예뻐야 한다", "빨라야 한다", "안정적이어야 한다" 같은 주관적이고 모호한 표현은 피하세요. 대신 "로그인 버튼 클릭 후 3초 이내에 인증 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연속 100회 로그인 시도 시 실패율이 1% 미만이어야 한다"처럼 측정 가능한 기준을 사용하세요. "사용자가 만족해야 한다"가 아니라 "사용자가 5단계 이내에 로그인을 완료해야 한다"처럼 구체적으로 정의하세요.
신입사원인 당신이 내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티켓을 받았을 때 수용 조건이 없거나 모호하다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세요. "이 일이 완료되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뭔가요?" "어떤 시나리오들을 테스트해야 하나요?" 이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 완료 기준을 물어보면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프로다운 태도입니다. 시니어 개발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태도 중 하나가 바로 "완료 정의(Definition of Done)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제목으로 행동을 정의하고, 사용자 스토리로 가치를 표현하며, 스토리 매핑으로 맥락을 공유하고, 수용 조건으로 완료를 합의하는 이 과정은 단순히 문서를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팀 전체가 같은 청사진을 보며 함께 훌륭한 제품이라는 집을 지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만드는 변화를 목격한 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 스타트업의 제품팀은 항상 소통 문제로 고생했습니다. 기획자가 원한 것과 개발자가 만든 것이 달랐고, 리뷰 때마다 "이게 아닌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재작업이 잦았고,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같은 언어로 대화하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명료함의 원칙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티켓에 명확한 제목, 사용자 스토리, 수용 조건을 필수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오히려 더 느렸습니다. "이렇게 티켓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해?" 하지만 두 달째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가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묻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리뷰에서 "완료 기준이 뭐죠?"라는 질문이 사라졌습니다. 석 달째, 재작업률이 40%에서 10%로 떨어졌습니다. 여섯 달 후, 팀의 배포 빈도가 두 배로 늘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게 된 것입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팀 분위기였습니다. "왜 제대로 안 만들었어?"라는 비난이 사라지고, "우리가 처음에 합의한 조건이 이거였는데, 뭔가 놓친 게 있었나?"라는 건설적인 대화로 바뀌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을 탓하는 대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신입 개발자가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티켓 작성이 번거로워 보였는데, 지금은 티켓이 없으면 일을 시작할 수가 없어요. 지도 없이 산을 오르는 기분이거든요."
신입사원인 당신에게 이 파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명료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모호함은 언제나 재작업, 갈등, 낭비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명료함은 속도, 협업, 성취로 이어집니다. 내일 출근하면 당신이 만들거나 받을 티켓을 보세요. 제목만 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나요? 왜 이 일을 하는지 맥락이 있나요? 완료 기준이 명확한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 바로 명료함을 만들 때입니다. 좋은 티켓 하나가 팀 전체의 일주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