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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 케이건의 『임파워드(EMPOWERED)』를 통해 본, 일과 사람을 관리하는 법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바이브코딩(Vibecoding)'이라는 단어가 화두다.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언급한 이 개념은, 인간이 코드를 한 줄 한 줄 직접 짜는 '하드코딩(Hard-coding)'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신 AI에게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왜' 이것이 필요한지, 어떤 의도(Intent)와 맥락(Context)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연어로 설명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프로그래밍의 핵심 역량은 문법(Syntax)이 아니라 맥락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리콘밸리 프로덕트 그룹(SVPG)의 마티 케이건이 쓴 책 『임파워드(EMPOWERED)』가 조직 관리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가 이 흐름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팀원들을 하드코딩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에게 맥락을 부여(Empower)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근면 성실한 김부장이 등장한다. 그는 보고서 줄 간격을 맞추고, 업무 프로세스를 칼같이 준수하며, 상사의 지시를 완벽히 이행한다. 그는 '일(Work)'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승진에서 누락되고 조직에서 고립된다.
김부장의 실패 원인은 명확하다. 그는 '일'을 관리했을 뿐,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티 케이건은 이를 '기능 팀(Feature Team)'의 문제로 설명한다. 많은 리더가 팀을 김부장처럼 관리한다. "로그인 버튼 위치를 옮겨", "다음 달까지 이 기능을 배포해"라며 구체적인 할 일(Task)을 지시한다.
이런 조직에서 팀원은 '용병(Mercenary)'이 된다. 시키는 대로 기능(Output)을 만들어내지만, 그 기능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는지(Outcome)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마치 최신 AI를 가져다 놓고 단순 계산기로 쓰는 것과 같다. '왜'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의 실행은, 인간이든 기계든 영혼 없는 결과물만 낳을 뿐이다.
반면, '임파워드 팀(Empowered Team)'은 '선교사(Missionary)'처럼 일한다. 이 차이는 리더가 팀에게 무엇을 입력(Input)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곧 맥락이다. 개개인은 각자의 서사(Narrative)다."
기계는 입력값이 같으면 출력값이 같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똑같은 "이 프로젝트가 중요하다"는 말에도, 어떤 팀원은 성장의 기회(야망 서사)로 받아들이고, 어떤 팀원은 실패의 두려움(불안 서사)으로 받아들인다. 김부장 류의 리더는 이 개별적 서사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명령(Command)을 내린다. 이것은 복잡한 입체적 인물에게 엑스트라의 연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임파워드된 리더는 팀원 한 명 한 명의 '시스템 프롬프트'를 읽어낸다. 그리고 회사의 비전(Vision)과 전략(Strategy)이라는 거대한 맥락을 개인의 서사와 연결한다.
이것은 바이브코딩에서 AI에게 명확한 '시스템 프롬프트'를 설정해 주는 것과 같다. "우리의 목적(Why)은 이것이고, 이런 제약 조건이 있어. 방법(How)은 네가 가장 잘 아니까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팀은 리더가 상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낸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임파워드』는 리더의 역할을 '관리'에서 **'코칭'과 '환경 조성'**으로 재정의한다.
"코칭은 평범한(Ordinary) 사람들을 모아
비범한(Extraordinary) 제품팀으로 변화하게 하는 활동이다."
이 문장은 책의 심장이자, 리더십의 본질이다. 리더는 팀원을 평가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코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책은 두 가지 강력한 도구를 제안한다.
1:1 미팅 (The 1:1): 업무 진척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다. 개인의 서사를 듣고, 그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주며, 회사의 맥락과 개인의 맥락을 동기화(Align)하는 코칭의 시간이다.
서술형 보고서 (Written Narrative): PPT의 파편화된 정보 대신, 줄글로 논리와 맥락을 서술하는 것이다. 리더가 '왜'에 대한 고민을 글로 정리하여 명확한 맥락을 제공할 때, 팀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일을 쥐어짜고 통제할수록(Micro-management), 사람은 떠나고 성과는 축소된다. '일의 관리'는 리소스의 뺄셈 게임이다. 하지만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한 팀으로 변모한다. '사람의 관리'는 곱셈 게임이다.
AI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우리는 이 일을 왜(Why) 하는가?"
바이브코딩이든 조직 관리든 원리는 하나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How)을 통제하려 들면 성능은 떨어진다. 대신 명확한 목적(Why)과 맥락(Context)을 공유하면, 기계는 최적의 코드를 뱉어내고 인간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팀원들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하나 하드코딩하고 있는 '김부장'인가,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맥락을 쥐여주고(Empower) 있는 리더인가?
마티 케이건의 『임파워드』는 단순한 제품 관리 책이 아니다.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시대, 그 둘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작동 원리인 '맥락'을 꿰뚫는 통찰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