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brave new world, U ARE WHAT U BOUGHT!
이 글은 Cashless Society 에 관한 아래 세 글을 읽고 쓴 글입니다.
https://www.highly.co/hl/SEVjxzD06roi3w
https://www.highly.co/hl/fOkkjFe7ELKNIT
https://www.highly.co/hl/CU6RiNRc8kpf4l
사람들은 다른 걸 원치 않고 지폐에만 익숙해질 것이니
메피스토텔레스 @ <파우스트> by 괴테
물질적, 손에 잡히는(Tangible) 한 형태의 화폐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논의되고 있는 이야기이다. 화폐란 거래를 더 쉽게 만들어주는 지급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견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인다. 몇 장인지 세는 일도 귀찮고, 가끔 새 지폐에 손이 베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세뱃돈에 해당하는 '홍바오'를 위챗 페이, 알리페이로 보내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이를 일종의 마케팅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에서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너무나 많은 '위폐'와 심지어는 가짜 ATM 까지 등장하는 현실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의 형태보다는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안정성이 더 뛰어난 탓이다.
이런 상황은 인도도 크게 다름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물질적 화폐가 없는 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반 시설들에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정부 중심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 물론, 정부 주도적인 이 변화는 많은 낙오자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결제에 관련된 여러 회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점은 낫고 있지만, Cashless society 의 선봉에 인도가 서게 된 점만은 분명하다.
비트코인(Bitcoin)을 기억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금 생각해보면 물질적 화폐를 대체하는 수단보다는 '금'을 대체하는 수단 같아 보였다. 화폐 발행 권한을 중앙, 즉 정부에서 독립시켜서 P2P로 연결하겠다는 야심 찬 이야기는 마운트곡스(비트코인 거래소)의 해킹 사태 등을 겪으며 한풀 꺾이는 듯하였으나, 여전히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Cashless Society는 아직, 비트코인의 이상과는 다른 곳에 있다. 비트코인의 방식이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지는 문제점, 혹은 채굴량, 보유 코인 수에 따른 의결권의 배분에 있어서의 비민주성 등 비트코인이 가진 단점들 때문이 아니다. Cashless Society는 그런 극단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냥 화폐, 지폐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현금 결제보다는 인터넷 결제, 신용-체크카드 결제, 교통카드 사용 등으로 살고 있듯이 말이다.
지금의 다른 체제들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상태로 Cashless Society 가 오면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예상된다. 우선, 대다수의 거래는 시스템에 집계가 될 것이고 꽤 괜찮은 수단을 도입할 수 있을 경우 세수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는 수입에 대한 부분도 집계하면서, 탈세, 국민연금 체납하는 자들 등에 대한 철퇴의 근거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불법적인 거래들이 다 추적 가능해져서, 그런 형태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화폐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성매매, 무기나 마약 등 국가에서 금지하는 품목의 거래에서 현재 지급수단이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뇌물의 경우에도 비트코인과 같은 수단이 각광을 받게 되지 않을까. 물론 그때까지 비트코인 - 혹은 그와 유사한 수단이 살아남아 있다면 말이다.
한편으로는 지금도 이미 우리에 대해서 과도하게 많이 알고 있는 회사들 - 카드사나 모바일 지급결제 관련 회사, PG 사, 벤더 들의 힘이 강력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거래가 모두 그쪽으로 쏠리게 되니까. 그리고 그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벌고 행복해하겠지. 그러는 동안,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수들은 낙오되고,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중국에는 위챗 페이로 돈을 받는 거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수단마저 가지지 못하는 걸인들은 - 이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될 것인가? 물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 그들은 답을 찾을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죽어나가겠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이러한 '위험성' 들을 경감하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결제의 뒷단(Back-end) 영역의 공적인 독점 혹은 통제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차원에서 Cashless Society로 가게 된다면 지급 수단을 위한 은행과 결제수단 - 카드, 모바일 지급결제(Payment) 등의 영역에서 국가나 공기관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업체들이 그 영역에 살아 남아 수수료를 계속해서 가져가게 되는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이러한 국가가 제공하는 결제 수단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거래의 데이터의 경우에는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하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고도로 암호화되어 저장되어야 하며 특수 범죄 추적 등의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기록에 대한 정부 - 혹은 필요한 개인 혹은 기관의 열람에 대한 모든 로그는 기록되어야 하며, 다른 특수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이 기록은 모든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어야 한다. 내 기록을 열람한 회사, 공기관, 개인의 정보는 내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국가 기관이 열어준 개인 계좌에 대해서는 사적인 영역에서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법 장치, 제도적 장치, 기술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 계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 아마도 인도의 사례처럼 - 바이오매트릭스 등을 복합한 형태의 인증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불법 추심 등의 문제에서 국민을 보호할 가능성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기본적인 '결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한편 각 카드사, 은행 들의 경우에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 - 적금이나 할부 등의 기능 위주로 자사의 서비스를 개편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필연적으로 산업 내 다수의 낙오자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경우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한 '단말'을 '구독(Subscription)'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통신사(telco) 등도 포함이 될 것이다.
기존의 다수의 핀테크 스타트업, 혹은 거기에 기 투자하고 있는 업체들을 이 형태의 새로운 국가적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새로운 사회의 새 기회들은 아주 초기에 발견, 새로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적어도, 인도와 같이 국가 중심으로 간다면 말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씨앗들이다. 그 안에 있는 가능성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서, 국가 중심의 변화에서 그들을 위한 울타리를 마련해야만 한다.
신기술, 제품 및 서비스의 도입에 있어서 지체하는 자들(laggards)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국가적 통신망에 대한 보안 수준을 몇 단계 격상해야만 하며 국제 차원에 있어서의 이런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거래에 대한 확인 시스템을 비트코인과 같은 형태로 (블록체인) 구성하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통신망이 다운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대체 결제를 위한 수단, 기술을 마련하거나 통신망의 이중화에 대한 고민을 진행할 시점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통신망 안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한국을 여행 오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국제적 표준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비비도 편성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가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어젠다를 누군가는 제시해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의 복지 제도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변화들을 정말로 하다가 <1984> 가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는 더 이상 열리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하긴, 이제 겨우 동전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무슨 그렇게 큰 고민을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거래 수단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드디어 그 물질적 형태를 없앨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체로 혁신은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더 어울릴 때가 많다. 이제, 무언가를 사기 위해 더 적은 행동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 아니 사실 이미 오고 있다. 다만 그것을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
Cashless Society 도, Bitcoin 도 혹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다수의 것들은 메피스토가 비웃은 것을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금권의 시대, 물질의 신을 숭배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종이나 다른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보' 만으로 남아서 유령처럼 네트워크를 떠돌 뿐.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카드보다는 현금 혹은 체크카드를 사용하라는 어느 일침이 기억난다. (물론 난 그것을 무시했다.) Cashless Society는 우리가 겪은 신용카드 대란보다 더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니, 그 충격은 정말 클 것이다.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How to로 이어지는 변화와 함께 Why 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사고''파는' 모든 행위에 대한 새로운 Why, 는 아쉽게도 아직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엄청 급진적인 영역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물물 교환의 시대를 상상할 수 없고, 신용카드 없던 시대를 상상할 수 없다. 아니, 상상할 수는 있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러니,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Cashless society는 언젠가는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를 많이 만들게 할 때처럼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이끄는 미래를, 지금의 결제 수단 관련 마피아들이 독점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하나만큼은, 이번 글을 쓰며 확실하게 되었다.
변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며, 그 부산물도 - 가능한 모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을 선도하는 사람을 위한 이득(incentive)은 남겨두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먹거리가 되도록 두는 것은 - 글쎄 올바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민의를 대변하는 정부는 시장의 효율성을 활용해야 하지, 거기에 이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