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간다는 것의 진짜 무게

2026 All-Day-Project (096/365)

by Jamin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56: 함께 가야 멀리 간다. 에 이어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이 말을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개미가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함께 날랐을 때, 수천 마리 물고기가 떼 지어 상어를 물리쳤을 때, 원시인들이 힘을 모아 매머드를 쓰러뜨렸을 때—협력은 언제나 약한 존재를 강하게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현대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디자이너, 개발자, 부품 생산자, 조립 노동자의 손을 거칩니다. 밤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에 문 앞에 놓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결 덕분이죠.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들이 함께하는 순간 가능해집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예요.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려 합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볼게요.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협력에는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도 있다는 것을요.


학창 시절 팀 과제를 떠올려보세요. 네 명이 한 조인데 둘은 밤새 자료를 만들고, 한 명은 "확인했어요!"만 보내고, 한 명은 발표 당일에 이름만 올립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 기억나시나요? 억울함, 허탈함, 그리고 슬며시 올라오는 이 생각—"다음에는 나도 적당히 해야지." 무임승차가 무서운 건 한 사람의 게으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열심히 한 사람의 의욕까지 갉아먹으며 조용히 팀 전체를 물들여 갑니다. 사과 상자에 썩은 사과 하나가 들어가면 옆의 사과까지 무르게 하듯이요.


감정의 문제도 있습니다. 혼자 일하면 내 페이스대로 쭉 가면 되지만, 함께하는 순간 "이 말을 이렇게 하면 기분 나빠하려나",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지"를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서 일 자체보다 사람 사이에서 더 지쳐 있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의견을 맞추고, 기분을 살피고, 갈등을 피하려 에두르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빠져나갑니다. "차라리 혼자 할걸"이라는 탄식이 나오는 진짜 이유는 게으름이 아니에요. 함께하는 데 드는 이 조용한 피로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말하기 어려운 것—비교의식이 있어요. 나란히 일하다 보면 상대방의 능력이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동료 옆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반대로 누군가의 부족함이 도드라져 보일 때 올라오는 묘한 짜증은요? 함께 가는 길이었는데 어느 순간 옆 사람과 속도를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같은 팀'이었던 사이가 어느새 '나란히 선 경쟁자'처럼 느껴지는 순간, 협력의 의미는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이렇게 힘든데 그래도 함께 가라는 건가요?"


네, 그래도 함께 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요.


처음 협력을 배울 때 우리는 "함께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반의 이야기예요. 진짜 협력은 이 그림자를 모른 채 손잡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손잡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임승차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몫을 다하겠다고 마음먹는 것. 감정적으로 지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하게 대화하려 애쓰는 것. 비교의식이 올라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의 빛나는 점을 응원하는 것.


그 각오가 있을 때, 협력은 환상에서 현실이 됩니다. 아름다워서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때로 힘들더라도 혼자보다 더 먼 곳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함께 가는 것이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이 말의 무게를 이제 조금은 다르게 느끼시나요? 함께 간다는 건 그저 나란히 걷는 게 아닙니다. 부딪히고, 지치고, 때로 서운해하면서도 끝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겠다는 결심입니다. 그 결심이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빠르게, 그리고 멀리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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