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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Sep 10. 2016

<수저 게임> 후기

기울어진 룰에서 어떻게든 이기는 법?!

트레바리 9월의 두 번째 이벤트로 보드게임 이벤트가 있었고, 그중 한 꼭지가 한 때 장안의 화제였던 <수저 게임> (링크는 슬로뉴스 수저 게임 체험 후기)이었다. 대체로 흙수저는 분열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 자멸한다고 들어서 시작할 때부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했더니.... 어쩌다 보니 흙수저 모두가 은수저가 되는 엔딩을 맞이했다.




그래서 까먹기 전에 공략(?) 같은 감상.


처음에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연대를 이룩할 수 있었다. 대학 진학하지 않은 사람이 대학 등록금을 없애는 법안을 등록함으로 (그리고, 이 경우 국고에서의 추가 지출이 없다는 것도 한몫) 아 우리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인식을 심었던 것 같다. 

흙수저 연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탈 방지 구호를 외쳤다... 이 외에도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여 프로파간다를 외쳤다. 끝까지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설득하다가, 안될 때는 협박했다. (수틀리면 국고 다 털고 다 죽자라며) 

(흙수저의) 삶의 안정을 찾은 후 국고 잔여 수량을 체크하면서 '현상유지'를 위한 정책에 집중했다. (이 세계에서는 국고가 너무나 한정적이니까) 즉, 욕심의 수준을 낮추었다. 

이벤트 카드를 '세무조사'를 뽑아서 금수저 진영의 전의를 꺾었다. (이건 전적으로 운빨... 어떤 이벤트 카드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흙수저에게 불리한 이벤트였다면 아마 나도 금수저편에 붙어서 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강제 결혼 시행으로 제한된 자원(부동산)을 그나마 효율적으로 분배했다. 사실 실제였다면 결혼이 아닌 하우스 쉐어링 정도만 되어도 어떨까 싶기도 하고. 이 단계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냥 아무나 붙잡고 결혼했다. (전제. 이 전 턴에서 무상 주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서 주택이 없고, 재산이 가장 적은 사람에게 주택을 나누어주고, 그 사람과 주택이 없는 사람들을 매칭 해서 결혼을 했다. 이 전 전략인 다부 다처제보다는 그래도 이게 더 현실적이었...)

법안 발의 후 날치기는 가능하지만, 부정선거는 없기 때문에 언제나 수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금수저의 의견을 묵살했다. (굉장히 비민주적이...) 



<수저 게임> 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니까. 어느 정도 현실에서도 줄곧 사회 관련 도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두 연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면 될 것 같긴 한데, 그게 그렇지도 않은 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안에 투표를 하기 어렵다. 

'먹고사니즘'을 3 턴, 4 턴 뒤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당장의 먹고사니즘의 크기가 너무 크다. 메시지가 퍼져도 개인의 고뇌와 갈등은 멈추지 않을 것.

모두를 위한 정책의 걸림돌? 제약 요소가 단순화되어 있지 않다.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국제 관계 등 까지 고려하면 뭐...

운빨이 통할 리가 없다. 저 반대 상황이 더 많지...

하우스 쉐어 같은 제도가 통과되기도 어렵거니와... 실제로는 금수저 혹은 그에 준하는 세력이 선점한 부동산이 너무 많아서 자원이 더 제약되어 있다고도 생각한다. 

실제로 다 죽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다가는 그냥 빨갱이로 몰려서, 남산 간다.

실제 법안을 발의, 표결할 때 흙수저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대의민주제 아래에서 국회의원에 의해 뽑히고, 그 국회의원은.. 흙수저가 되긴 어렵다. 아무리 해도, 흙수저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수는 적다. 실제 전 국민 대비 흙수저의 수보다, 전 국회의원 대비 그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수가 적다.




세줄 요약.

1. 프로파간다를 사용해 '보드게임' 세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든 흙수저가 살아남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다. 

2. 근데 실제로는 이런 방법은 안 통할 것이다. 이렇게 연대하는 게 쉬우면, 이미 공산주의 유토피아 거나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오지 않았을까. (+) 이 게임은 그냥 지면 지는 거지 라고 외칠 수 있지만 실제 배고픔과 목숨이 걸린 세계에서는 연대가 무 우우우우우우 진장 힘들 거니까.

3. 현실에서 이벤트들은 대체로 흙수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세무조사를 해서 금수저에게 재산을 환수한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상 감상 끝.




사족 1. 

솔직히 이번에 플레이하신 흙수저, 금수저 할 것 없이 심성이 고와서 잘 풀렸다. 한 명이라도 배신하면... 끝장나는 게임이었...


사족 2. 

만약에 솔직히 만약에 음.. 맥주값 내기라도 했으면 아마... 연대는 순식간에 깨지지 않았을까. 금수저가 유혹하기도 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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