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친해지기

아빠와 친해질 수 있을까?

by 슈브

나는 어릴적 우리 집이 화목하다고 생각했다. 커서 생각해보니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과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함께 했고 (할머니와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별 불편함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별일 없음’을 화목함이라 착각했던 것 같다. 거기에 엄마의 밝은 성격이 한 몫 했던거 같고. 부모님이 일을 줄여가시고 나와 동생이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점점 가족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하나 둘씩 맞지 않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 생각했다. ‘아 우리집이 엄청 화목한 집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특히 아빠의 생활 습관은 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거지, 사용한 물건의 정리, 조명을 켜놓는 방식 등 내 방 문을 열고 나서면 여기저기 마음이 들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있었다.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놔주시고, 설거지는 식사하시고 바로바로 해주세요’


처음에는 마치 공유 오피스에서 안내하듯 아빠에게 부탁을 드렸다. 그러다 지켜지지 않으면 화를 냈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면 사과를 드린 후 차분하게 다시 말씀드렸다. 며칠 후 같은 일은 또 벌어져 있었고 결국 바뀌지 않겠구나 포기하며 혼잣말로 (아빠가 다 들리게) 짜증을 내곤 했다.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조금 이해해 주길 바라며 아빠에게 편지와 장문의 카톡 메시지로 여러 번 마음을 전달했다. 물론 아빠도 아빠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력을 함께 해주셨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빠와 나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여러 시도로 두 사람이 모두 지친 시기에는 며칠간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가족은 무조건 친해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번져갔다. 그렇게 한동안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지내다 보면 트러블이 생기지 않아 편한 것 같지만 한 집에서 가족들끼리 서먹하게 지낸다는 사실에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럴 땐 아빠 옆을 지나가며 슬쩍 어깨를 주물러 드리거나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사회, 경제 관련 이슈를 하나 던지며 아빠와 몇 마디 나누곤 했다. 보다 깊은 대화를 통해 본질적인 부분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면 어느새 우리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문제를 직시하려고 할 때 서로 감정적인 말이 오가게 되고 아빠는 항상 그런 상황을 귀찮은듯 회피하셨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나와 아빠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오히려 쓸데없는 불편함을 만들지 않는 어딘가 고장난 관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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