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장례식에서 마주한 아빠의 미소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집에 아빠와 단 둘이 있을 때는 더욱 보기 힘들다. 아빠가 엄마와 대화를 하시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실 때 웃음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그럴 때는 느낌이 묘하다. 물론 아빠도 나의 웃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을거다. 지난해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아빠 친구 분들이 감사한 발걸음을 많이 해주셨다. 60대 아저씨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셨고 아빠는 그 가운데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지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웃는 아빠의 얼굴이 반가웠는지 멀리서 핸드폰을 들어 그 모습을 몇 차례 촬영했다. 아빠에게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찬 ‘아빠’를 걷어낸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살면서 부모님의 만족을 위한 선택을 한 적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오히려 부모님이 추천해주시는 것은 더욱 적극적으로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결혼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 아빠를 위해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고 부모님의 겉모습과 건강이 확연히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끼면서 결혼과 손주를 보여드리는 일로 부모님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아빠의 미소를 많이 본 날이 있었다. 바로 아빠와 엄마가 신랑의 부모님으로 참석한 결혼식. 나는 동갑인 사촌이 한 명 있다. 몇 년간 연애를 하고 올해 3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준비하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결론적으로 사촌의 엄마인 큰이모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끝내 고수하셨다. 큰이모부는 일찍 돌아가셨고 사촌은 오랜 고민 끝에 우리 부모님께 혼주 역할을 부탁했다. 나도 처음에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부모님이 흔쾌히 부탁을 승낙해 주셨다는 것과 사촌과 부모님이 이런 부탁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 감사했다. 동시에 아직 신랑 혹은 신부의 부모로서 결혼식에 참석해 본 적 없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사촌의 결혼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지만 혼주석에 앉아 계신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는 마음은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아빠와 엄마도 많은 사람들 속에서 웃고 계셨지만 마음이 뒤숭숭 하셨을거다. 그날 저녁 엄마는 친구 분과 식사를 하러 나가셨다. 얼굴이 핑크빛이 된 엄마를 마침 나도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마주쳤다.
‘술 드셨어?’ ‘마셨다! 오늘은 술 한 잔 해야지’
아빠도 술 한 잔 생각이 나셨을까.
오랜만에 아빠와 엄마의 웃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날인데 뭔가 마음이 아렸다.
‘예행 연습 제대로 하셨으니 내 결혼식은 안 우시겠어’
‘아니, 지금 생각만 해도 눈물나’
내가 결혼을 하면 엄마는 많이 우시겠지만 아빠는 정말 많이 웃으실것 같다. 아빠의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