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단 둘이 여행

by 슈브

‘아빠 이번 달에 시간 어떠세요? 여행 가실래요?’


아빠에게 오랜만에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1월 중순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하면서 시간 여유가 있을때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 추억이 아빠와 나의 관계를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아빠에게 처음으로 여행을 제안했던건 5년 전쯤이었다. 표현에 약한 아빠의 리액션이 미지근했고 일정과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도 애매한 반응이셔서 며칠 만에 여행 제안을 조용히 철회했던 기억이 있다. 몇 년만의 여행 제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쿄 어떠세요?

‘오사카가 낫지 않나?’


(하루가 지난 후)

‘아 근데 엄마랑 다음 달에 일본 가기로 했다’


(며칠이 지난 후)

‘뭐 통영도 좋고’


아빠는 절대 ‘다음에 가자’, ‘별로 가기 싫은데’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혼자 그렇게 오해를 하는건지 아빠와 카톡을 주고 받으며 또 다시 힘이 빠지며 굳이 이런 노력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작년에 친한 동생 한 명이 은퇴한 아빠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던 중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메시지나 편지를 단 한 번도 드린적이 없다고 했다. 술도 한 잔 한 김에 지금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내라고 강요했고 그 메시지를 계기로 한 달 후 동생은 아빠와 단 둘이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정작 나는 지금까지도 아빠와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다. 아빠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얼른 떠나야하는데 그 마음이 다 식을때까지 아빠는 미적지근하다. 물론 내 마음이 빠르게 식는 것도 큰 문제인건 맞다. 아빠도 아들과 단 둘이 떠나는 여행에 부담을 느끼시는 걸까. 조만간 수술을 앞두고 계셔서 몇 달간은 불가능하지만 회복 후 아빠의 몸 상태에 따라 여행을 한 번 밀어붙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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