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병원

by 슈브

환자복을 입은 아빠를 처음 마주했다. 아빠는 며칠 동안 복통을 참으시다가 응급실에 가셨고 담낭염 진단을 받으셨다. 고통을 참는 동안 염증이 커졌고 당장 수술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일주일 정도 입원하며 염증을 빼내는 시술을 하셨고 복부에 주머니를 찬 채로 퇴원하셨다. 한두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에야 수술 가능 시기가 결정된다. 환자복을 입은 아빠를 보니 뭐라도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들노릇. 퇴원날 생선구이가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아빠가 콕 집어 말씀하신 아차산역 부근 식당으로 향했다. 담낭염에 좋은 음식과 안 좋은 음식을 찾아보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퇴원 후 2-3일 정도 지나자 아빠의 컨디션이 돌아오고 염증 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도 적응을 하신 것 같았다. 점점 나의 아들노릇이 어색하신지 오히려 귀찮으신 뉘앙스를 풍기셨다. 아침저녁 가릴 것 없는 엄마와의 사소한 말다툼들도 다시 시작되었다. 속으로 ‘아직 덜 아프시네’하는 못된 생각까지 들었다.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시면서 보다 너그러워진 아빠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기대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작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사업가로 살아오시며 일에 엄격한 만큼 자식에게도 매우 강압적인 아빠셨다. 친구의 진로, 가치관, 결혼 등 자식의 삶을 본인이 모두 좌지우지하려 하셨다. 친구는 어릴 때부터 아빠에 대해 말할 때 항상 이 문장을 반복했다.


‘우리 아빠 알잖아. 대화 안되는거’


얼마 전 이제는 귀여운 딸아이의 아빠가 된 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빠’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날도 친구는 위 문장을 뒤풀이 했고 ‘아빠는 안 변해’로 결론을 내리려 했다. ‘아냐 우리 아빠는 그래도 노력을 좀 하셨어’ 맞다. 우리 아빠는 친구 아빠에 비하면 확실히 노력하시는 편이고 아주 가끔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거라’라는 말도 몇 번 해주셨다. (기분 좋으신 날, 카톡으로만) 아빠도 아빠 친구 분과 만나 아들과 대화가 안된다는 고민을 나누실까. 그 대화에서 ‘그래도 우리 아들은 노력을 좀 하지’하는 생각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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