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35년 동안 회사 생활하면서 그렇게 굳어진거야’
‘아빠는 군대 안 갔다 와서 그래’
‘아빠는 관심없어 그런거’
정말 아빠는 취향도 없고 배려도 없고 남의 말을 듣지 못하고 정리를 싫어하는 사람일까? 나는 계속해서 아빠는 그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알고 있다. 아빠도 즐겨 들으시는 클래식이 있고 카페에 가면 (거의 가지 않으시지만) 에스프레소를 드시고 어릴 때부터 내 친구들에게 언제나 존댓말로 인사해주실 줄 아는 분이라는 걸.
아빠는 아들인 나에게 단 한 번도 ‘아들 맥주 한 잔 할까’ 아니 ‘아들’이라고 부른 적도 없는 것 같다. 아빠는 아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은 걸까. 나는 나중에 아들이 생기면 친구처럼 함께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공유하고 싶은데. 아빠도 할아버지와 서먹한 관계였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그런걸까. 나도 내 아들과 내 마음처럼 쉽게 친해지기 힘들까.
아빠와의 대화가 점점 힘들다. 아빠가 말을 걸면 굳은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네?’ 혹은 ‘왜요’를 내뱉는다. 아빠의 모든 행동과 말 심지어 헛기침 소리까지도 거슬린다. 이번 연재를 통해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마 아빠와 친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빠에게 웃는 얼굴로 다가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내가 먼저 아빠에게 맥주 한 잔 하자고 치근덕거리는 적극적인 행동일 것이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든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