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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야 언제나 사랑스러운 것들

by 슈브

누가 봐도 언제나 사랑스러운 것들.


카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엄마 품에 안겨 나를 보며 미소 짓는 세 살 아가.

추운 겨울이 지난 후 오랜만에 마주한 화창한 봄날, 고개를 살짝 들면 눈에 가득 담기는 꽃잎들.

수줍은 마음을 용기 내 전했을 때 ‘나도 너 좋아해’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술.

정신 없던 하루, 커피를 건네주시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해주시는 카페 사장님의 따스한 입꼬리.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콩나물국밥’이라고 망설임 없이 외치던 그녀의 해맑은 소탈함.

어색하게 돌린 물레로 처음 만들어본 작고 소중한 정체불명의 종지.

롱디를 시작한 연인에게 보내는 긴장과 사랑 가득한 영상편지.

베를린 어느 의류 매장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누워있는 강아지의 여유로움.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누가 봐도 사랑스러울 때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일까. 당연한 사랑일까 아니면 쉬운 사랑일까.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더이상 누가 봐도 사랑스럽지 않을 때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일까. 정든 사랑일까 아니면 진짜 사랑일까.


내가 봐야 언제나 사랑스러운 것들.

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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