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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Mar 12. 2018

담담하게 잔잔하게

리틀 포레스트, 효리네 민박 그리고 윤식당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오직 담담할 뿐이다.



평소 좋아하는 두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예매했다.

영화관 건물에 도착하니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잠시 서점에 들렀다.

인문서적 코너에서 두 번째로 펼쳐본 책의 제목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채근담>.

첫 번째는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었는데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 인생의 절반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나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집어 들었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삶의 지혜 정도로 표현할 만한 문구들이 반복됐다.

15개 정도의 문장을 읽고 상영 시간에 맞춰 영화관 안으로 향했다.

영화는 제목답게 숲의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인생의 의미, 취직, 귀농, 우정, 엄마와 같은 영화 속 이야기의 소재들에 의미를 두었을 거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채근담>의 한 구절만이 떠올랐다.



참다운 맛은 오직 담담할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입을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려 크게 웃거나

나처럼 혼자 영화보러 온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창피할 정도로 울거나 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미소와 가슴이 잠시 먹먹해지는 기분이 교차될 뿐이었다.

담담하고 잔잔했다.


요즘 즐겨보는 <효리네 민박>과 <윤식당>을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우리의 가슴 속에 꽂혀서 오래오래 그 곳에 머무르는 감정은 이렇게 담담하고 잔잔한 것이다.

워낙 자극적이고 격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여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채근담>의 이어지는 구절은 이것이다.



신기하고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아니다.

지인(至人)은 다만 평범한 사람일 따름이다.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얻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삶을 추구한다.

동시에 그러한 목표를 조금 먼저 이룬 자를 우러러본다.

이러한 사회적 경향은 매우 짙게 깔려있다.


과연 그것이 참다운 맛, 참다운 사람이 되는 올바른 길일까?


평범하면서도 도를 놓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삶.

그렇게 담담하고 잔잔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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