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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Apr 27. 2018

여행은 자유, 인생은 패키지

우리는 100년짜리 패키지 인생을 살며 3박 4일 자유 여행을 꿈꾼다.

2000년,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첫 방학을 맞이했다.

첫 방학을 기념하는 의미로 어머니 그리고 초등학생이던 여동생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에 대해 기억나는 건 딱 두 가지.

아키하바라의 큰 건물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디든 함께 타고 이동했던 대형버스.

당시는 패키지 여행이 일반적이었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해외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간다는 건 어머니에게 너무나 부담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여행 이후, 단 한 번도 패키지 여행을 가지도 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의 개인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 여행이 일반화 되었다.

패키지 여행은 우리가 원하는 '국가'만 정하면 나머지 사항들은 모두 정해진 스케줄과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진행된다.

반면 자유 여행은 우리가 설정한 여행의 컨셉에 따라 장소, 시간, 숙박, 음식, 교통 등의 모든 사항들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현지 상황, 개인적인 마음의 변화 등으로 자유롭게 계획을 수정하며 여행을 진행할 수 있다.

에펠탑이 보이는 테라스 카페에 앉아 낮부터 와인을 마시며 반나절을 보낼 수도 있고

일본 유학생 친구의 도쿄 추천 맛집 리스트를 손에 쥐고 어머니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자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우리들의 인생은 어떠한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고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에 취직해 경력을 쌓는다.

서른 전후의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또 다시 적당한 나이가 되면 애 엄마, 애 아빠가 된다.

물론 이러한 삶이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패키지 여행도 장점은 많으니까.

자유 여행보다 패키지 여행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꽤나 많으니까.


하지만 우리들의 인생도 자유 여행을 하듯이 각자만의 계획대로 이끌어 간다면

모두가 좀 더 스스로 정한 '행복'의 기준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100년짜리 패키지 여행은 생각만 해도 좀 끔찍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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