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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May 21. 2018

꼭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할까

이러다 재수 없으면 철 들 거 같다.

2015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행했다.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일.


"옷 만드는 거지 뭔 브랜드야"

"옷 장사한다는 거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나 그것을 판매하는 일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도 '브랜드,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는 브랜딩이라는 개념에 더욱 빠져 있었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브랜드, 브랜딩을 말하고 다녔다.

난 옷 장사가 아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실행하는 멋지고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향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면서

그 이름만 들으면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공통적인 이미지가 있고 

그 이미지가 점점 더 공고하고 풍부해지는 것.

나아가 소수로 시작해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에 사랑과 신뢰를 쌓는 것.

'브랜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ADULESCENT' (아듀레쌍)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ADULESCENT은 어른을 뜻하는 ADULT와 청소년을 뜻하는 ADOLESCENT의 합성어다.

새롭게 만든 단어는 아니고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프랑스, 유럽 쪽에서 존재하고 있던 단어다.

대신 단어의 뜻을 나름의 의미를 더해 재정의했다.

기존의 '청소년스러운 어른'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철 들지 않은 어른'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의 철 들지 않음은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넌 언제 철들래?"의 질문에서 가져왔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기고 지속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은 아니 친구들도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철 들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는 이들을 '철 들지 않은 어른'이라고 표현했다.


'철 들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철 들지 않는 어른들이 만드는 브랜드'


아듀레쌍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브랜드 로고와 메시지 'NEVER GROW UP'이 들어간 아듀레쌍 아이템들>


<ADULESCENT INTERVIEW :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아듀레쌍'들의 영상 인터뷰>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라고 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라고 말하는 행위가 꽤나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고 각자 인생의 목표, 가치관이 다르다.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생각하기 보다는 고등학교 때부터 몇 개씩 알바를 뛰고

대학은 포기하고 장사를 배우며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

하고 싶은 거 딱히 없고 공무원이 되어서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하고 결혼하고 나중에는 연금 받고 여행하면서 사는 것이 목표인 것.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의 환경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디자인해 가고 있다.

모두가 각자의 정답으로 살고 있으며 아무도 틀리지 않은 것이다.


사실 서른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것이 좀 없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당장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다시는 회사 안들어 가고 나만의 무언가를 해야지 라는 결심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제주도 펜션, 건대 공동 작업실, 테솔 공부, 코딩 선생님 그리고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

뭐 퇴사 후에도 이것저것 하고는 있지만 여러 부분에서 안정적인 삶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해 하며 다시 취업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냥 웬만한 회사 들어가서 월급 받으면서 주말에 데이트하고 연차내서 여행가고.. 브랜드를 만든다거나 나만의 인생을 살아야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뭐 이런 고민은 그만 하고..'


이쯤되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외치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정말 내가 원해서 그랬던 걸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멋있다고 칭찬해줘서 어떤 부심 같은 게 생겨버렸던 건 아닐까?'

'난 남들과 달라, 멋지게 살거야 라는 분에 넘치는 욕심, 오기만 부렸던 것은 아닐까?'


물론 다시 회사원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나만의 무엇,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꼭 다시 실행해야지 라는 마음은 가슴 한 켠에 항상 지니고 있다.

사실 지금 회사를 다시 들어갈지 새로운 일을 다시 만들어 낼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좋은 고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을 즐길 수 밖에.

몇 년 후에는 '꼭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실행해야 해'라고 다시 말할 수도 있는거고.


Don't get me wrong.

I'm not an unhappy person.

Quite the contrary.


http://www.adulescent.kr/Soomin-Yim-street-photographer

http://www.adulescent.kr/Sohyun-Jeon-actress

http://www.adulescent.kr/We-are-adulescent-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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