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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May 14. 2018

너무 멀리 보지마.

금방 지쳐요.

나는 사단장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물론 환경적으로 일반 병사보다 조금 편할 수는 있지만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 새벽 예배를 갔고 하루에 2번씩 세차를 하고 24시간 언제든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도록 긴장하고 있어야 했으며 주위 간부님들의 관심과 감시의 시선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재미없는 나의 군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군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행군'을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훈련병, 상병 유격 훈련 때 두 번의 행군을 경험했다.

수십 키로 떨어져 있는 목표 지점은 출발 할 때는 보이지도 않는다.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지평선만 보일 뿐이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체력이 충분할 때는 끝이 없어 보이는 지평선을 바라보면서도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조금씩 숨이 차오르면 끝날 것 같지 않은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면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바로 앞 사람의 발 뒤꿈치 혹은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나의 발끝에 시선을 고정해야 걸음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게 걷다가 가끔씩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어느새 목표 지점에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될거야'

'이태원에서 가장 잘나가는 술집을 만들거야'

'중국에서 사랑받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거야'

'연매출 1000억의 스타트업을 만들어 낼거야'

'열심히 일해서 최연소 임원이 될거야'


어릴 적 "꿈은 크게 가져야 되"라는 말을 꽤나 자주 들었다.

꿈의 크기가 커야 실제로 그 꿈까지는 못 이루더라도 어느 정도 큰 사이즈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서.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우리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목표는 본인만이 정할 수 있는 것이고 그 크기의 측정 또한 본인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지치지 않도록 행군을 하듯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목표를 갖는 것도 힘들지만 목표를 이루는 것은 더 힘들다.

보이지 않는 행군의 목표 지점처럼 우리가 설정한 목표의 결승선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보이지 않음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행군이든 마라톤이든 너무 멀리만 바라보며 지치지 말자.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한 걸음을 내딛는 것에 집중하자.

물론 그 행군과 마라톤 결승 지점의 위치는 본인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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