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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Dec 02. 2018

예술적 상업적 대중적

코코 카피탄 전시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구찌와의 협업으로 처음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팬이 되었어요."

"그녀의 삶, 작품 세계가 궁금해요. 작품을 통해 그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요."

"새파란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었어요. 위로가 되었죠. 그녀를 더 알고 싶어요."


대림 미술관에서 코코 카피탄의 전시가 한창이다.

사실 그녀의 이름은 이 전시를 통해 처음 접했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가 맘에 들어 관심이 생겼고 관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그녀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눈에 익숙한 구찌 티셔츠가 보였고 '꿈, 아티스트, 죽음' 등과 관련해 깊게 사유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여러 문구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전시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출처 : 대림미술관>


나름 들뜬 마음으로 전시장에 도착해 티켓을 구매했다.

관람을 시작하기 위해 한 층을 올라간 순간 수 많은 인파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글과 사진을 하나하나 둘러보려는 순간


'찰칵찰칵찰칵찰칵'

'자기야 저기 서봐'

'아니 가로로 다시'


특히 구찌와의 협업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쉼 없이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의 첫 번째 이유는 그녀가 구찌와 함께한 작업 중 가장 크게 조명된 문구가

'Common sense is not that common'이라는 점이었다.

그녀의 작품을 보러 온 건지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모르겠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그녀의 상식에 대한 표현이 그 문구, 그 작품 코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출처 : 구찌코리아>


두 번째 이유는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을 통해 예술과 상업에 대한 수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그녀의 작품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상업적이고 비예술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추상적인 사진, 은유적인 메시지만이 아닌 직접적이고 명확한 문구가 함께 한다.

예술과 상업에 대한 끝없는 그녀의 고민이 느껴지는 여러 문장들 앞에서 티켓값을 지불하고 당당하게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잘 나오기만을 고민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슬픈 웃음으로 이어졌다.


"코코 카피탄의 전시를 보러 온 이유가 뭐죠?"


"구찌와의 협업으로 처음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팬이 되었어요."

"그녀의 삶, 작품 세계가 궁금해요. 작품을 통해 그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요."

"새파란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었어요. 위로가 되었죠. 그녀를 더 알고 싶어요."


찰칵


"대림 미술관에서 하는 거라서요."

"데이트 코스로 보고 밥 먹으러 가려구요."

"전시도 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도 찍으려구요."


여자가 남자를 들고 있고, '상식은 그다지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며 아디다스 광고 카피에 나이키 신발 이미지를 넣으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전시를 보며 규정된 혹은 올바른 전시 관람 태도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잘 알지도 못하기도 하고.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 상업 그리고 대중' 이 세 부분이 어떻게 올바른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술가는 본인이 예술을 하는지 몰라야 한다.

작품이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누군가의 현대적 방식이다.

예술적이든 상업적이든 대중은 그 전시, 작품으로부터 본인 혹은 타인들이 느끼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출처 :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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