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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Dec 13. 2018

새로운 자극 : 내추럴 와인

와인을 더 자주 마시려는 의도는 아니다.

2018년 12월 첫째 주,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이왕 가는 김에 좋은 먹거리, 볼거리를 한 곳 정도씩은 정해놓고 가고 싶었다.

그 중 먹거리는 스시와 와인을 중점적으로 검색했다.

후쿠오카의 와인바를 찾아보다 우연히 '내추럴 와인'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와인을 즐기는 문화'를 일컫는 용어라고 생각했다.

요즘 이태원, 강남 일대에서 소주 마시듯이 가볍고 캐주얼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는 추세이고 실제로 그런 곳에서의 와인 한 잔이 빈번해지는 개인적 경험과 연결된 듯하다.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어떠한 현상이 아닌 실제 와인을 칭하는 용어였다.


'최소한의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양조 과정 중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또한 어떠한 것도 제거하지 않고 발효한 와인' - 이사벨 레제롱 (Isabelle Legeron MW)


그렇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자연의, 자연 발생적인 와인을 뜻한다.

와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내추럴 와인만 마시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큰 와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니 내추럴 와인 역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후쿠오카 내 내추럴 와인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한 와인 관련 기사를 통해 후쿠오카의 내추럴 와인바 몇 곳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와인바라기보다는 '와인 술집'이 더 어울리는 곳들이다. '내추럴' 와인을 고급스러운 와인바에서 즐기는 것이 뭔가 모순적으로 느껴져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공간들을 찾게 되었고 그 중 'minnano-kochang'을 선택했다.


<민나노 고짱의 명함>


민나노 고짱은 평범하게 생긴 맨션의 101호에 자리 잡고 있다. 크기는 커봐야 4-5평 정도.

조심스레 문을 여니 일본인 남자 손님 두 분과 사장님이 고개를 내미셨다.

'어디서 왔냐,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대답한 후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내 생애 첫 내추럴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내추럴 와인이 처음이라고 말한 내게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남프랑스 레드 와인, 도멘 레옹 바랄 '포제르'.

이미 사케와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지금껏 접해온 와인과는 다른 맛이 느껴졌다. '더 맛있다, 맛없다'보다는 '다르다'가 느껴진 나의 첫 내추럴 와인과의 만남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포제르는 '내추럴 와인의 정석'과 같은 친구라니 아페쎄 후드를 입고 무심히 와인을 따라 주신 사장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민나노 고짱에서 처음 접한 내추럴 와인 '포제르'>


한국에 돌아와 지금까지 정말 '즐기기'만 했던 와인을 앞으로는 '공부하며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첫 걸음으로 국내 와인 아카데미를 통해 WSET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다.

동시에 내추럴 와인 관련 서적들과 자료들을 통해 내추럴 와인을 깊이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2년 이내에 내추럴 와인 생산지들을 방문하고 3년 이내에 아주 작은 규모의 내추럴 와인바를 오픈할 것이다. (내추럴 와인 '술집'이 더 어울릴만한)

기회가 된다면 내추럴 와인 생산지에서 일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언젠가 직접 내추럴 와인을 생산해 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와인의 이름은 'ADULESCENT'.


출퇴근의 반복적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여행에서 뜻밖의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

이 자극이 새로운 시작에서 그치지 않고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즐겁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함께 여행을 다녀와준 다운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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