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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Apr 29. 2019

꿈틀대는 배타성을 경계하라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다고 잔나비를 모른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아주 살짝 인상이 찌푸려질 때가 있다.

'줄과는 상관없이 버스나 지하철 문에 마구 자신의 몸을 들이미는 사람'

'검은 수트에 흰색 양말을 신고 이어폰 밖으로 자신이 듣는 음악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사람'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

'(내가 느끼기에) 멋없는 음악, 영화 등의 취향을 드러내는 사람'

'언제 어디서든 욕설을 자연스럽게 섞어 말하는 사람'


물론 공공질서나 매너, 환경보호와 관련된 행동들은 누구나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나 가끔 사회적으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 혹은 단체들의 '배타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인상이 찌푸려질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말이다.


몇 달 전 홍대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환경보호와 관련하여 비건을 체험하고 싶어 검색을 통해 찾아갔다. 포근한 인테리어부터 깔끔한 음식까지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좋은 첫인상을 잊지 못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한번 식당을 찾았다. 새로운 메뉴를 시켜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6-7명 정도의 직장인 무리가 왁자지껄하며 우르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비건이야?" "저번에 왔었는데 맛있더라고요." "진짜 고기는 없어? 뭐가 맛있나~" 수저와 포크 소리만 들리던 식당 안이 순식간에 '말'로 가득 찼다. 그들은 주문을 위해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분께 메뉴판을 요청했다.


"지금 메뉴판을 다 보고 계셔서요. 좀 기다리세요."


말투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느끼고 있던 갑작스런 시끄러움에 대한 불쾌함을. 그러자 그 무리 중 한 명이 혼잣말을 남겼다.


"사장님 되게 시크하시네."


물론 그 단체 손님 분들이 매장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누가 봐도 비건을 즐기거나 실천하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도 소란스러운 그 손님들이 거슬렸지만 메뉴판에 대한 직원분과 손님의 대화를 듣고 난 후에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혹은 일하시는 분들이 '비건'이 좋은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길 진정으로 원한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저기 비건도 잘 모르시면서 괜히 와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밥 먹고 가주세요'라고 고객들이 느끼지 않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언행을 행하지 않는 사람을 보며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그다음은 조금의 우월감에 취한 뒤 '저 사람은 안돼, 쯧쯧'과 같은 마음을 품게 될 때가 있다. 혹은 내가 추구하는 취향을 중시하며 그 취향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타인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나아가 조금 무시하고 '넌 멋없어'라고 단정 지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사회적 책임감과 실천, 멋진 취향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과 단지 '다를' 뿐인 타인들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한 명의 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긍정적인 가치들이 더욱 뻗어나가도록 앞으로는 이렇게 대처해 보면 어떨까.

새치기하는 사람에게는 웃으며 "순서를 지켜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한 옷차림에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는 그분의 패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죄송한데 음악 소리 조금만 줄여주실 수 있을까요?"

길에 침을 뱉고 담배 냄새를 풍기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화난 표정이지만 차분한 어투로 "여기는 금연 구역이니 담배는 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와 다른 취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궁금증을 가득 품은 순진한 표정으로 "이 음악의 매력은 어떤 거죠?"

욕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단호한 말투로 "욕은 듣는 사람도 힘들지만 말하시는 분의 인상에도 좋지 않으니 자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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