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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Jan 19. 2024

가끔은 마음만 먹어도 괜찮아

당신은 실행력이 좋은 사람인가요?

'실행력 좋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속을 가득 채운 온갖 걱정, 염려, 두려움을 숨기며 '나는 이번에 이런 걸 할거야'라는 말을 주변에 퍼트린다. 이미 퍼져나가버린 말들을 책임감으로 주워담는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불안은 'Just do it'을 밥 먹듯이 외치는 자기 계발, 동기부여 관련 숏폼을 통해 해소한다.


'가만히 있는것 보다는 무언가 해보는게 훨씬 나아'


스스로가 실행력이 약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내 계획을 친한 지인들에게 공유하고 이를 실행으로 이어지는 동력으로 삼았다. 이 방법을 통해 20대부터 꽤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30대 중반이 되면서 프로젝트당 자금의 단위나 노력의 정도가 과거에 비해 점점 커졌고 한 번의 의사결정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음을 느낀다.


'지속'이라는 카페를 운영한지 올해로 5년차가 되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카페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카페 운영이 목표는 아니었기에 식음료 외에 전시나 팝업을 통해 카페가 아닌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2,3년차에는 온오프라인 편집샵의 형태로 뻗어가고자 생각했다가 어느새 '카페'로 인식된 공간의 특성을 유지하고자 커피, 음료 외에 비건 베이커리를 조금씩 늘려갔다.


23년 12월, '맛있는 비건 베이커리를 만들자'라는 마음을 먹어버렸다. 또 다시 주변에 내 계획을 알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다. 베이킹 머신을 구매하고 인력을 채용하며 생각으로만 존재하던 베이커리의 모습이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진행을 이어나갔다.


'나는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12월 말, 아직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빵, 뺑 스위스를 비건으로 만들어냈다. 소금빵, 크루아상 같이 현재 주목받는 빵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빵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을 비건으로 녹여냈다. 이미 벌인 일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분들께 빵을 선보이고 맛있는 비건 베이커리로 자리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은 일을 꼭 다 실행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서 앞으로도 마음 먹은 일은 웬만하면 행동으로 옮길테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마음 먹는 일에 보다 신중해 질 것은 확고해졌다.


가끔은 마음만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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