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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01. 2020

나홀로 업무일지 쓰는 유익

1인 기업형 인간의 실행법#2_자기통제

지긋지긋했던 일일 업무일지를 다시 쓴다. 누가 쓰라고 한 건 아니다. 회사 다닐 때 업무일지는 통제의 상징이었다. 직원들이 매일 한 일을 일일이 취합해 보고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이 일을 맡은 팀 막내나 인턴사원들은 하루 일과가 끝날 때쯤 분주해다. 팀원 한 명 한 명한테 자료를 모으고, 독촉하고, 정리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물론 이런 방법이 느슨해지는 조직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자율적 일처리를 중시하는 내게는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자유를 찾아 자발적 퇴사자가 된 지금 왜 다시 업무일지를 쓸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현재, '나홀로 업무족' 느낄 고충과 같은 이유 아닐까.


통제 수단인 업무일지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아이러니하다. 그것은 바로 혼자 일한다는 것의 자율성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무한한 자유라는 즐거움 이면에 있는 책임성이 바로 그것이다. 1인 기업으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이 있다. "어디서 일하세요?", "사무실이 있나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한다"라고 하면 또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 "혼자 일하면 자기 관리가 어려울 텐데......" 맞는 말이다. 생각보다 혼자 일하기 쉽지 않다. 1인 기업이라도 어떤 때는 밤을 새기도 한다. 낮에 몇 시간 일해도 회사 때 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 오롯이 내 일이다 생각하면 성과나 집중력도 높다. 하지만 매일이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더 그렇다. 일할 의욕이라도 떨어지면 큰 일이다. 직장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출근하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 다시 업무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1인 기업은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날마다 정해진 업무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독립 직업인에게는 가장 큰 일이다. 직장에서 독립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렇다. 아니, 이전보다 더 절실히 그런 것을 느낀다. 퇴사 때 하는 각오나 격정적인 감정 같은 것들이 점점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손에 잡히는 성과는 별로 없고, 통장 잔고는 자꾸 줄어든다. 진퇴양난이다. 어떻게 회사를 나오던 처음 그 마음을 가지고 힘차게 나만의 기업을 세워갈 수 있을까. 혼자서도 목표한 일들을 멋지게 이뤄내면서 말이다.


1인 기업, 또는 혼자 일하기의 성공 비결은 자기통제력에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를 설립해 잘나가는 1인 기업으로 독립한 최윤섭 소장은 그의 저서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1인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자기 통제 혹은 자기 규율이라고 생각한다. 엄격한 규율 하에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1인 기업가로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기통제력이란 무엇인가?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 중 한 명으로 꼽힌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심리학적 방법을 제시한 '어떻게 최고의 나를 만들 것인가'에서 한 말이다. "자기통제력은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유혹과 문제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내는 내적인 힘을 말한다. 사실 자기통제력은 목표 달성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또 그녀는 자기통제력이 타고난 것은 아니며, 근육처럼 키울 수 있다고도 했다.


통제력을 높이는데 업무일지는 꽤나 도움이 된다. 이전 직장 다닐 때 굉장히 저돌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상사가 새로 왔다. 얼마나 의욕적이였던지, 전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회사 곳곳에 CCTV를 달 정도였다. 그 상사가 또 하나 새롭게 도입한 것이 바로 전 직원 업무일지 적기였다. 업무일지는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적어 관리하고, 정보를 장악하고, 주요 과제를 팔로업하고, 세부사항을 파악해 집요하게 목표를 파고드는 데 효과가 있었다. 사업 목표와 달성률을 꾸준히 체크해보는 것만으로도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됐다. 이 모든 것을 상사가 직접 보고 관여하지 않더라도, 한 일과 성과를 적어보는 것 자체가 직원 개개인에게 충분히 심리적인 자극이 됐다. 업무일지가 통제력과 목표 달성률을 높이는 건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적는 업무일지는 더 유익이 크다. 우선, 강제로 일지를 쓸 때 느끼는 피곤함과 자율성 침해라는 폐단이 없다. 또 방어적이거나 과장할 필요도 없다. 자기가 자발적으로 세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적절한 통제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자신의 행복과 성공으로 가는 경주의 필수 코스와도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늘 처음 마음 같이 동기를 유지하고 자신을 채찍질할 수도 있다. 100미터 단거리가 될지, 마라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목표지점에서 받을 메달과 상급을 생각해보자. 어떤 수고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제력을 높이자. 업무일지든 뭐든 그 방법은 상관없다. 목표 실행 과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니, 자기통제력만 있다면 그 시간조차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통제력이 있는 곳에 성취가 있고, 누구나 뭐든 성취한 것은 있다. 그 말은 결국 진심으로 꾸준히 한 일을 이룬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사랑하며 그 과정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자기 통제의 시작이다. 다시 나홀로 업무일지를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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