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분야에서 '구글', '애플'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간단하게 그 원리를 적용해 볼 방법이 있다. 바로 모임 운영자가 되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의 한 방법이다. 2000년 중반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앱 스토어에서 이런저런 앱들을 다운로드하여 자기만의 사용자 경험을 직접 설계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당시 그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세상을 바꿔 놓았다. 플랫폼은 이런 앱 스토어, 운영체제 그 자체를 말한다. 앱과 같은 다양한 혁신, 개인 맞춤형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된다. 산업 간 벽이 허물어지고 온, 오프라인 상의 모든 게 융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종 승자다. 구글 회장 에릭 슈밋도 자신들의 성공 비결이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했다. 아무리 뛰어나고 많이 팔리는 앱이 있어도, 그 판을 벌이고 운영하는 앱 스토어만큼은 못하다. 애초 판이 없다면 어떤 앱도 있을 수 없고, 모든 앱의 성공이 결국 스토어를 키워주는 하나의 이벤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스토어, 운영체제가 받는 영광(?)과 기회가 바로 모임 운영자의 유익이기도 하다.
근 한 달 동안 6-7개의 모임을 구상하고 개설했다. 1인기업 연구회부터 독서, 글쓰기, 온라인 친목, 상호 부조, 공동 구매 등 모임 형태도 다양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원이 잘 모이지는 않았지만, 어떤 모임은 모집 인원이 넘어 기수를 하나 더 만들었고, 관심 끈 모임도 더러 있었다. 아래가 그 모임이다. 하나 빼고 다 새로 만들었다.
월천 1인기업 연구회
1인기업 월간 독서회 '일독회'
지지옥션 공동구매 모임 '지공' 1-2기
누구나 책쓰기 클럽 '누책클' 3기
실행 아티스트, 사행시를 쓰는 사람들 'ㅅㅆㅅ'
인생 첫 책쓰기 조작단
이런 모임들은 당장 큰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새로운 사업 개발의 밑바탕이 된다. 낙수물이 바위를 쪼개듯 나중에 가면 큰 힘을 발휘한다. 롱테일 상품이나 깊은 바다에 쳐둔 정치망 그물처럼 두고두고 효과를 낸다. 당장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더라도 우선 구조를 잡고, 개설해두면 된다. 해당 분야 사업 전개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고객 중심, 수요 기반의 사업 전략을 짜는데 더없이 좋다.
이전 직장은 교류가 주 업무였다. 교류란 국내외 사람들을 이어주고 새로운 가치, 협력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주는 중심 플랫폼 역할을 했다. 말이 좋아 교류고 플랫폼이지, 실상은 전시, 컨벤션 및 행사 대행이 주 업종이었다. 사업자등록상 그랬다. 사람 모이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일이었다. 워낙 습관이 되다 보니, 아이디어만 나오면 모임 몇 개 만들어 운영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거의 사람이 모이는 대부분의 형태의 행사는 다 해봤다. 몇 백 명이 모이는 포럼이나 콘퍼런스부터, 기업인들 매칭 시켜주는 비즈니스 상담회, 투자 설명회, 외국어나 전문분야, 교양 등 정기 강좌, 업계 관계자 간 교류모임, 친목의 밤, 역량강화 워크숍, 전문가 초청 세미나, 야유회, 여름캠프 등 셀 수 없었다. 당시 부서가 작았을 때는 1인 기획사가 되어 초기 계획부터, 홍보, 모임 준비와 운영, 사후관리까지 혼자 도맡아 했다. 포럼 같은 큰 행사 때는 아무리 서포터들이 있어도 몸이 열개라도 모지랄 지경이었다. 이런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모임 운영자의 유익은 무엇인가?
모임 운영자의 유익은 확실한 고객 기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좋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퍼뜨리고 판매하기 수월하다. 생소한 상품이라도 정기 모임으로 다진 고객과의 신뢰 관계는 큰 도움이 된다. 모임 시 잠재 고객 관계 만들고, 직간접적으로 원하는 내용을 노출시키고, 협력의 기회 만들 수 있다. 모임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기도 한다. 취향을 이어주는 트레바리 독서모임, 소셜 살롱 등의 경우 단순한 기능을 넘어 교류의 이점을 잘 살려 고급화한 경우다. 구독 경제처럼 자신이 제공하는 정기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정 고객을 만들 수도 있다. 인맥 만들기도 좋다. 모임 운영자로서 만난 사람은 확실히 자기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자기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자신의 의도대로 관계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질 높은 관계를 형성하기 좋다. 홍보 효과도 크다. 모임을 개설하는 것 자체로 컨벤션 효과를 본다. 온라인 여러 채널에 알려지고, 관심자들을 끌어당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학습과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관련 분야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촉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적 성취에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런 대가 없이 모임을 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떤 모임을 열까? 해당 분야 권위자이거나 유명인이 아니라면, 확실한 효용이 있는 분야 모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근 여러 개의 모임을 열었지만, 실제 성사된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도 있지만, 많은 팬이나 팔로워 등 고객 풀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다면 신규 모임 개설은 쉽지 않다. 그때그때 필요한 홍보 방법과 플랫폼을 찾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블로그나 SNS에 홍보하고, 고객 리스트에 메일 뿌리고, 모임중개 사이트에 등록하는 등 온, 오프라인 상에 직접 홍보해야 한다. 요즘은 대형 포털 '우리동네' 같은 소소한 모임 홍보코너도 있고, 온오프믹스, 소모임 등 전문 사이트도 있다. 하지만 모임을 열고 유지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모임 홍보하다가 고객 빼간다고, 자기 룰 안 지켰다고 눈치 받기 예사다. 더러는 게시 글이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성사된 경매 사이트 공구 모임은 참여로 얻는 이익과 운영 목적이 분명했다. 비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다른 대체제가 별로 없는 확실한 필요성이 있었다. 이런 모임은 때론 목적 공동체의 역할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기존 운영되던 단순 공구 모임에 정보 교류, 공동 책쓰기 등의 부가 활동을 넣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경매 투자 성공, 관련 분야 책쓰기 등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모임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운영 방식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바꿨다. 여러 사용자 간 고정 시간을 정해 서로 눈치 안 보고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은 모임 참여자는 할 수 없다. 모임 운영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임 운영을 시작해볼 만한 이유다. 잘 짜인 모임은 자신의 목표를 향한 추진력을 높이고, 지속할 동기를 부여해준다. 끝까지 포기 않고 할 수밖에 없는 자동 목표달성 시스템 역할을 한다.
기초 모임 운영으로 콘텐츠 플랫폼의 기반을 쌓아보자. 자신만의 확실한 가치를 만들어 확산하고, 스스로 플랫폼 설계자가 되어보자. 직접 운영 룰을 정해 참여자들이 맘껏 뛰놀고 협력할 판을 깔자. 새로운 가치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서 성취의 열매를 나누자. 모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인생 목표가 눈 앞에 더 생생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자. '00계의 구글'을 외치며 무한한 기회와 자동성장의 가능성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