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섭 Jun 18.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마디즘의 미래

발췌독_'삼성의 디지털 노마드 전략 칭기즈 칸과 만나다' 외 2권

요즘 노마드라는 말을 많이 쓴다. 글로벌 노마드, 잡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등 그 활용도 다양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나와 다음날 처음으로 쓴 퇴사 알림 글은 노마드 선언과 다름없었다. "직장인은 누구나 한 번쯤 퇴사를 꿈꾼다. 나도 그랬다. 장장 20년 동안이나. 국내 최대의 대기업 S전자에서 첫 번째 직장생활 6년까지 보태면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고민과 준비의 과정을 거쳤다. 비록 예정한 출발은 아니지만 글로벌 잡 노마드를 향한 대항해는 시작되었다. 내 마지막 직업 여정이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다. 돗은 탄탄하게 하늘을 향해 뻗었고 순적한 바람만 기다린다. 세계를 누비며 맘껏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자유롭고 충만하며 나와 주변 사람들을 만족케 하는 하루,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되고 직업이 되는 놀라운 일상, 글로벌 노마드를 향한 멋진 인생이 시작되었다!" 여기다 마지막 덧붙인 한마디, "세계가, 내가 있는 그곳이 바로 나의 직장이다!!"까지. 그랬던 새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적 이동이 봉쇄된 지금 노마디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의 국경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전부터 계속된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으로 보호 무역, 자국 우선주의 등이 더 커지고 있다. 세계화 추세는 바람 빠져 쪼그라드는 풍선을 보는 만큼 위태위태하다. 글로벌 노마드들의 국제 이동도 뚝 끊긴다. 기업 활동과 소비 마비로 대량 실업과 경제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직장을 잃거나 휴직, 수입 감소로 임시직 일이라도 찾아보려는 비자발적 잡 노마드들이 넘쳐난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생존 경쟁도 치열하다. 그 가운데 예상치 못한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디지털 노마드 쪽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회사, 아마존,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 화상 회의, 게임 업체 등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비대면, 원격, 온라인 서비스 때문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피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천금보다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덕분에 올해 카카오는 처음으로 삼성을 제치고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 디지털 노마드가 최근 노마디즘의 대세다.


다음은 디지털 노마드 전략을 우리나라 대표 IT기업인 삼성과 유목민의 제황 칭기즈 칸을 비교해 소개한 글이다. 칭기즈 칸은 알다시피 13세기 몽골을 넘어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계 대제국을 건설한 역사적 인물이다. 노마드 세계관의 대표적 선구자다.


"정착문명의 긴 지배가 끝나고 드디어 노마드(유목 이동문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리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사회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세상, 달라져야 되는 세상에 관해 논의가 한창이다.
이러한 흐름에 물론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그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거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칭기즈 칸의 조직원의 대한 규율과 사랑 또한 삼성의 인재경영과 흡사하다. 그리고 칭기즈 칸의 조직 관리자로서 능력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는 삼성의 조직 시스템과 일치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소통과 공유, 규율과 사랑을 중시했던 800년 전의 노마드들이 현재의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 대이동을 한 것은 아닐까. 아프리카 코끼리처럼 떼를 지어 가젤처럼 빠르게! 

- 삼성의 디지털 노마드 전략 칭기즈 칸과 만나다(한성현 지음, 은금나라) 중


책 내용이 오래되어서 아직도 유효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삼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공룡 기업이데 날렵한 노마드 이미지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굳이 오래전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혁신 일성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삼성의 디지털 노마드 세계관은 변함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 스마트폰 시대를 선점한 것이 그렇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5G 이동통신의 핵심 특허 기술이나 통신장비 점유율에서 세계 2-3위를 차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5G는 세상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 혁신을 만들어낼 사물인터넷, AI, 빅데이트 등의 기반 기술이다. 삼성은 여전히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로서 미래 산업의 주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노마드 정신이야말로 새 세상을 열어가는 근간이 된다.


아탈리는 단언한다. "태초의 인간은 노마드였다. 끊임없이 이동 속에서 노마드는 문명을 발명하고 제국을 건설했다. 600만 년 인류사에서 정착만의 역사는 고작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정착민은 인류 진보에 있어 한 단계에 불과할 뿐 귀결점이 되지 못하고, 국가는 노마드의 행렬을 잠시 멈추게 하는 오아시스 역할 이상을 할 수는 없었다. …… 신인류의 대안은 노마드의 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들은 불, 언어, 종교, 민주주의, 시장, 예술 등 문명의 실마리가 되는 품목을 고안해냈다. 반면 정착민이 발명해낸 것은 고작 국가와 세금, 그리고 감옥뿐이었다. 교류와 확장 없이 동질 집단끼리만 한 곳에 머무는 정주 사회는 혁신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조일준 지음, 푸른 역사) 중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을 쓴 자크 아탈리는 인류를 세 부류로 나눈다. 원시부족 같은 비자발적 노마드, 정착민, 자발적 노마드 등이 그것이다. 그중 세 번째인 창의적 직업을 가진 고위 간부, 연구원, 음악가, 통역사, 안무가, 연극배우, 연극 연출가 또는 영화감독, 짐 없는 여행자 등 하이퍼노마드와 관광객, 운동선수, 게이머 등 유희적 노마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노마드는 결코 익숙한 장소를 떠나 이동한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마드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용어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질 들뢰즈가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의 세계를 '시간이 돌아다니는 세계'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하면서,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정착한 용어이다.
노마드는 우리말로 '유목주의'로 번역한다. 이는 기존에 당연시되어온 삶의 가치와 방식을 부정하고, 안정성을 벗어나 스스로 개척지를 옮겨 다니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노마디즘은 철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도 쓰인다. 특히 이 말은 특정한 일부 가치나 이데올로기, 정해진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개념이다.
노마드란 단지 장소를 옮기는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척박한 불모지를 새로운 창조 및 생성의 땅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뜻한다. 즉,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사회적 가치와 삶의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변화시켜 가는 창조적인 태도를 말한다.

- 생계형 인문학(안성민 지음, 책읽는귀족) 중


노마디즘은 특정한 가치나 삶의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새로운 가치, 더 나은 삶을 개척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코로나 19라는 불청객으로 과거 삶의 기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지금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성공 방식과 당연히 누리던 안락한 삶에서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거센 모래 폭풍과 기근이 휩쓸고 간 황량한 사막에 홀로 던져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앞서 노마드가 걸어갔던 길들의 역사다. 척박한 땅을 떠나 양식과 꼴을 찾고, 풍족한 물자를 구하고, 새로운 제국을 세우고 약속의 땅을 찾아 기뻐했던 그들의 표정이 말해준다. "모든 결핍이야말로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고 전례 없는 성공을 가져다준 운명적 기회였을 뿐이라고." 이것이 바로 노마드 성공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야 하는 모두에게 노마드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주위에 벽이 가로막혔다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자. 내면의 여행으로, 자기 안의 노마디즘을 열 수 있다. 내 안의 길을 찾는 순간 모든 상황은 바뀐다. 목적지까지 역경을 뚫고 완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측 불가능한 현실이 오늘날 뉴노멀이다. 언제든지 과거의 자신과 직업, 삶의 방식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게 모든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자. 21세기 진정한 노마드로 참된 자유와 만족을 누리고, 자신만의 찬란한 문명을 이뤄 새로운 세상의 매개자로 당당히 설 수 있을 때까지. 유목길은 계속된다.



© jplenio,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위기의 시대, 행복보다 중요한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