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곳에서 다시 돌단을 쌓았다. 상처에 태그를 붙이는 것. 너무 아프다는 고백이자, 다시는 아프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정신은 '떨부기'로 이어졌다. 떨어지고 붙은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인생의 실패와 성공, 기념비적인 순간을 적는 것. 이것이 '미(me) 스쿨', 1인 학교의 시작이 되었다.
삶이 학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는 위기에서 배우겠다는 의지다. 새로움과 변화를 두려워 않고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적어뒀던 기록이다.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는 그칠 줄 모르지만, 당시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21년 3월 28일 퇴사한 지 벌써 3년 차가 되었다. 45세에 맞이한 조기 퇴직. 기업가로 세계를 누비며 맘껏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바람은 코로나19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직장인에서 독립 직업인으로 홀로 세워져 가는 과정은 여전히 배울 것 투성이인 인생 학교다. 어쩌면 가장 흔들리기 쉬운 경력 전환기, 인생 2막을 앞둔 구도자에게 코로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스승이 되었다. 진로를 막아 세우는 거센 비바람을 넘어,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뽑아 날려버릴 듯 몰아치는 인생 폭우 앞에 희한하게 찾아온 위안 하나. 이번 위기를 넘기면 이제 다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겠지. 더 이상 큰 위기가 또 있으려나. 폭풍 속에 기대니 안도감이 쏟아졌다.
다음은 경험을 나누고 더 키우겠다는 자세다.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하고 제일 처음 한 일도 블로그를 연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퇴사로 혼란스러웠지만 1일 차부터 그 기록을 차곡차곡 적어나갔다. 현재의 상황과 순간순간의 느낌, 앞으로 살아갈 방향과 당장 할 일까지. 그 경험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40일 후 평생 직업으로 일궈갈 4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각각의 내용을 정리한 개인 홈페이지를 다 따로 만들었다. 또 이 과정 자체를 '40일 퇴사학교'라는 커리큘럼으로 정리했다. 퇴사 후 활동계획, 업무환경 구축, 내외부 자원분석, 사업계획 수립, 실행준비 및 보완 등 6주 과정이 그 내용이다.
마지막은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희망. 당장 힘들고, 바쁘고, 먹고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 몸 건사하기 힘들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졸업 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좋은 곳에 취업하겠다는 일념에서였다. 하고 싶은 어떤 일도 맘껏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도왔다. 이것이 지난한 과정을 하루 같이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제3세계 가난한 나라 교육 봉사를 가봐도 그렇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밝고 씩씩하게 배움에 임한다. 전쟁 통의 천막과 허름한 건물에서도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학교가 된다.
1인 학교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정신에 육신을 입히는 것처럼, 가상의 교육 과정에 실제 물리적 공간을 더하는 것이다. 그 역할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찾았다. 모임을 좋아해 만들어두었던 별도 모임공간이 수업 교실이 되었다. 객실을 활용하면 단기 기숙학교처럼 운영할 수도 있다. 당일 과정뿐만 아니라 1박 2일, 1주일, 한 달 등 기간제 교육과 숙박을 같이 하는 것이다. 공용 독서공간, 교류라운지 등의 시설도 학습자 지원과 상호 교류에 이용 가능하다. 게스트하우스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생뚱맞게 무슨 게스트하우스에 학교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드림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공간드림이란 게스트하우스 공간을 활용해 이용자들의 꿈을 이루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완성하기 위한 부가 사업이다. 각종 교육과 모임, 멤버십, 단체 협력 사업이 그 대상이다.
공간드림 프로젝트를 위해 우선 기존 이용자 후기란을 비웠다. 이전 추억이 담긴 후기 메모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 게시판을 공간드림용으로 바꿨다. 이곳이 1인 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입학자를 모으며, 학습자 간 서로 교류하는 온, 오프라인 연계 공간이 되는 것이다. 시범 사업으로 역전학당, 인생여행자학교, 40일 퇴사학교, 노마드 소액경매스쿨 등 다양한 구상이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비워진 이 공간이 새로운 내용으로 가득 찰 날을 꿈꾼다.
역전학당은 1인 학교 플랫폼이다. 인생여행자학교 등을 포함하는 교육 사업의 확장안, 제휴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삶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바꾸는 어떤 교육도 가능하다. 자신이 직접 열 수도, 다른 교육 단체나 개인이 주관해 열 수도 있다. 장소 대여나 교육 협력, 강사나 수강자 모집 지원 등이 가능하다. 1인 학교가 단순히 1회성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시리즈물이자 하나의 패키지라는 것. 한 교육 분야에서 자신의 인격과 비전, 경험이 총망라된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식과 기술, 정신적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든 종합적인 교육과 실천적 실행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나눌 인적 자산과 협력 공동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학교는 바로 자신만의 싱크 탱크이자, 콘텐츠 개발소,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눌 성장 공간이 된다.
1인 학교 플랫폼인 '역전학당'은 나 자신을 복합 콘텐츠화하는 교육 사업이자 또 다른 1인 학교 설립자들을 돕는 지원 공간이다.
역전학교에서 함께할 대상은 자신만의 평생 직업을 위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고, 코로나 시기 같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인생 역사를 함께 써내려갈 사람들이다. 잠깐 퇴사나 휴직 등 직업 전환기, 혼돈의 시간을 휴식과 재도약 준비를 위해 느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다. 자신을 위해 최소 하루가 넘는 시간을 비우고 같이 합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가. 엄청난 성공으로 삶의 대변환기를 맞았는가. 그럼 좋다. 이제 자신만의 이름을 건 학교를 열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각자의 인생 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역전학당이 이러한 과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역전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자들을 역전의 용사로 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