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만에 도서관 책 3권을 뚝딱 다 읽은 이유
디-독서_목적
도서관 앉은 그 자리에서 책 3권을 뚝딱 다 읽었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말 도서관에 갔다. 직장인 때 거의 유일한 취미는 도서관 다니기였다. 퇴사 후 직장 독립을 선언하면서, 도서관은 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주말, 주중을 가리지 않고 출근하다시피 갈 때가 많다. 이날도 반납할 책을 챙기고, 다시 빌려올 책 2권을 미리 찾아두었다. 요즘은 전산화가 잘되어 있어 인터넷에서 도서관 소장 자료 검색도 가능하다. 각 도서관별로 비치된 책과 신간 목록까지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갈 책 2권을 찾고, 그 옆에 흥미로운 주제의 책 2권까지 덤으로 찾아 자리에 앉았다. "아뿔싸, 그런데 지역 도서관에 반납할 책 2권을 깜빡 놓고 왔네!" 대여 권수가 꽉 차 더 이상 책을 빌릴 수 없는 것이다. 4권의 책도 민망한 듯 책상 위에 누워 내 얼굴만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도서관 시계는 이미 오후 5시, 마감시간까지 1시간 남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그냥 돌아가야 하나?" 다시 한번 시계를 힐끗 보고 자리에 앉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바로 책장을 펼쳤다. 분명한 목적과 흥미가 높은 순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5시 55분, 도서관 사서들이 마감업무로 분주해질 무렵, 책장을 덮었다. 계획한 책 3권을 모두 읽은 것이다. 그것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독서의 목적을 다 이루었기 때문이다. 1권이 남긴 했지만, 이미 이전에 읽고 한 번 더 보강 독서를 하려던 참이라 그냥 제쳐뒀다.
이렇게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속독법 덕분이다. 퇴사 후 독서 생활을 정교화하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다. 독서는 이전부터 꾸준히 했다. 지난 20년간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해도 2천여 권. 연평균 100권, 한 주 2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목록을 쭉 뽑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읽을 당시는 재밌게 보지만 읽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었던 것. 당시에는 블로그나 별도의 독서 노트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었다. 일일이 책 메모를 모으는 건 당체 불가능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소장하는 일도 드물었다. 손가락 꼽히는 웬만한 책 아니면,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이다. 이런 독서 생활은 1인 기업으로 독립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이때부터는 직업에 도움이 되는 목적이 뚜렷한 독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책을 읽는 것 자체로도 분명 의미가 있다.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다양한 동기를 북돋는다. 평소 쌓아둔 좋은 음식과 운동처럼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된다. 인격을 이루고, 교양을 키워준다. 책의 다양한 교훈들이 삶 가운데 필요한 순간에 우러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직업적 도움, 즉 돈이 되는 독서 생활은 어떤 것일까. 먼저, 은행처럼 쌓인 지식을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적 내공이 높으면 뭐하나. 그때그때 필요한 순간에 뽑아쓸 수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그래서 독서 방법을 바꾸면서 우선 한 것도 그것이었다. 필요한 사례나 문구를 바로 독서 내용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글쓰기나 강의 등의 자료를 만들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1인 지식기업을 표방하는 스스로에게는 더없이 절실한 과제였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날개를 달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속독 기술을 찾았다. 필요한 책의 페이지를 이미지화해 통째로 찍어넣는 것이다. 또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부분을 꺼내쓸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면 기억력 감퇴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키워드만 넣으면 해당되는 주제의 글을 읽은 책 중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고스란히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문장을 쓰는 글에 인용하거나, 맥락을 뽑아내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속독법에 자신만의 자료 분류체계를 만들자 독서는 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직업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적 자산이 되었다.
이런 시스템은 얇고 넓은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1시간에 책 3권은 물론 때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단순히 빨리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는 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빠르게 많은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혼자서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1인 기업의 경우, 더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이런 빠른 독서가 가능할까. 그것은 포인트 위주, 목적 있는 독서가 그 방법이다. 각 사람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인가. 단순히 읽은 책 그대로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무슨 의미를 찾기 위해서인가. 나 같은 경우, 책을 읽는 목적은 주로 생각을 확장하고 영감을 얻기 위함이다. 삶의 문제나 새로운 방식, 사업적 해결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위해 사실 모든 책의 한 단어 단어를 곱씹어 읽을 필요는 없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해법과 생각할 거리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자기 문제의 답은 책의 저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서다. 책은 단지 늘 익숙하던 자기 생각의 패턴, 관성을 깨는 작은 울림만 줄 수 있어도 좋다. 그것이 한 자든 한 문장이든, 한 장이 되었건 별로 상관이 없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한 가지 분야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신만의 사고 체계를 기를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선 용어와 개념 등으로 책 읽는 진도가 잘 안 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유사 분야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새 감이 온다. 책의 상당 부분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만 읽어도 대개의 개념을 파악하고, 다른 책과 차이나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후에는 이 부분 위주로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럼 점차 그 분야에서 한 작가의 관점을 뛰어넘는 다양한 식견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에 자기만의 관점을 더해 직접 자신의 목표와 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해볼 수 있다. 이렇게 지식을 실천하다 보면 자기만의 사상 체계도 만들 수 있다. 얇고 넓게 책을 읽으면서도 깊은 독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굳이 한 권의 책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진정 깊은 지식으로 나아가는 길은 그 책이 아니라 바로 자신만의 독서 목적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상받은 책 내용이 더 이상 찰나를 스치고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 만든 독서 시스템 덕분이다. 언제든지 이 내용을 엮어 자신만의 새로운 지식체계도 만들 수 있다. 인상적인 책 내용에 자신의 메모를 덧붙이고, 주제별로 엮어 새로운 책을 만드는 초서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바로 속독법과 두고두고 언제든지 필요한 내용을 뽑아쓸 수 있게 만든 개인 DB 때문이다. 이런 독서 생활로 퇴사 후 3년도 채 안 되어 수백 권의 책 DB를 쌓았다. 바로 찾아쓸 수 있게 자신에 맞춰 구조화된 지식이야말로 독서 보물상자다. 남의 상에 진수성찬보다 자기 상의 라면 한 그릇이 더 값지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앉은 그 자리에서 게눈 감추듯 뚝딱 책 3권을 읽어치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