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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03. 2023

디지털 속독법과 동시 글쓰기의 비밀

디독서_공개할 결심

'찰칵', '찰칵' "도서관에서 책 사진 그만 좀 찍으세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몇 분 간격으로, 쥐 죽은 듯 고요한 도서관 열람석의 평화를 깨고 울려대는 소리란. '찰칵'거리는 기계음이 은근 거슬릴 때가 있다. "이제 제가 보여드릴게요!" (혼자 나지막하게 궁시렁거렸다.) 한 테이블 건너 자리 잡은 '찰칵이 아저씨' 보란 듯 스마트폰을 빼 들었다. 차마 큰소리치지는, 다가가 직접 말하지는 못 했다. 괜히 앞자리에 앉은 다른 아저씨에게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민망했을 뿐이다. 복수라도 하듯이 나도 책 사진을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단, 30장을 연이어 찍었음에도 소리는 한 차례도 나지 않았다. 폰 카메라 렌즈가 책 위를 춤추듯 이쪽저쪽 지나갔을 뿐이다.


한때 스스로도 '독서 사진' 애호가였다. 데이트 후 헤어지는 연인을 그저 보낼 수 없는 심정이라도 된 것이었을까. 뜨거운 작별 의식 없이 그냥 반납하는 것이 대출 도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든지, 완벽주의 독서광이었든지, 책을 찍는 사람들은 이런 옛 추억(?)을 소환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해할만했을지는 몰라도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책 구절에 여운이 남아 당장 사진을 찍었지만 그때뿐일 경우가 많아서다. 이것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어딘가의 폴더에 다시 옮기고. 데이터화하고, 또 필요할 때 즉시 꺼내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화된 보존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사진 형태라면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추억의 사진 폴더에 어느 순간 방해꾼 같은 책 페이지들만 여기저귀 잔뜩 쌓이게 된다. '대혼돈의 멀티 사진첩'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처음 책 몇 권이라면 모를까 평생 소장한 자료를 DB화 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결코 지금처럼 500권이 넘는 독서 책 DB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4년 전에 새 어플을 찾은 것이다. 우연히 비기를 익히고 무림의 절세 고수가 된 어떤 무협지 주인공처럼, 이 어플은 비밀 병기이자 축복이었다. 퇴사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서관 노마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도서관 내에서 찰칵거리지 않아도 됐다. 자신만의 독서공장, 지식탱크를 만드는 정수를 찾은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은 우렁이 각시처럼 꼭꼭 숨겨두고 혼자만 알고 싶었다. 그것이 디지털 독서글쓰기 연계법 '디독서'라는 이름까지 붙여놓고 공개하지 않은 이유다. 최소한 이 주제로 책 1권은 쓴 뒤 알리고 싶었다. 이전에 써둔 원고를 100여 곳 출판사에 동시 투고하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책은 못 냈지만 그 컨셉의 새 출판물들이 1년내 여럿 눈에 띄었다. "아, 이렇게 창작 아이디어가 도용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이후 그런 무식한 방식으로 투고는 않기로 했다. 중요한 글도 무작정 노출하는데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어제 만난 아저씨 덕분에 이 글을 전격 공개한다. 앞으로 도서관에서 책 사진 찍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전 글 '1시간만에 도서관 책 3권 뚝딱 다 읽은 이유'에서 나오는 속독법의 비결도 사실 이 어플이다. 물론 저장할 주요 내용을 찾아내는 데 약간의 속독 기술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순전히 어플의 힘이다. AI가 글도 대신 써주는 시대인데, 속독법에도 이 정도 기술 의존은 봐줄 수 있지 않을까. 대신 이 어플은 모두 무료다. 단 2가지 프로그램만 깔면 된다. 그럼 누구든 큰 비용과 시간 들이지 않고 속독과 초서, 2가지를 쉽게 마스터할 수 있다. 그것도 셀프로. 이 디지털 속독법+디지털 초서법이 바로 '디독서'이다.


https://brunch.co.kr/@suuup/223

직업적 도움, 즉 돈이 되는 독서 생활은 어떤 것일까. 먼저, 은행처럼 쌓인 지식을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적 내공이 높으면 뭐하나. 그때그때 필요한 순간에 뽑아쓸 수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그래서 독서 방법을 바꾸면서 우선 한 것도 그것이었다. 필요한 사례나 문구를 바로 독서 내용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글쓰기나 강의 등의 자료를 만들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1인 지식기업을 표방하는 스스로에게는 더없이 절실한 과제였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날개를 달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속독 기술을 찾았다. 필요한 책의 페이지를 이미지화해 통째로 찍어넣는 것이다. 또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부분을 꺼내쓸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면 기억력 감퇴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키워드만 넣으면 해당되는 주제의 글을 읽은 책 중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고스란히 찾아낼 수 있다.


디지털 속독법의 요체는 '오피스 렌즈' 앱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어플을 깐 뒤 문서를 선택하고 기억할 책 내용을 스캔하면 된다. 요란스러운 소리도 나지 않고, 페이지 포커스도 잡아준다. 30장까지 한 번에 스캔할 수 있는데 분량이 많다면 여러 번 나눠 작업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읽은 책 페이지에 띠지 포스트잇을 붙여뒀다가 스캔하거나, 바쁠 때는 발췌할 내용만 즉석에서 읽으며 스캔해 넣는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microsoft.office.officelens


속독법의 완성은 '원노트' 앱이다. 이 프로그램도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들었는데, 365 온라인 버전도 있다. '오피스 렌즈'에서 스캔한 파일은 '원노트' 폴더를 지정(원드라이브와 연동, 무료로 무제한 용량 확장 가능)해 바로 데이터로 옮길 수 있다. 사진을 일일이 따로 찍어 저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전에 자료 정리할 때 에버노트를 쓰다가, 글쓰기만은 분류 체계화가 잘 된 원노트로 갈아탔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원노트'에 '오피스 렌즈'가 더해지자 개인 독서 DB 구축은 물론 디지털 초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원노트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검색한 키워드 단어가 들어간 책 페이지를 모조리 찾아준다. 책 사진 이미지에서 문자를 판독하는 OCR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https://www.onenote.com/Download


'원노트'와 '오피스 렌즈'를 활용한 개인 독서 DB 사례다. 아래처럼 책 스캔 파일을 저장할 폴더(왼쪽)를 만들고 '오피스 렌즈'로 문서를 스캔해 저장하면 된다. 그 후 스캔한 책 제목을 기재(오른쪽)하면 자료분류 체계가 완성된다. 여기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은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해 타이핑하거나, 자기 의견을 메모(중간)해둘 수도 있다. 그럼 나중에 쓰고 싶은 글이 생겼을 때, 그 주제를 검색해 연관도가 높은 2-3개의 책 사례를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 내용을 엮고 자신만의 의견을 더하면 하나의 자기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초서법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500여 권의 책을 낸 비법인 초서법의 현대화 버전이다. 창고 같은 넓은 공간도 필요 없고, 일일이 분류하느라 시간을 쏟거나 여러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한 대와 약간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노마드로 충만한 독서와 글쓰기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속독과 초서를 결합한 자신만의 지식 용광로가 생기는 것이다.


아래가 바로 '디독서'를 활용한 글쓰기 사례다. 이 글을 보면 주로 쓰는 다른 글들과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 독서 DB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뽑아낸 사례를 엮어 만든 글이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라도 '키워드' 하나만 주면 몇 시간 내 이런 글들을 뚝딱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미 개인의 경험과 연계한 독서 DB와 자료발췌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타인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를 우선해서 적는다. 먼저 '자신이라는 책'을 완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독서공장이 가동되는 날 폭발할 '지식 빅뱅'은 이미 시작되었다. 바로 '디독서'라는 적자가 지금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uuup/155


https://brunch.co.kr/@suuup/195


https://brunch.co.kr/@suuup/172



PS)

나이 들면서 움켜쥐고 싶은 자기 것이 늘어간다. 이전에는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줏대 없이 살았다. 이제 정신을 차리자 소신이 생긴걸까. 스스로 꼰대라고 떠벌리고 싶어진걸까. 작은 사회 속 은둔자처럼 살고 있는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 중 하나가 글쓰기임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 다시 용기를 내 움켜쥔 손을 편다. 그것이 바로 이 글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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