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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Jul 11. 2022

경주에 800만원짜리 집을 산 이유(1)

노마드 소액경매스쿨_사례탐구#1

800만원짜리 집을 샀다. 그것도 경주에. 600만원에도 가능할 뻔했으니 여태 경매로 산 집 중 가장 싼 집이다. 8평이긴 하지만 30세대가 있는 소형 아파트였다. 경주 시내 6평 원룸도 웬만큼 유찰되어도 최종 매각가는 보통 2000만원 중반을 훌쩍 넘었다. 소액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터라 이런 집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새로 올라온 경매 정보를 유심히 살폈다. 재매각 건이었다.


출처 : 네이버부동산 경매


경매 물건 사진을 쭉 훑어보니 외관이 꾀죄죄하고 노후화가 있어 보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보통 소액 소형 주택 경매 대부분 그렇기 때문이다. 연식이 20-30년 된 구옥 소형 아파트나 연립, 빌라 등이다. 그것도 탑층이 많다. 이 건은 6층 중 4층이라 층수는 괜찮은 편이었다. 인근에 여러 아파트도 보이고, 놀이터에 유치원 상가까지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문에 도어락도 달려있고 집 자체는 말끔해 보였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한 재매각 건이었다. 그래서 입찰 보증금도 최저가의 10%가 아니라 그 두배였다. 재매각 건이란 한번 낙찰되었다가 다시 경매로 나온 물건이다. 어떤 이유로 최고가 매수인이 낙찰 대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보통 임차인에게 물어줄 돈이 생각보다 많은 권리상의 문제나 집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다. 아니면, 낙찰받고자 입찰 금액을 너무 많이 써냈을 수도 있다. 돈을 내려고 자세히 보니 별로 이익이 안 날 것 같아 포기하는 것이다. 경주 집은 후자의 경우였다.


경매 정보의 매각 기일 내역을 보면, 이전 4회차 최저가는 6,174,000원으로 감정가 18,000,000원의 34%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 6명의 입찰자가 몰렸고, 최고 입찰가는 12,110,000원으로 처음 가격의 67.28%에 낙찰됐다. 4회차의 최고가가 8,820,00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것을 훌쩍 뛰어넘은 것도 모자라 그 전 3회차의 최고가 12,600,000원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된 것이다. 뭔가 비이성적이다. 이 가격을 쓸 거라면 그전 3회차에 들어와 8백만원 정도의 최고가만 써도 무난히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가 이번 4회차에 들어와 그 전 전 2회차의 최고가에 가까운 가격을 써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입찰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종종 생긴다. 너무 싸다 보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고, 보다 보니 욕심이 생기거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바로 뒷북치는 경우다. 경매 최저가가 4회 36%까지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가끔 5회 24%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 거의 폐가 수준의 집도 웬만하면 나간다. 너무 싸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 재매각 건은 6명이 입찰한 전회차 보다 높은 900만원 정도만 쓰면 확실히 낙찰받을 것 같았다. 입찰가 낙찰권은 700-900만원 정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수익이다. 소액 경매 1건에 1000만원 또는 투자 금액의 두 배를 벌겠다는 자체 수입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 이 물건은 평수 12평형(방 1개, 전용 8평)으로 실거래 매매가는 없고 15년 전세 1천, 월세 400/8만원 정도만 있어 가격 유추가 가능했다. 그럼 전세 가격은 1000-1200만원 사이, 매매는 1500만원 내외가 될 듯했다. (이 물건의 정부 공시가격은 1610만원, 이전에 받은 대출 권저당은 1800만원이 설정되어 있었다.) 인근 거래가 활발한 유사 평형 아파트 가격도 참고가 됐다. 4층의 경우 보통 2400-2800 범위에서 매매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경매 나온 물건의 평수는 이 아파트의 2/3수준이니 환산한 가격은 1600-1850만원 정도 나간다는 말이다. 문제는 경매 아파트가 임대 주택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4에도 한번 이 아파트 경매가 있었다. 이때는 아파트 전체에 해당하는 30건이 한 임대사업자 명의로 경매에 나왔다. 지금 경매 나온 물건도 당시 경매에 부쳐졌는데 최초 감정가는 2000만원이었고, 1명이 2회차에 단독 입찰해 78% 1,580만원에 낙찰됐다. 다른 건들도 보통 이 시기 70-80% 선에서 고가 낙찰됐다. 낙찰자는 개인도 있지만 주로 법인 명의 회사였다.


입찰 당일 이 경매 아파트의 사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가까운 타 지역의 경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당일 아침에 임장과 법원 입찰을 같이 한다. 경주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 경매 아파트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 길로 돌아가니 지척에 그 아파트가 있었다. 바로 옆에 우방아파트 등 1천 세대에 달하는 규모 아파트 2-3개 20여개 동의 건물이 주변에 활기를 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논두렁이 펼쳐져 시골의 전원주택 느낌도 났다. 무엇보다 이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의 한 모퉁이에 위치해 더 조용해 보였다. 아침이었음에도 주차장이 거의 텅 빌 정도로 사람이 별로 안 사는 것 같았다. 정보지 사진에서 본 것처럼 경매 나온 호실 우편함은 미수신 우편물로 꽉 차 있었다. 전기 계량기는 요금 미납으로 제거되어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예상한 것과 같이 사람이 안 사는 공실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새로 안 사실은 이 아파트 다수의 세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차인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입구에 수도 및 공용전기 요금 등 LH 명의 납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전 경매 낙찰 법인 중 하나가 LH였고, 그때 경매로 산 주택을 다시 재임대하고 있는 것이다.


임장을 마치고, 경주 입찰 법원에 도착했다. 경매 집 마냥 법정 안도 한산했다. 입찰 마감 시간까지 30분 남짓 남았는데 온 사람이라곤 20여명에 불과했다. "입찰가를 계획보다 좀 낮춰볼까" 뭔가 촉이 왔다. 당일 입찰 공지된 27개 물건 중 1회 이상 유찰된 것은 14개, 그중 주로 사람들이 입찰하는 아파트 등은 5건밖에 없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도 온 사람은 30명 정도로 방청석 25자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법정 앞에 투입된 입찰서 수도 그 정도였다. 단순히 총 입찰서를 유효 물건으로 나눠도 한 건당 6명, 실제 입찰 대상이 인기 물건이 아니니 많아도 4-5명 정도 입찰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600만원에서 한 사람당 50만원씩만 더 써도 800-850만원 써야 낙찰된다는 계산이다. 실제적인 관리소 역할을 하는 LH 담당자에게 전화해보니, 자기들은 보통 시세의 70%에 임대 주고, 월세는 300/5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또 경매 나온 호실에 미납금은 없고 올해 이런 걸 물어보는 전화는 처음 받는다고 했다. 그 말은 해당 물건 경매 입찰자 중 전문가가 없고 이번 경매 입찰자도 많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인기 물건일수록 관리실에 경매꾼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최근 부산 외곽 지역에 41%까지 떨어진 소형 물건에 매일 문의 전화가 7통씩 온다고 학을 떼던 관리인도 있었다. 또 일반 시세와 달리 임대 주택의 경우 임대료와 가격도 더 떨어질 수 있었다. 이런 단서와 입찰 법정 분위기상 최소 50-100만원은 덜 쓸까 싶었던 촉은 무시했다. 그만큼 이번 경매 물건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낙찰, 최저가에 200만원을 더 쓴 819.7만원에 낙찰받았다. 45.5%의 낙찰가율이다. 방청하던 30여명의 인원은 한 4개 물건을 개찰하자 다 빠져나갔다. 내가 입찰한 물건 개찰할 때는 법정에 총 6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혹시 단독 입찰은 아닐까 조마조마하던 순간, 다행히 2명을 호명했다. 뼈아픈 건, 나중에 알았지만 2위와 차가 무려 200만원 가까이 났다. 2위는 어떤 아줌마였는데, 개찰함으로 나오면서 한마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왜 이렇게 많이 썼노."


보통 크게 문제없는 재매각 건은 이전 낙찰가와 유사한 수준이나 조금 낮은 가격 선에서 낙찰된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경매 물건의 경우도 그 회차 최저가의 절반 이상, 거의 최고가 가까이나 그 이상에 낙찰되기도 한다. "재매각 건이라 위험하니 다른 입찰자는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최저가를 써냈다가 패찰 하기 일쑤다. 그래서 최대한 이전 사례를 참고해 낙찰될 가격 이상을 써내려 하는 편이다. 특히, 타 지역 물건일 경우 더 그렇다. 한 번 움직이는데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찰 확률 70% 이상일 때 입찰한다는 기준을 스스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경주 건은 그 정도를 넘었다. 낙찰 사례 가격 못지않게 또 하나의 기준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입찰 당일의 촉과 "되면 되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유연한 자세다. 서산 20평형 구옥 아파트의 경우, 이런 촉으로 24% 1176만원까지 떨어진 경매에 참여해 1500-1700만원까지 쓰려던 입찰가를 마지막에 바꿨다. 6층이라는 탑층과 접근성 요인, 관리실 및 인근 부동산 탐문 결과를 종합한 결과였다. 결국 최종 입찰가는 1379만원을 썼고, 4명이 입찰해 2등과 겨우 2만원 차이로 낙찰받았다.


경주는 왜 그랬을까?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경주 고가 낙찰 이유는 후편에 계속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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