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규 확진 10만명..." 다시 뉴스에 숫자 카운트가 등장했다. 마치 데쟈뷰 같다. 지난해 코로나 재확산 시기마냥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이 내심 달갑지 않다.
지난해 10월쯤이었나. 백신 접종, 집단 면역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진 듯해서다. 그때 게스트하우스 안에다 파티룸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거의 두 달에 걸쳐 셀프로 뚝딱뚝딱 만들었다. 최근 들어 할 수 있는 집수리, 인테리어 일들이 점점 늘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부동산 임대업을 주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접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영역도 부분 도배, 시트지 작업, 페인트칠부터 등기구 및 전기 콘센트, 문고리, 타일 교체, CCTV 설치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파티룸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12월 연말연시 시즌에 맞춰 파티룸을 오픈하려 했지만 이건 성공하지 못했다. 잦아들 것 같던 코로나가 재확산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시기 새로 오픈해 입점할 예정이었던 숙박예약 사이트 'xx어때'의 공간대여 카테고리 개설도 연기됐다. 수없이 생각했던 '폐업'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희망이 꺾이면 절망감이 더 커지기 마련일까. 이 시기 파티룸 만들기는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과 같았다. "코로나여, 잠잠해질 지어다." "이제 곧 새 날이 밝아 온다." 마치 비가 오지 않던 시절 아무도 없는 산에서 묵묵히 방주를 짓던 노아의 심정이랄까. 사람들이 오지 않고 모일 수 없어 금지된 파티 공간을 왜 다시 만들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사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는 원래 파티가 없었다. 이전에도, 지금도 없다. 운영자가 파티를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도, 애써 사람들과의 관계나 유흥을 쫓지도 않는다. 그래서 "조용히 쉬다가는" 게스트하우스가 주요 콘셉트이다. 보통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하면 떠올리는 파티 이미지하고는 완전 다르다. 파티 없는 게스트하우스에 파티룸이 웬 말인가.
파티는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것에만 있지 않다. 삶을 희망하고 나누고자 하는 바람이다. 축제 같은 매일의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시작인 것이다.
파티룸을 만들기 위해 먼저 콘셉트를 잡아야 했다. 먼저, 공간대여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 있는 파티룸들을 쭉 살펴봤다. 그중에서도 주로 스페이스클라우드라는 공간대여 사이트의 파티룸들을 특징별로 뽑아냈다. 홍대, 이태원 등 주로 서울 핫플 파티룸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외 인근 지역이나 게스트하우스 안에 꾸린 파티룸들도 참고했다.
파티룸/놀이공간 콘셉트 포인트 참고 (스페이스클라우드 '파티룸' 베스트 공간 중)
(노래방, 침대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4610?keyword_id=13175&type=ad
(오락기, 다트기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27877?keyword_id=13017&type=ad
(오락기 및 노래방 자체세팅, 색색 조명 등 20평) https://www.spacecloud.kr/space/26751?keyword_id=13214&type=ad
(2층침대, 오락기, 미니 빔프로젝트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3557?type=search
(거울, 오색 쿠션 소파, 빔스크린, 오락기 보드게임 선반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13548?type=search
(배경벽, 감성 테이블과 커튼, 풍선 데코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23859?type=search
(침대 활용, 조명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12189?type=search
(보드 게임, 카페트, 접이식 침대, 배경벽, 대형 티비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22836?type=search
(2층 침대 위 조명 장식, 형용색색 악세사리 및 벽지, 파티 의상, 조명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20927?type=search
(7가지 컨셉 파티룸 구조) https://www.spacecloud.kr/space/34742?keyword_id=12959&type=ad
(지하 창고 활용 빈티지) https://www.spacecloud.kr/space/35779?keyword_id=13243&type=ad
(오락기, 스크린, 보드게임 등 있는 뭔가 통일감 없는 소품의 편안한 공간) https://www.spacecloud.kr/space/34848?keyword_id=13019&type=ad
(깔끔한 화이트 테이블 세팅과 소품, 전신 거울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33583?keyword_id=13224&type=ad 이하 부산 지역)
(남포동 북유럽 컨셉, 2층 침대, 커튼 가림막, 조명 등) https://www.spacecloud.kr/space/10456?type=search
(2층 침대, 좌식 의자 있는 가정집 활용 오션뷰) https://www.spacecloud.kr/space/25164?type=search
(서면 게스트하우스 지하 파티룸) https://www.spacecloud.kr/space/28815?type=search
파티룸들 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뽐냈다. 겉으로만 보면 죄다 으리으리 반짝반짝했다. 특히 압도당한 것은 각종 고급 가구와 샹들리에 조명 등의 장식을 갖춘 곳이었다. 브라이덜 샤워 같이 럭셔리한 결혼식 부대 행사까지 가능한 곳이었다. "셀프 파티룸으로 뭔가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을까." 파티룸을 만들까 말까 고민은 한동안 계속됐다. 특히 게스트하우스 내 1개 객실 상의 좁은 공간과 침대 등의 기존 가구 처리가 관건이었다. 새로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만의 파티룸 만들기'의 시작이었다.
파티룸을 만들기 이전 모습이다. 모임공간 겸 4인 객실을 활용했다. 초기 10인 도미토리룸을 개조한 것을 재개조한 것이다.
기존 공간을 파티룸으로 업그레이드해 3단 변신을 시도했다. 파티룸만을 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그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단 변신 : 회의 겸 다목적 모임 공간
파티룸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일반 회의실 및 다양한 용도의 모임공간으로 쓸 수 있게 했다. 객실로 사용할 때 쓰던 3단 사물함 2개를 왼쪽 벽에서 치워 공간 개방감을 더했다. 그리고 약간의 벽 장식과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모임 편의를 개선했다.
다목적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이 홀딩도어, 자바라다. 이것을 치면, 2층 침대와 다양한 파티시설 등을 가릴 수 있다. 특히 반쪽씩만 따로 잠글 수 있게 해 침대와 파티시설을 각각 분리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면 필요시 파티룸과 별개로 2인실로도 쓸 수가 있어 한층 공간 활용도가 높다.)
2단 변신 : 레트로 오락기 및 각종 보드게임, 영화와 음악 기기, 파티 장식이 딸린 놀이 공간
모임공간 오른쪽 홀딩도어 자바라 파티션을 열면 파티룸으로 본격 변신한다. 오른쪽에 있는 2층 침대 1개를 없애고 그 공간에 레트로 오락기를 넣었다. 조정기 거치대는 자재 구입 후 시트지 작업까지 모두 손수 만드느라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책상에는 블루투스 노래방 마이크, 스피커 등도 사용할 수 있게 배치했다. 기존 셋톱 박스를 사용해 넷플릭스(Netflix) 등의 영화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했다.
그 옆에는 원래 있던 사물함 2개를 모아 벽처럼 세우고, 위에 네트망을 사용해 2층 침대와 공간을 분리했다. 약간의 장식과 함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8종의 보드게임도 비치했다.
왼쪽 벽 전면에는 파티 장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파티 커튼을 달 수 있는 공간(Happy Birthday, Brider Shower, Hello Party 등 풍선 글자 장식 가능)을 마련했다.
2층 침대 처리를 고민했는데, 2개 중 1개는 폐기하고 1개는 남겨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아늑한 커튼을 달고, 소파처럼 쓸 수 있게 쿠션과 매트, 러그 등을 넣었다. 2층에는 곰돌이와 토끼 인형 소품을 두어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맞췄다.
그 외, 협소한 공간이라 당구, 탁구, 하키 등 하나로 6가지 멀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당구대를 놓았다.
3단 변신 : 3종 파티 조명과 120인치 스크린 사용이 가능한 무드 공간
파티의 완성은 분위기 아닐까. 그래서 각종 데코레이션 조명을 달아 더 파티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나름 음악에 반응한다는 나이트(?) 조명이다.
왼쪽 벽면 보조 등은 파티 커튼을 앞에 붙이면 간접 조명으로 쓸 수 있다. 그 아래는 파티상 등에 테이블보를 깔아 파티 소품 데코레이션 기능을 더 높이게 했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앵두 전구. 덕분에 2층 침대와 보드게임 존이 한층 더 영롱하게 빛난다.
여기다 불을 끄면 12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약소하나마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파티룸이 생겼다.
이 외에도, 게스트하우스 내에는 공용공간을 활용한 교류라운지형, 카페형 등 다양한 파티 공간이 있다. 이번에 만든 놀이공간형 덕분에 먹고,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소형 파티룸 3종을 완성한 것이다. 모든 공간을 합치면 한 30명 정도는 동시에 거뜬히 모일 수 있다.
놀이공간형 파티룸을 새로 만들면서 든 돈은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주로 비용이 든 곳은,
빔프로젝트와 100인치 대형 스크린
레트로 오락기
미니 당구가 가능한 멀티 게임기
보드게임 8종 세트
조명 및 인형, 각종 데코레이션과 부자재
노래방 마이크와 최근 구입한 레이저 프린터, 수면 매트리스
그리고, 이전에 설치한 홀딩도어 자바라 구입비까지 합친 것이다.
물론 코로나로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100만원도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얻은 것은 더 많다. 무엇보다 앞으로 있을 '파티'를 꿈꾸며 혼란의 코로나 시기를 이겨낸 것. 그리고 실제 공간의 부가가치를 키운 것이다. 이런 단순 작업만으로 받은 수 있는 공간 이용료는 절반 이상 40-50% 늘었다. (1시간 모임공간 대여료 기준 1.5만원->2.5만원, 숙박 도미토미 평일 3-4인 객실 기준 5.5만원->12만원)
새 요금 체계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요는 있었다. KTX역이 가까워 흩어진 각 지역 참여자들이 한데 빠르게 모일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을 준비한 것이다. 원하는 만큼 제 값을 받기 위해서다. 코로나 직전까지 늘어난 인근 게스트하우스들과 치열한 경쟁으로 고객 1인당 이용료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도미토리의 경우 1인 1박 숙박료가 1만원까지 갈 때도 있었다. 이런 가격으로는 웬만큼 영업해도 한 달 월세조차 내기 어렵다. 그런 손님조차도 코로나 이후 뚝 끊겼으니 할 말 다한 것이다.
시설개선은 체질개선이다. 분위기를 바꾸고, 공간의 용도를 재정의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개발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시설을 한 번 업그레이드하면 두고두고 효과를 본다. 처음에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하면서 한 일도 그것이었다. 복도 한쪽 끝에 있던 사무실을 없애고 그곳에다 개인실을 만들었다. 2인실과 1인실 객실을 추가하고 앞에 모임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러자 공용 도미토리만 있던 밋밋한 초기 게스트하우스 모델에 자기만의 특색이 더해졌다. 바로 다양한 개별 모임과 숙박을 함께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숙박시설임에도 모임 공간을 따로 대여할 수 있었다. 단체 교육 및 행사 등을 위해 시설 전체를 통임대하는 틈새시장도 찾았다. 개인실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용 도미토리를 꺼리는 코로나 시기를 버티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복 받을 그릇을 준비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원하는 수입을 얻으려면 먼저 돈 버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책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진하는 격이다. 힘들게 일하지만 나아질 기색이 없다. 탈진하기 십상이다. 사실 이전 직장을 퇴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장 안락하지만, 과연 직장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그 뻔한 수입과 미래가 과연 회사 일만 잘한다고 바뀔 수 있을지 항상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떠나서, 하면 진짜 잘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이제 게스트하우스의 또 다른 미래를 그린다. 모임과 숙박 겸용 공간이라는 특성을 살려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루 200-300만원짜리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1박 2일 책쓰기 워크샵, 퇴사학교 원데이스쿨, 소액경매스쿨 마스터클래스 등이 될 수도 있다. 바로 퇴사 후 키워온 관심 분야 교육 커뮤니티 행사를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합숙하며 여는 것이다. 1인 참가비 20-30만원짜리 10명, 또는 10만원짜리 20-30명 참여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1인 지식기업이라는 자신의 오랜 소원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결합하는 것이다.
간간이 들어오는 파티룸 예약 손님들을 받으며 느낀 것이 있다. "파티시설은 거들뿐, 파티는 사람이 한다." 보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최고의 놀거리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웃고 먹으며 떠들어 대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파티다. 지금 자신만의 '파티'를 기획하고 하는 일 한 편에 그 공간을 만들어 보자.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담고, 그 가치를 최대한 키울 수 있도록. 사람을 위축시키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다. 바로 자기 안에 파티를 잊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