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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24. 2023

3년 책 3권 분량 글쓰기 비결과 반성

브런치와 네이버블로그 글쓰기 차이점

퇴사 후 3년 좀 넘어 책 3권 분량의 글을 썼다. 그 비결이라면 우선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브런치 작가는 3번 만에 됐다. 처음에는 회사 다닐 때 신청했는데 낙방. 다음은 퇴사 직후 신청 했는데 또 낙방. 그때는 정말 열받기까지 했다. 퇴사 콘텐츠가 주 내용이었는데, 그날 직장 '존버'하라는 글이 브런치 메인에 떴기 때문이다. 이후 브런치는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또 신청하게 됐다. 그건 바로 글쓰기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퇴사 후 자기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꼭 내고 싶었다. 그렇게 한 반년 지났을까 다시 브런치가 떠올랐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책 쓰는 데 더 유리할 것 같아서다. 이게 마지막이다 싶어 다시 한번 도전했다. 결정적인 건 퇴사 후 시간 들여 써둔 샘플 글이었다. 며칠 끙끙거리며, 오래 걸려 쓴 장문 글 3개를 첨부한 것이다. 그 외, 이게 마지막이다, 브런치북 참여하겠다 등 결기도 보여줬다. 또 고객(?) 친화적 노력이랄까, 신청자 메일 적는 란에 네이버 대신 다음 메일 주소를 적어 넣는 성의도 남몰래 더했다.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이후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은 당연히 소홀해졌다. 브런치로 옮긴 이유는 글쓰기 형식 때문이다. 보통 책에 들어가는 한 꼭지, 3000-5000자 장문 글은 블로그 포스팅에 별로 어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근 한 달 고민해 쓴 글 방문자가 겨우 몇 명에 그칠 경우 그 심란함은 더했다. 물론, 긴 글 핵심 키워드 검색 시 블로그가 최상단에 노출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래 못 갔다. 무엇보다 사진이나 신변 잡기 위주, 글쓰기는 가벼워 보였다. 그래서 쓴 글을 바로 붙여 넣기만 하면 책이 될 수 있는 글쓰기 툴을 찾았다. 그것이 브런치였다. 브런치도 처음 시작할 때는 조회수 10명 정도였다. 매일 1개씩 글을 추가할 때마다 10명 내외로 조회수가 올라갔다. 그런데 브런치는 '마수걸이'가 있었다. 바로 처음 데뷔해 글 쓰는 작가 띄워주기였다. 아마 그냥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듯했다. 며칠 글을 올리자 한 날 오후에 갑자기 접속수가 확 뛰었다. 10여 분에 30-50명씩 조회수가 올라갔다. 2시간 내 400명 정도 급격히 늘다 줄어들기도 했다. 또 어떤 글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수만 클릭까지 조회수가 올라갈 때가 있었다. 브런치나 다음 메인 화면 등에 노출된 듯했다. 그런 일을 겪으며 느꼈던 소감이다.

대중에게 읽힌다는 것은 작가의 힘이다. 브런치에 입성하고 나서 인생 글 조회수를 경험했다. 블로그에서 고작 몇십 클릭이었던 조회수가 몇백, 몇천까지 올라갔다. 몇 개의 글이 그랬다. 브런치 메인화면 상단 글 모음에 올라간 것까지 치면 더 많았다. 얼마 전에는 더 생경한 경험을 했다. 글 조회수가 9만을 넘은 것이다. 3만 정도 가다 말겠지 했는데 3일을 신나게 달렸다. 인기글 가장 첫 번째 자리까지 갔다. 아마 이제까지 평생 적은 모든 글 조회수보다 많을 듯했다.


네이버도 물론 메인 화면에 실리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는 처음 입문한 작가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과정을 경험케 해주는 것 같다. 그럼 이런 짜릿한 기분에 더 열심히 글을 적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빠른 독자 기반을 쌓게 된다. 이렇게 메인에 노출된 글을 보고 수많은 팔로워들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기회를 확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글도 브런치 독자층에 맞는 내용이 유리하다. 한두 달이 지나자 '허니문' 같은 기간이 빠르게 끝났다. 일상처럼 이제 소소한 조회수, '자신만의 글쓰기'와 또다시 씨름해야 했다. 또 에디터의 취향에 맞지 않는 글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런 이유로 잠시 브런치를 떠나기도 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중간중간 글쓰기를 쉴 때도 많았다. 3년 반 정도 브런치를 이용하며 장기간 글쓰기를 쉰 적이 2번 있었다. 이때도 특이점은 있었다. 첫 번째 근 1년 넘게 쉬고 돌아왔을 때는 최적화(?) 영역이 바뀐 듯했다. 최고 인기 글이 게스트하우스 운영 관련에서 나왔는데, 이때부터는 퇴사 콘텐츠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쉬기 직전보다 메인에 올라가는 경우도 더 있었다. 휴식으로 뭔가 개인 글 체계가 리셋된 느낌이랄까. 두 번째는 6개월 정도 쉬었다. 기간이 짧아서인지(?) 이번에는 리셋 같은 효과가 없었다. 메인에 올라가는 경우도 없었다. 오래 쉬어 뭔가 글이 새로워졌는지, 시스템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브런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총 129편의 글을 완결 지을 수 있었다. 이 글은 블로그와 다르게 대부분 3000-5000 내외 분량의 글이다. 보통 책은 이 정도 분량 글 40꼭지로 구성된다. 그럼 그렇게 쉬었음에도 지금까지 책 3권 정도 분량의 원고를 쓴 셈이다. 아쉽게도, 뒷심이 부족해 이것저것 방대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그 바람에 원고를 책 1권으로 엮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자신의 책을 쓸만한 실탄, 글쓰기 분량을 뽑은 것이다.


개인 글 목록 중 상위는 이런 글들이다.


다시 블로그를 하는 이유도 있다. (물론 브런치 글도 계속 쓴다.) 그건 브런치글은 왠지 형식을 갖춰야 할 것 같고 딱딱하게 느껴져서다. 이건 글 형식과 관계없이 플랫폼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또 독자들의 댓글이라든지 상호 작용도 블로그처럼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품앗이처럼 자신의 조회수를 올리려면 다른 작가를 라이킷 해줘야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다른 플랫폼 사정도 비슷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플랫폼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순수한 글보다는 뭔가 알지 못하는 다른 요소가 글쓰기에 반영되는 것 같다. 인지도가 쌓이고, 언제 자신의 글만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까. 그런 날만 기다리며 계속 글을 쓴다. 비록 허공을 때리고, 작은 메아리 같으면 어떤가. 자신에게만큼은 그 어떤 소리보다 우렁차지 않은가. 오늘도 그 울림에 귀 기울이며 다른 소리에 요동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한 가지 플랫폼을 의존하거나 탓하지 않기, 언젠가 스스로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플랫폼 되기, 그래서 종국에는 모든 플랫폼에서 자유하기, 이런 마음이야말로 오늘도 '침묵의 글쓰기'를 이겨내는 가장 큰 반성이자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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