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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씨걸 Jan 18. 2022

PT 성공의 8할은 선생님에게 있다

fit이 맞는 트레이너를 만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서 하는 질문 중에 탑 3을 꼽자면, 


1. 헬스 처음인데 PT 받아야 할까요?
2. 일단 등록은 했는데 트레이너랑 안 맞으면 어떻게 해요? 
3. 개인 운동 나가야 하는데 수업 없는 날은 용기가 안 나요.. 어떻게 해요?



헬스 초보들이 헬스장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고민하는 단계별 질문들이다. '해볼까?' - '해보자!' - '만만치 않은데?'의 느낌이랄까. 1번을 망설이면 2번, 3번은 시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마음을 먹었다면 1번부터 뛰어넘어보시라 제안을 하고 싶다.




pt 수업 후 그날 내용 리스트업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아보니 확실하게 깨닫는 것은 운동은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종목이든 간에 운동은 배워야 한다. (이후 수영강습도 들었는데, 역시 마찬가지의 통찰이 있었다) 요즘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품으로 판매하는 브랜드가 많아졌고 유튜브에도 고퀄리티의 영상들이 넘치기 때문에 미디어를 활용해도 좋다. 어느 정도의 운동신경을 지닌 사람이라면 맨몸으로 헬스장에 입장해도 충분히 쉽게 운동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의 경우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기 전까지는 운동이라곤 걷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움은 필수였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단 차라리 아예 할 줄 모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한두 번 수업을 들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종목은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힙 힌지', '견갑 접기', '날개뼈 내리기', '어깨에 힘 빼기', '호흡하기' 같은 기본 동작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혼자서도 운동 수행능력을 쭉쭉 올릴 수 있다. 게다가 근성장을 위해서 자극 점을 찾아 근육의 이완, 수축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처음엔 이 자극 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초보자에겐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게 되는 것도 낯설뿐더러 우리 몸의 근육은 생각보다 더 세밀하게 나뉘어 있다. 따라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사람 바이 사람으로 제대로 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에 헬스나 필라테스 혹은 요가 등 운동 종목부터 고민하고 있다면  '체험수업'을 꼭 들어보시길 권유한다. 보통 체험수업은 센터마다 지침이 달라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운동이 나랑 맞는지를 알고 싶다면 꼭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무작정 등록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일단 상담이라도 받으러 갈 용기가 생겼다면 한 단계는 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상담이 중요하다.  체험 수업을 들어볼지, 말지 혹은 등록을 할지, 말지 투지를 다지게 되는 건 결국 상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게 될 트레이너를 결정짓는 자리이기도 하니까 이 고민 3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상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똑똑한 소비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되었든 운동을 시작한다는 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꽤 큰 지출을 하게 되는 것이니 운동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라던가 등록 계약 시의 약관들을 사전에 꼼꼼히 잘 챙겨야 한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운동을 쉬게 되거나 환불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그리고 가장 핵심인 트레이너를 꼭 만나야 한다. (별표 다섯 개)

결국 pt의 성공이란 혼자서도 운동을 할 수 있냐, 선생님으로부터의 독립이 가능하냐의 여부에 달렸다. 그래서 10번을 수강하던, 20번을 수강하던, 30번을 수강하던 회차에 상관없이 등록한 세션이 끝나서도 혼자서 배운 것을 직접 해낼 수 있다면 그 pt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선생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을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보았다. (미리 체크해두기!)


1)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잘 제시할 수 있는지
- 만약 목표치가 너무 높은 경우 그 기간엔 어렵겠다고 정확하게 말해주고 현실적인 대안을 주는 사람이 더 좋다.

2) 나와 성향이 맞는지
- 그러려면 본인이 혼나면서 배워야 오기가 생겨서라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지, 칭찬을 받으면서 하면 더 신나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주어야 하는 스타일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3) 마지막 회차를 다니는 동안에 중도하차 계획이 있는 사람인지
- 중간에 선생님을 바꾸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한다.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새로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아깝다


이런 기준으로 선생님을 고르려면 나의 선생님이 될 분을 미리 만나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상황과 맞물려 헬스장을 옮기면서 다음 선생님을 찾을 땐 앞으로 수업을 듣고 싶은 시간에 일부러 상담을 받으러 갔다. 분명 그 시간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가르치게 될 한 명일 테니까. (이 정도면 '똑똑한'보다는 '치밀한'에 가까운 것이지도..)




이런 단계를 거치고 pt 수강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자. 수업을 1,2회 차 정도 진행하면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딱 '각'이 나온다. 이 회원이 열심히 할 상인지 아닌지. (여담이지만 우리 선생님은 상담 때 내가 꼬치꼬치 질문한 것에 비해 기본이 너무 안되어있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ㅎ) 그리고 대부분이 곧바로 "회원님 개인 운동 나오셔야죠~"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끌어주는 선생님이라면 "회원님, 개인 운동 나오셔서 오늘 배운 거 연습하세요."라고 아주 약간의 강력한 어조를 담아 말한다. 헬스 초보는 수업이 없는 날 혼자서 헬스장을 오는 것 자체가 챌린지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도 미션이 동반되지 않으면 용기를 내는 건 여간 쉽지 않다. 그런데 미션이 주어진다면 그가 나중에 체크를 하던 안 하던 (체크를 해주면 물론 더 좋고) '해야 한다'라는 강박 때문에라도 일단 가고 본다. 그리고 그런 용기가 한번, 두 번의 경험으로 쌓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퇴근 후 발걸음은 헬스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한 데는 개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그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건  초기 부스팅이고 그 역할은 으리으리한 헬스장 시설도 pt에 부은 거액의 돈도 아닌 결국엔 트레이너가 한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pt는 기승 전트 레이너 야?' 싶겠지만 그 말이 맞다. pt 성공의 8할은 선생님에게 있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조금씩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돌이켜보면 이런 감동이 있었네..ㅎ


지금의 선생님과는 중간에 pt를 이어가지 않을 기간을 제외하고는 2년 가까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인생의 트레이너는 한 명이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충분히 혼자서 운동할 수 있지만 피트니스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다이어트 프로그래밍 설계나 영양학 수업을 공부하면서 미래에 투자하자는 느낌으로 마지막 재등록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서른이 넘어서도 무언가를 깊이 배우는 경험, 근육의 움직임을 직접 느껴보는 감각이 즐겁다는 건 내게 운동을 이어가는 중요한 이유인데 이런 기분을 느끼는 데는 선생님이 큰 역할을 했다.


나는 누군가 앞에서 무언가를 해내지 못할 때의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에 약하다. 운동신경은 어릴 적부터 항상 없던지라 체육시간에 모두가 지켜보는데 뭐 하나를 제대로 못 하면 그날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빨리 잠이 오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첫 수업 날은  '트레이너 앞에서만큼은 그런 나를 내려놓아야 살이 빠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얼굴에 철판까지 깔고 "내가 성장하면 선생님도 같이 성장하는 거니까 우리 열심히 해봐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뻔뻔함이 선생님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지 않았을까. 


지금까지의 모든 수업이 다 즐거웠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 선생님과 계속 갈 수 있었던 이유 >는,


1)  선생님은 나 말고 내 몸에 관심이 있다.
- 중요한 포인트. 트레이너의 프로페셔널이란 이런 것이다. 배우는 사람도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몸에 관해서는 솔직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에티튜드.

2)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약할 때 금방 실망하는 나에게 도달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준다.
- 항상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투자한 게 많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 그렇다. 그럴 땐 내가 잡았던 목표가 설정한 기간 대비 현실 가능했는지, 그리고 내가 그동안 어떻게 먹고 운동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럴 땐 단호하면서도 다정한 언어로 회원을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내 선생님은 이런 걸 잘한다.

3) 티칭을 잘한다. 나의 틀린 자세를 바로 카피해서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 알려주고 제대로 된 자세를 가르친다.
- 솔직한 고백으로는 나는 몸을 잘 쓸 줄 모르는 편이라  새로운 동작 하나를 배우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트레이너들의 속을 좀 태우는 스타일이다. 그나마 이 정도의 운동 수행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된 건  선생님의 틀린 자세 ctrl+c, 정확한 자세 ctrl + v의 티칭 방식 덕분이다. 


프로필 촬영 40일 남았을 때, 저땐 선생님이 호랑이였다.


올해의 상반기 운동 목표에는 '선생님과 이별' 항목이 있다. 이미 생활의 동력으로서 운동이 일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조금 더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기 위해 과감히 적어 넣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 운동을 해낼 수 있는 것,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줄 아는 것, 다른 이의 건강생활을 응원할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완벽한 몸매가 아니어도, 인바디로 보는 나의 체지방율이 떨어지지 않아도 이만큼의 마음이라면 당신의 pt는 성공이다. fit이 딱 맞는 청바지를 입었을 때 머릿속 전구가 켜지는 그 짜릿함처럼, 부디 당신과 fit이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길 바란다. 운동이 즐거워지는 건 분명 우리의 삶도 즐거워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니까. 헬씨 라이프란 이런 것. 삶이 즐거워진다. 이 글이 당신의 헬씨 라이프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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