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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술희 Jan 08. 2022

다이어트 국룰 8:2의 법칙

 

pt 상담을 받기로 결정하면 헬스장과 회원 간의 일종의 약속인 약정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약정서에는 대체로 '운동 목적' 기입란이 있다. 난생처음 작성해보는 약정서였지만 그 칸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 이. 어. 트' 네 글자를 채워 넣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약정서 작성이 끝나면 앞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될 트레이너가 배정된다. 보통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트레이너를 만나지 못한다면 카카오톡을 통해 소개를 하고 첫 수업 일정을 잡는다. 대부분의 트레이너가 담당 회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듣고 첫 연락을 하기 때문에 나와 3개월을 함께 보낼 트레이너도 내가 다이어트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pt를 받으면 트레이너들이 당연히 식단을 짜주는 줄 아는데 사실 그건 오해다. 식단을 짜주는 일은 헬스 트레이너의 의무사항이 아니다. 잠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헬스장 고인물로서 오랜 시간을 지켜본 결과를 이야기하자면 식단관리에 관해서는 크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혹독하게 식단을 관리하면 회원들이 잔소리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으려는 부류와 면밀한 식단 케어를 통해 회원들을 더 유치하려는 목적의 부류. 트레이너 개인의 신념에 달린 것이기에 식단 관리를 원하는 경우엔 특별히 따로 요청을 하는 것이 낫다. (센터 자체에서 필수적으로 봐주는 경우도 있고 프로그램 내에 포함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궁금한 사항을 체크해두었다가 물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혹시 식단 관리는 해주시나요? 어떻게 진행되나요?"                                                                                "원하시면 식단표를 드릴게요."
"네."
(전송)
'아...'


"사람이 이것만 먹고 버틸 수 있다고?"


육성으로 내뱉은 첫마디. 휴대폰 화면의 한글파일을 확대해서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고선 연신 '이게 맞아?'를 몇 번이나 되내었는지. 온라인 상으로 겨우 몇 마디 인사만 나누어본 정도의 트레이너에게 받아본 다이어트 식단표란 처참했다. 학창 시절 자주 쓰던 학교 시간표처럼 익숙한 표 서식의 가로엔 요일이 세로엔 아침, 점심, 저녁의 세 끼니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전혀 정갈하지 못했다. 식단관리를 요청하는 회원들에게만 통용되는 그 헬스장만의 전용 식단표인 것 같았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대충 식단은 이랬다.


- 아침 : 사과 1/2 , 닭가슴살 100, 방울토마토 5개
- 점심 : 고구마 100, 계란 흰자 3개, 파프리카
- 저녁 : 현미밥 50, 고등어 반마리, 김치 약간


이제 막 헬스의 세계의 입문하는 초보로서는 전문가인 트레이너가 주는 식단표가 마치 시험 족보 같았달까. 다이어트가 절실했던 나의 생각은 '이것만 먹고 버틸 수 있다고?'에서 '이것만 먹으면 살이 빠지겠구나!'로 점차 변해갔다. 그리고 매일매일 삼시세끼 밀프렙을 준비했다. ( *밀프렙 : meal + preparation의 합성어. 식사를 미리 준비해놓는 도시락) 공복 유산소를 다녀온 아침에 바로바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근무 중 점심시간에도 다른 외식을 하지 않도록,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도 식단을 챙길 수 있도록.



두번째로 받았던 식단표가 남아있어서 첨부.


그리고 한 달쯤이 지난 어느 날 냉장고에서 도시락을 꺼내오던 동료 1이 내게 다가와 무심히 말했다.


"수쟈, 살이 정말 빠진 것 같은데요."
"(눈이 동그래져서) 네?"
"살이 진짜 엄청 빠진 것 같아요."
"(톤이 올라가서) 진짜? 진짜? "
"진짜니까 그러죠. 거울 안 봤어요? (웃음) "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뒤로 살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감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동료 1은 늘 실패해왔던 다이어트 선언을 기억하고 있던 친구였기 때문에 pt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동료 1로부터의 칭찬은 더 벅차고 신이 났다. (나중에 동료 1이 말해주기로는 이번엔 내가 제대로 하는 것 같아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기대에 부풀어 공복 몸무게를 재보았을 땐 8kg 감량이 되어있었다.


"회원님이 운동을 열심히 나오긴 하지만 다이어트는 일단 식단이 제일 중요해요. 식단이 8 운동이 2. 운동 안 하고 식단만 조절해도 살 빠지는 거 아시죠? 그런데 지금은 운동도 하니까 더 효과가 좋은 거죠."


맞다. 다이어트는 일단 먹는 게 8이다. 다이어트 국 룰 8:2의 법칙.


훅 빠진 몸무게를 목격한 뒤로 나는 더 식단에 집착하고 극적으로 배고픔을 참았다. 여러 약속 자리에서도 꿋꿋하게 도시락을 먹거나 아예 약속을 정하지 않았고, 배고픔에 몸서리치는 밤엔 빨리 잠을 청했다. 유난히 잠도 오지 않은면 방울토마토 3알을 꺼내 반쪽씩 잘라 아껴먹고 그것도 배가 꺼지면 잠을 잤다. 더불어 운동에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침저녁으로 헬스장에 출근하는 건 루틴이 되었다.  pt 수업이 없는 날엔 공복 유산소로 지방을 태우고 저녁엔 다음 수업이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수업 때 배운 동작을 복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점점 나만의 다이어트 성공신화를 쓰고 있었다.


다이어트 초반 다이어트 식단. 다시봐도 아찔.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매일 먹는 식단이 질렸을 때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겨서 조금씩 돌려가며 먹기도 했지만 어쨌든 말도 안 되게 적은 열량으로 하루를 났다. 다이어트 초반 3개월은 먹은 게 거의 없는 상태에서 또 에너지를 태우는 일을 반복했다. 살이 안 빠지는 게 이상할 정도로. 수면시간은 저절로 줄어들었고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몸은 가벼워졌지만 피로는 쌓여갔다. 어찌 되었든 가장 중요했던 건 다이어트였으니까 날씬해져 가는 몸을 보면 수면시간이나 피로로 인해 괴로워하는 내 몸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 과거의 혹독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라면   있을까? 아마 못할  같다. 정확하게는 하라면  수도 있겠지만 절대  방법을 선택하진 않을 듯하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다이어트는 오랫동안 지속될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다이어트 국룰은 8:2 맞다. 지속 가능한 나만의 8. 과연 수쟈는  8 찾았을까.


아직 찾고 있고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향해 말하고 싶다. 나도 노력하고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당신은 충분히 건강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런 마음이 있다면 이미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함께 건강해지자. 나만의 8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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