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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술희 Dec 31. 2021

나는 이제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2021년 회고 _ 음식 / 다이어트 / 건강


발버둥의 시간들


하반기엔 ‘음식’과 사투를 벌였다. 바디 프로필 후 몇 달 동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통제 불가능한 상태와 대내외적으로 내가 심은 헬씨걸 이미지가 입을 타격도 문제였지만 동시에 자극적인 음식을 저런 걱정이 무용지물 되도록 꾸겨 넣는 건 더 심각한 문제였다. 몸의 모양이 달라지고 먹는데 돈을 잘 안 쓰는 내가 먹느라 통장잔고가 줄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스트레스는 가공식품을 부르고 가공식품은 또 가공식품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바디 프로필 이전보다 살이 쪄버린 몸에 대한 혐오감이 동력이 되어 더 애쓰면서 운동을 했다. 전문가를 만나서 식이장애와 다이어트 강박을 상담받을까 여러 번 고민했지만 그전에 분명 스스로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온갖 영양학 책을 읽고 수업도 들었다. 매일 교회에 가서 고치고 싶다고 눈물로 기도했다. 그러자 서서히 내 몸을 이해하게 되었다.


포도빵집 @뚝섬역

몸 입장도 생각했어야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체내에 저장되어 있던 탄수화물로 에너지를 낸다.  마저도  써버리면 지방이나 단백질로 힘을 내는데  몸을 말리기 위해  오랜 기간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심지어 다이어트의 대표 식품인 토마토 조차도 탄수화물 흡수량을 줄이려 아예 먹지 않는 기간도 있었다. 일반 사람이 하루에 100 먹고 평범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90 먹는다면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30 먹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미 에너지를  이상 내기 힘든 상태로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했기 때문에 몸의 대사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자극적인 음식이 갑자기 들어가니까 몸이 다이어트 이전 원래 유지하던 수준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항상성)  때다 싶었던 거다. 그러니  입장에선 먹을  있을  먹으고 체력을 비축하려 했던 것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공부하면서 읽은 책들

코르티솔의 무덤


음식을 멈출 수 없다 보니 스트레스는 계속 축적되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내 몸은 항상 코르티솔의 무덤이었다. 코르티솔은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을 일으키는 호르몬들의 주요 원인이 되는데 이때 가짜 배고픔 호르몬이 뇌신경을 자극하면 결국 '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찾게 된다.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이나 가공식품에는 결국 '당'이 들어있고 대부분 세트처럼 '불포화 지방'이 가득하기 때문에 살은 계속 찔 수밖에 없다. 또 그만큼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코르티솔이 분비되기 때문에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 더군다나 지방뿐 아니라 이미 탄수화물과 단백질도 일일 섭취 권장량을 넘겼을 것이기 때문에 바디 프로필 이전의 몸보다도 살이 찔 이유는 너무 명백했다.


혼란스러운 내 마음

내 몸을 알아주는 건 나뿐


동시에 내 몸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여성의 몸에 대해서도 디깅(digging)을 했다.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평생 몸의 상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가 더 필수적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뜻이 있다면. 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소망이 있다.) 살이 찌거나 마르거나 임신을 했거나 출산을 했거나 혹은 불임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갱년기이거나 완경을 했거나 어떤 몸이든 내 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밉다고 말하는 건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을 지키는 건 오롯이 내 몫이기 때문에 더 잘 알아야 한다. 내 몸의 건강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음식은 자유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나는 음식에서 자유하다. 이제는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더 이상 배고프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 칼로리를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고 싶다. 제일 외롭고 힘든 순간에 음식으로 슬픔을 토해냈다는 걸 알게 되고선 멍들어있던 내 마음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오히려 내 몸도 마음도 잘 돌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 헬씨걸의 목표는 금수쟈의 피트니스가 시작된 처음으로 돌아와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천천히 건강해지는 것. 누구에게나 내 몸을 책임질 권리와 의무를 전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안하는 것. 물론 강요가 아니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꾸준하고 진정성있게! 누가 뭐래도 여전히 난 헬씨걸 & 독립생활체육인이고 80살이 되어서도 웨이트하는 헬스깡패 할머니가 될거다.


나를 위한 연말 커피 & 라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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