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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술희 Dec 25. 2021

아침에 눈을 뜨면 헬스장으로 향한다


운동의 ''자도 모르는 시절, 헬스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연 위치. 보통 헬스 새내기가 헬스장을 고를   근처와 회사 근처를 고민하는데 나의 경우엔 출근 전이나 퇴근  운동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집에서 쉽게 다닐  있어야 한다는  1 조건이었다. 회사 근처로 운동을 다닌다면 '' 연장선 같은 느낌을 지울  없을 것만 같아서  근처에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었다.


나의 첫 번째 헬스장은 집 앞 3분 거리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아침잠이 없는 나의 기상시간은 7시. 일단 눈을 뜨면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무작정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해도 될 만큼 지리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도착하는 7시 10분쯤이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서너 명 있었다. 헬스장이 문을 여는 아침 6시가 좀 넘으면 출근 도장을 찍는 걸 보니 아마 이 사람들이 이 시간의 고정멤버인 듯했다. 각자 자기 할 일이 바빠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굿모닝 인사를 하게 될 일은 없을 테지만 그중 누군가가 며칠 안 보이다 오랜만에 등장하기라도 하면 요즘 왜 못 나왔는지 궁금해지는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오픈 타임 고정멤버 중 한 명이 되어 헬스장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성실하게 출근 도장 찍던 나날들


새벽 4시-5시에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 같은 자기 계발로 하루를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이 한참 화제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미라클 모닝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은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었다. 일단 몸이 가벼워지면서 업무를 할 때도 쉽게 지치는 일이 줄었다. 같은 시간에 한 가지만 해오던 일도 두 가지를 해낼 수 있게 되는 걸 보면 체력이 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업무 생산성이 쭉쭉 오르면서 자신감도 함께 올랐다.

동시에 몸의 모양도 달라지고 있었다. 고질적으로 살이 붙는 엉밑살이나 뱃살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아니지만 서서히 몸이 작아졌다. 지금껏 운동이라고는 빠르게 걷기만 해 봤던 사람이 (어쩌면 그 마저도 꾸준하진 않았던 사람이) 매일 아침 공복에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번갈아 하면 살이 빠지는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만 느낄 수 있는 몸의 변화들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달라지는 것들엔 곧잘 적응했다. 전날 업무량이 많아 조금 늦게 퇴근을 했더라도 알람을 맞추지 않고도 7시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 흘리는 나, 건강한 식단을 챙기며 도시락을 싸는 나'는 불과 몇 주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모습이었지만 이런 내가 싫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들을 꽤나 즐기고 있었다.


(좌) 식단! 식당! (우)  큰 옷을 샀는데 옷이 더 커졌어요


"수쟈, 요즘 얼굴이 많이 좋아 보여요."

"수쟈, 진짜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요."

"수쟈, 이번엔 정말이군요."


운동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을까. 나만 알아차리고 있던 변화를 주변 사람들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사이의 동료들까지도 찾아와서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한 동료들은 나와 알고 지낸 세월 동안 본 적 없는 환한 얼굴이라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건지 다 티가 난다고 했을 정도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 생긴 건데...' 라며 머쓱한 미소를 지어야 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도 내게 좋은 분위기가 흐른다니 듣기 좋은 말이었다. 그런 한마디가 동력이 되어 무서운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도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에도 아침에 눈을 뜨기만 하면 아랑곳없이 헬스장으로 향했다. 상 상초 차 할 수 없던 일들이 이젠 나의 아침 루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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