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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씨걸 Feb 11. 2022

헬스장 출근룩이 중요한 이유


헬스장의 복식은  종류로 나뉜다. 아주 간단히 정리하자면 본인 옷과 센터 . 운동복 제공 여부는 헬스장 지침마다 다르지만 일정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에겐  장점인지라 신규 헬스장이 오픈할  홍보 전단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이다. (우리 센터도 그렇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옷만을 고집했다. 매일을 보따리장수처럼 한가득 짐을 싸들고 다녔다는 소리다.


수쟈는 오늘도 짐이 많네..


하루 운동 횟수는 두 번. 출근 전엔 오픈 시간에 맞추어 약 1시간 정도 pt를 받거나 유산소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엔 아침에 부족했던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채워한다. 따라서 나에겐 두 벌의 운동복이 필요했다. 두 번 중 한 번은 센터 옷을 입을 법도 한데 굳이 꼭 내  옷을 챙겨 다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복장으로 옷을 걸쳐 입고 센터에 도착하면 챙겨 온 오전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운동을 마치면 땀에 젖은 오전 운동복은 빨래 봉투에 담아두고 다른 지퍼팩에 담긴 오후 운동복과 함께 헬스 가방에 넣어 그대로 라커에 보관했다가 퇴근 후엔 오후 운동복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저녁 운동이 마저 끝나면 폭삭 젖은 채로 귀가하여 집에서 샤워를 한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귀가할 때 들고 가는 짐은 빨랫감이 된 오전 운동복이 담긴 헬스 가방, 출근 가방, 출근할 때 입었던 옷에 도시락 가방까지. 간혹 가다 랩탑을 챙겨야 하는 날까지 겹치면 걸어 다니는 보부상이 따로 없었다. '짐수쟈'라는 별명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이런 날이면 꼭 동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럴 거면 캐리어를 끌고 다니지 그래요"라는 말을 하고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걸어 다니는 보부상이 되는 건 누군가에겐 '굳이' 일 수도 있는 일이기도,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루틴에 금세 익숙해져서 짐을 쌌다. 그냥 내 옷을 입고 싶으니까.


헬스장에 가면 서로의 복장을 관찰하는 일은 전무하다. 자기 운동을 하기 바쁠 뿐 아니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들에게 관심이 없다. 가끔 어떤 이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그 누군가가 소히 말하는 '헬스 깡패'라서 운동하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될 때일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내 복장에 관심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일뿐더러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헬스장에서의 자신도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복장은 크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대신에 조금 더 멋진 동작으로 운동을 잘 수행해내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더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의 복장은 별 것 아니어도 멋져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부터. 유일하게 내 복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그래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요란한 나이키 레깅스.


운동의 시작은 언제부터라고 생각해야 할까? 헬스장에 가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헬스장에 꾸역꾸역 도착한 순간부터? 아니면 스트레칭을 시작한 순간부터? 개인의 운동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운동은  '내일 뭐 입지?' 하며 내일의 운동복을 준비해두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마음가짐부터 부스팅을 해두는 것이다. 루틴은 다음날 타깃 부위가 어디인지에 따라 어떤 운동복을 입었을 때 제일 편했는지, 보기에 예쁜지를 기억해두기. 그리고 상, 하의의 컬러 조합을, 마지막으로는 내일 신을 신발과 양말을 고르면 끝. 나만 만족하면 그만인 ootd를 입고 운동할 때의 차오르는 쾌감을 예상하면 저절로 다음날 운동이 기대가 된다.


반응 핫했던..(?) 필라테스 선생님 룩


요즘엔 워낙 운동복 브랜드가 많아져 다양한 브랜드에서 가성비 훌륭한 기능성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빠듯한 직장인 월급엔 사실상 그것도 벅차다. 따라서 계절별 운동복은 자주 빨아도 금방 헤지지 않는 기능성 제품으로 꼭 필요한 컬러만 구비해놓는다. 대신에 최선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헬스장 멋 내기 아이템으로 선택한 게 있었으니 바로 양말이다. 생각보다 양말은 질 좋은 제품으로 내 돈 내산 하기엔 다소 비싸다고 느껴져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운 품목이다. 그래서 나도 항상 SPA 브랜드에서 흰색, 검은색으로 된 번들 제품을 구매했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는 종목에 따라 미끄러지지 않는 양말, 발을 단단히 잡아주는 양말, 보온이 되는 양말, 땀이 잘 흡수되는 양말, 건조가 빠른 양말 등 알맞은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부터는 소재나 길이를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었다. 적절한 기능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더하면 양말 하나만으로도 헬스장 출근룩에 제대로 힘이 실어진다. (이건 나만의 꿀팁인데 신발과 양말의 컬러를 맞추면 종아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있어 괜히 더 예뻐 보이기도.)


제일 최근에 구매한 나이키 3번들


브랜드에 따라 몇 천 원대부터 몇 만 원대 가지 천차만별의 가격대를 자랑하는 양말이라지만 대체적으로 스포츠 양말은 비싸도 3만 원 이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선 2 번들, 3 번들로 구성된 2만 원대 제품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기분을 내고 싶을 땐 이만한 게 없다. 이 정도 소비는 할 수 있을 만큼 벌고 있다는 지난 노동에 대한 격려와 적어도 당분간 운동 일상에 활기를 북돋는데 1분기에 한번 정도 운동하는 나를 위한 소정의 선물을 하고 싶을 땐 어김없이 나이키 사이트를 둘러본다. 그렇게 새 양말을 신은 날은 힘도 텐션도 두배, 체력도 두배라 운동하는 내내 신명이 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몸은 가장 정직해서 한 만큼 나온다' 같은 명언이 있지 않은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본인의 달라진 눈바디를 목격했거나 대사나 순환 등의 몸속 변화도 알아차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헬스 초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러니 일주일 열심히 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이때 좌절하면 포기도 쉬워진다.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 더 건강하게 운동하고 잘 먹으면서 더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즐겁게 보내는 일로는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알아주기, 격려하기, 기대하기'를 추천한다. 마음에 드는 운동복을 고르고, 멋진 양말을 신고 트레이닝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면서. 그러면 분명 일주일이 이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될 것이고 혹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하더라도 분명 당신을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국 다이어트도 꾸준함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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