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발리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오후
우리는 느닷없이 발리행 티켓을 끊었다.
출발일은 정확히 일주일 뒤였고
사전에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
발리는 처음이 아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2년 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이 꽤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이번에도 다시 발리를 골랐다.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여행을 워낙 좋아했다.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이곳저곳을 누비던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
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 후 오로지 아이를 돌보는데 집중하느라 몇 년 동안은 까맣게 잊고 살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누구였는지.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잊었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째가 기저귀를 뗀 4살이 되었을 때 가족을 데리고 인도와 라다크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와 인도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내가 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다. 정말 간절하게-
아이를 두고 나 혼자 갈 순 없으니 다 같이 갈 수밖에 그렇게 가족과의 여행이 시작 되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한 번씩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고르고 있다. 몇 년 만에 찾아오는 귀한 여행의 시기에 남편은 인도 다음으로 북마리아나제도의 로타섬을 골랐다. 그 당시 나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이런 곳으로 여행을 가도 되나 싶었지만 그때도 뱃속의 아이와 함께 넷이서 경비행기를 타고 로타섬으로 향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그다지 부유한 편은 아니다. 다만 평소에 참 근면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물욕이 별로 없어서 평소에 딱히 뭘 사거나 하지 않는다. 근근이 살다가 시간이 생기면 적은 돈이라도 여행을 떠났다. 저가 항공도 상관없고, 숙소가 좋지 않아도 괜찮았다.
요즘은 둘 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직전이다. 다시 바쁘고 정돈된 일상을 보내게 될 타이밍에 여행 생각이 났다. 보통은 돈과 시간이 있을 때만 여행을 떠났지만, 이번엔 우리에게 시간은 있었지만 돈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