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해
지금이 분명히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타이밍인데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우리가 당장 쓸 수 있는 여행을 다녀올 만큼의 돈은 없었다.
그 마음을 그대로 띄워두고 천천히 일상을 보냈다. 여행이 얼핏생각 나면 들여다보고 지금의 상황과 느낌도 살피며 다시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냈다.
청소를 하면서
잠시 쉬는 틈에
운전을 하고
요가를 하는 도중에
평범한 일상의 틈으로 조금씩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는 확신의 마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이뤄가는 실행력 하나가 나의 장점이다. 그 덕에 나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 나이가 들면 원하는걸 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40대에 접어들수록 더더욱 다음으로 기약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이 들어 갈수록 남은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가능하면 지금, 가능하다면 더 일찍 기회가 왔을때 그것을 실행하려고 한다.
수중에 돈이 없었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쓰지 않던 돈을 쓰기로 했다. 보증금으로 쓰려고 저축하고 묵혀둔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않고 고이고이 보관을 했던 돈이다.
그동안 필요 이상의 지출을 허투로 한 적이 없었다.
그래. 이렇게 10년간 잘 살았으면 한번은 써도 된다 싶었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토닥토닥
여기까지 잘 살아온 우리를 위해
10주년 기념이라는 핑계를 대고서 가자.
돌아보니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너무 많이 다음으로 기약하지 않도록-
지금이 진짜이고
지금의 우리가 너무 소중하기에
그 마음이 우리를 다시 떠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