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여행

점점 더 수월해지는 우리

by 수바나

아이가 커갈수록 여행이 더 수월해짐을 느낀다

첫째가 네 살 되던 해 처음 떠난 인도는

그야말로 만발의 준비를 다 했었다


인도 여행은 남편과 배낭을 메고 갔기 때문에

배낭 두 개에 먹거리, 쿠커, 놀거리는 물론, 비상약, 미아방지 팔찌, 고산의 날씨에 대비한 전기장판까지 잔뜩 준비해서 싸갔다.


11살이 된 첫째는 이제 늠름해져서 알아서 잘 먹고 알아서 잘 놀며 스스로 제 몸을 챙길줄 안다.



둘째도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줄 알게 되니

말 못 하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필요한 건 정확히 이야기해 주니 얼마나 수월한지


아이가 자라는 만큼 준비물도 느슨해진다.

이제는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용으로 뭘 더 사지는 않고 최대한 집에 있는 것들을 간소하게 싸가려 한다.


샴푸를 덜 용기가 없네?

그냥 비누하나 가져가자


집에 있는 식기들을 그대로 챙겨가고


빨랫줄은 집에 있던 노끈을 좀 말아서 가져가고

우산을 챙겨? 그냥 여행인데 비가 오면 비좀 맞지 뭐


케리어는 최대한 적게 작게 줄인다.

짐이 많아지면 챙길게 많아지고, 챙길게 많아지면 이동이 불편해진다.

그렇게 케리어 두 개에 모든 준비물을 마무리 지었다.






남편과의 여행도 조금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결정을 힘들어하는 남편은 숙소 고르는것도 어려워해서 주요 숙소나 큰 틀을 정하고 예약하는 건 내가 맡았다.


남편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비자신청, 세관신고등 준비 절차를 맡았고 먹는 걸 좋아하니 맛집이나 여행지, 구경할 거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나름 분담을 했다.


10년 차가 되니 서로의 성향을 서로가 인정하여

나름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역할이 나누어짐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남편과 연예를 한 기간이 엄청 짧았다. 같이 카미노 순례길을 걸은 것이 인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로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우리는 살면서 엄청 많이 싸웠다.

막상 함께 일상을 함께해 보니 우리는 극과 극의 성향이었다.


태양의 뜨거운 불과 고요하게 흐르는 물

내가 불이고 남편이 물이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살며 마주하며 겪는 충격도 컸다.

이제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두고 상황을 보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사람 또한 나를 안다.

겉은 온순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열정의 불꽃을..


부디 우리 이번 여행도 평화롭게 다녀옵시다.

싸우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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