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

단편 소설

by 반향

‘다음 중 열려 있는 통합 문서의 모든 워크시트를 재계산하기 위한 기능 키로 옳지 않은 것은.. 1.. F1.. 2... F2...’



“주문번호 A-75번 손님!”




가뜩이나 얕은 내 집중력은 누군가를 찾는 누군가의 소리에 의해 바닥이 드러난다. 자리에 앉아 한 시간 여를 딴짓을 하다 풀기 시작한 첫 모의고사이지만 아직 반도 풀지 못했다. 그마저도 풀었다기보단 찍었다고 봐야 할 지경이다.



내 또래들은 직장에 나가 있을 평일 오후, 카페에 앉아 멍하니 오가는 사람을 구경한다. 무언가 열심히 하는 사람들, 일행과 웃으며 떠드는 사람들.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끌어내려 문제를 풀어간다.



‘3.. F3... 4...’



이내 집중력인지, 인내심인지 모를 것이 바닥나 버렸다. 모의고사창을 꺼버린 후, 문서창을 연다. 주변의 눈치를 못 이겨 시작한 자격증 공부는 진전이 없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남들 다 하니까 해야 할 것 기분에 등 떠밀려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쓸만한 자격증은 두 개 정도 따 놓았다.




답도 모르는 문제를 풀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이나 쓰자는 마음에 문서창을 연다. 멍하니 하얀 화면을 보고 있으니, 잡생각이 차오른다.



지나간 사람들, 지나간 시간들, 그리고 지나간 선택들.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다, 마치 주식 차트 같은. 내가 글을 쓴다 한들, 무슨 말인지도 모를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보다 옳은 일일까.



이내 문서창을 닫고 다시 모의고사 페이지를 켠다.



‘다음 중 컴퓨터 출력 장치인 모니터에 관한 용어의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